•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해는 여태 아니 일어나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남구만 (1629~1711)

    남구만은 강직한 선비로서 벼슬이 좌의정을 거쳐 숙종 때 영의정에 오르기도 했지만 당파 싸움 때문에 귀양살이도 해야만 했던 풍운의 사나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이 시조 한 수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귀중한 교훈이 된다고 믿습니다.

    이 나라의 방송매체는 도대체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있는 겁니까. 방송 사주들이 돈 벌기 위해서 있습니까. 다만 국민을 타락시키기 위해서 있는 겁니까. 드라마의 대부분은 불륜이 주제이고 젊은 남녀가 술 마시는 것을 권장하기 위해 각종 프로가 만들어진다는 오해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멀쩡하게 생긴 친구들이 밤으로 낮으로 찜질방에 모여 앉아 허튼 소리나 하며 시시덕거리다 소중한 청춘을 낭비하다니! 오늘 수입은 좋을지 모르나 그 돈 오래 가지 않아요. 떼를 지어 그 짓을 하며 여기저기 다니는데 그러다 늙으면 후회하게 됩니다.

    한동안 방송사를 몽땅 쥐고 앉았던 ‘놈현스럽던’자들은 일단 물러난 듯 한데 그 대신 낄낄거리며 청춘을 낭비하는 이자들이 판을 치는 오늘의 방송계도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인 시청자들에게 불륜을 가르치는 것도 잘못이고 젊은 놈들에게 허송세월을 권장하는 것도 죄악입니다. 당국은 그리도 관심이 없는 겁니까 아니면 국민을 타락시켜 놓기로 결심한 겁니까.

    돈 안 드는 프로를 만들다 보니 유치한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국가의 예산을 세우는 사람들도 반성을 해야지, 방송이 국민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데, 이 날까지 속수무책, 수수방관한다는 것도 언어도단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 NHK의 아침 방송을 보세요. 그 나라에도 한심한 프로가 더러 있긴 하지만 우리 같지는 않고, 아침 연속극에는 불륜의 그림자도 없습니다. 유부녀가 또는 유부남이 놀아나는 장면이나 줄거리는 당국이 절대 용납을 안 한다고 들었습니다.

    현대인의 생활에 오락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지나치면 몸에 해롭습니다. 미국은 총질하고 은행 털고 사람 죽이는 프로를 TV에서 저렇게 많이 보여주더니 오늘의 미국이 폭력사회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한국 방송의 반성을 촉구합니다. (‘놈현스럽다’는 신조어는 국립국어원이 최근에 펴낸 책에 나와 있답니다.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안겨준다”라는 뜻. 물론 노무현이 연상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