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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장마철을 맞아 파괴된 도로·철길 등을 보수한다며 주민 총동원령을 내렸으나 정작 필요한 자재는 지원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1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김일성이 사망한 날인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면서 “워낙 가뭄이 심했던 터라 물이 땅에 많이 흡수돼서인지 이렇다 할 홍수 피해는 아직 알려지지 았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양강도 소재지 혜산시는 지난 12일 검산동 왕덕골 주변과 춘동 동사무소 인근에 심은 옥수수 밭에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면서 “산골짜기에 있는 살림집들은 대비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다행히 비가 그치면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하지만 쏟아져 내린 토사로 산골짜기를 지나는 도로와 철길이 파괴됐다”면서 “비가 많이 내린 지난 12일부터는 유선 전화망들이 파괴돼 시외전화가 불통이며,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2016년 수해피해를 크게 입었던 두만강 경계선 지역에도 또 다시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는 수해피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리며 주민들을 동원했지만 철근, 시멘트 같은 자재를 전혀 지원해주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맨주먹에 돌덩이만 가지고는 절대로 홍수 피해를 막아낼 수 없다”면서 “지금처럼 맨 땅에 석축을 쌓는 방법은 근본적인 홍수방지대책이 아닌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소식통은 “도로와 철길 보수에 동원된 주민들은 한 점 그늘도 없는 곳에서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며 “당국은 주민들만 들볶지 말고 홍수 피해 방지에 필요한 자재들부터 우선적으로 보급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다. 이는 곧 북한이 극심한 수해피해를 입는 원인이 됐다.
김정은은 집권 후 산림 황폐화 문제를 해결한다며 ‘나무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 영토의 11%가 민둥산인데다 묘목을 구할 자금이 없어 녹화사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