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비숙련공, 고용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어" 경고
  •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편의점 모습. ⓒ뉴데일리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편의점 모습. ⓒ뉴데일리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인상하자 곧바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자 거꾸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다. 우리나라 1호 상장기업인 경방(옛 경성방직)은 최근 주력 시설인 광주 면사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섬유산업이 쇠퇴하는 가운데 감당하기 힘든 최저임금 인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당장 광주공장 근로자 15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른 섬유기업 전방(옛 전남방직)도 공장 절반을 폐쇄하고 인력 600여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전방 측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사용자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방직업계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 전방 측의 설명이다.

    방직업계 뿐만이 아니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고용주들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는 고용주 10명 중 7명은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은 지난 24일 고용주 6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최저임금 설문조사'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에 관한 의견을 묻자 72.0%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생각하는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은 7,05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최저임금(7,350원)보다 6.8%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걱정거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용주의 90.5%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증가'라는 응답이 67.5%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야근수당·주휴수당 등 동반인상 부담’(25.3%)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주가 바라보는 최저임금 논의에는 온도차가 존재했다.

    설문에 참여한 아르바이트생 3,955명 중 61.3%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가능한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도 최저임금이 7,940원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는 2018년 최저임금보다 무려 5.2%나 높은 수준이다.

    다만 아르바이트생 중 51.8%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걱정거리가 있다고 답했다. △고용주의 최저임금 미준수(46.0%) △아르바이트생 고용 축소로 업무량 증가(34.3%)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2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아르바이트생이 동료 직원이 해고될 경우 자신에게 업무량이 가중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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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설문조사를 보면 오히려 이들은 현재(2017년)의 업무강도와 급여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주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혜택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도 반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알바몬이 지난 12일 아르바이트생 1,086명을 대상으로 ‘만약 업무강도에 따라 급여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면 아르바이트생은 과연 어떤 결정을 할까’라고 물어본 결과 절반이 훌쩍 넘는 56.7%가 ‘현재 수준의 업무강도와 급여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후 업무 1호는 청와대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상환판도 설치해 고용확대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곳곳에서 고용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터져나오고 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경방의 사례처럼 해외로 공장이 이전되는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청년실업률이 높다고 아우성치는데 이런 비명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져서 사회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하위계층이 상위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역설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경국 교수는 “더 중요한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탓에 비숙련공이 고용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낮은 임금을 받더라도 일을 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지식을 배우거나, 아니면 저축한 돈으로 교육을 받아서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제가 심화된다면) 그런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도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