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의 뇌물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서원(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의 이 사건 증인출석은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특검의 압박과 회유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최씨는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45차 공판 시작과 함께, ‘정유라씨의 증인출석 및 진술은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최씨는 정씨의 증인 출석을 ‘납치’라고 표현하면서, 특검을 향해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최씨는, “(특검으로부터 이 사건 재판에 협조하지 않으면) 삼족을 멸하고 손자까지 가만 두지 않겠다. 손자를 이 나라에서 영원히 죄인으로 살게 하겠다 등의 말을 한 시간 동안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씨가 특검의 위법한 수사행태와 증언 강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날 나온 발언 내용의 진위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최씨 측 주장 중 일부라도 그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정유라씨의 법정진술이 갖는 증명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최씨 측의 주장대로 유라씨의 증인출석 자체가 특검의 압박 때문이었다면, 정씨 법정진술은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최씨는 특검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면서, 증인신문 시작과 거의 동시에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사건 심리를 맡은 김진동 부장판사(형사합의 27부)는 최씨가 증언 거부 의사를 밝히자, “증인이 할 말이 있다면 나중에 기회를 주겠다”며, “(특검의) 질문을 일단 들어보고 거부 여부를 판단하라”며 증인신문 개시를 명했다.
특검은 미리 재판부에 제출한 신문사항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명폰으로 통화를 한 사실이 있는지’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 간 용역계약 사실을 알고 있는지’ 등을 물었으나, 최씨는 입을 열지 않았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통화내역,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사실 여부를 캐물었으나 역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최씨는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특검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최씨는, ‘포괄적 증언거부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그건 특검의 생각이며, 나도 변호인과 상의해서 판단했다”고 받아쳤다.
최씨는 질문에 답변을 하는 대신, 특검이 자신의 딸과 조카를 압박 혹은 회유해 허위 증언을 사실상 강요했으며, 미리 ‘프레임’을 짜놓고 사실관계를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정유라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당일, 새벽 2시부터 같은 날 오전 9시까지 특검이 자신의 딸과 함께 있었다며, 이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저는 정유라 납치 증인 출석과, 제2의 장시호를 만들려는 특검의 의도를 안다. 특검에 반감이 심하다. 정상적으로 출석하려다 특검의 만행 때문에...”
“특검이 정유라를 인신했던 새벽 2시부터 같은 날 오전 9시까지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특검은 무조건 뇌물죄로 대통령과 삼성, 그리고 저를 엮으려고 한다.
(중략)
장시호가 특검의 도우미라는게 사법 행정상 말이 되느냐.““삼족을 멸하고 프레이밍(Framing)하는 특검, 유라 12시간 문제도 그렇고 이건 다 특검이 자초한 것이다. 특검의 일방적인 주장인데 제가 다 인정해야 하느냐.”
최씨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데 계속 물어보는 것도 고역”이라며, 재판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듯이 특검은 물어볼 권리가 있다”며, 신문을 계속 진행하고자 했으나, 최씨의 침묵이 이어지자, 이날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신문을 중단시켰다.
최씨는, 이 사건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증언 거부 의사를 거듭 확인하자 “특검으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너무 많이 받아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검을 신뢰하지 않는다. 특검이 정유라를 데리고 간 건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으로부터) ‘삼족을 멸한다’는 등의 말을 들어 지금 코마상태에 빠질 지경이며, 회유와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공판은 최씨의 증언거부로, 오전 중 한 차례 휴정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특검은 “증인은 본인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에서 조서의 진정 성립을 인정하고 증거 채택에도 동의했다”며,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는 증언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특검은 “오늘 신문사항을 많이 준비했는데, 추가 신문이 어렵다면 마치겠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신문사항을) 준비했지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후에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판은 오후 2시 속개됐으나, 특검과 변호인단이 모두 신문을 포기하면서, 10여 분에 끝났다.
다음은 이날 오전 최씨의 증인신문 주요 내용 요약.
김진동 부장 :
이 자리는 증인이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다. 일단 신문을 진행한다. 증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기회를 주겠다. 일단 질문 들어보고 거부하라.
최순실 :
제 의견은 증언 거부하는 걸...
김진동 부장 :
일단 진행한다.
특검 :
(조서를 보여주면서) ‘삼성전자가 (장시호가 운영을 주도한) 동계영재센터에 후원한 사실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삼성이 후원한다는 말은 들었다’고 했는데 이것도 진술 거부할 건가?
최순실 :
그렇다.
특검 :
삼성 후원금액 얼마인지 모른다는 것도?
최순실 :
이것도 (증언을) 거부하겠다.
특검 :
포괄적 증언 거부권은 권리로서 인정받기 힘들다. 개별적 사안에 대해 증언 거부를 판단해야 한다.
최순실 :
그것은 특검의 생각. 나도 변호인과 상의해서 판단했다.
특검 :
오늘 자발적으로 출석한 게 맞나?
최순실 :
저는 정유라 납치 증인 출석과, 제2의 장시호를 만들려는 특검의 의도에 따라...특검에 반감이 심함. 정상적으로 출석하려고 하다가 특검의 만행 때문에.
(특검이) 정유라를 인신한 2시부터 9시까지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특검 :
‘특검 불신뢰’는 증언 거부의 사유가 못 된다.
최순실 :
특검은 무조건 뇌물죄로 대통령과 삼성 그리고 저를 엮으려고 한다. 강박과 압박의 특검. 장시호가 특검의 도우미라는 게 사법행정상 말이 되느냐? 특검이 프레이밍(Framing)해서 조사하는 게 문제다.
특검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통화내역(2016년 2월1일~4월18일), 010-21**-****, 이 번호 맞나?
최순실 :
증언을 거부하고,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계속 물어보는 것도 고역이다. 재판장께서 판단 바란다.
특검 :
정호성 비서관을 아는가?
최순실 :
(침묵)
특검 :
객관적 증거자료 조차도 증언거부하는 이유가 뭔가?
최순실 :
특검이 대통령과 (본인을) 경제공동체로 몰아가기 때문에 다 증언 거부한다.
(중략)
최순실 :
삼족을 멸하고 프레이밍(프레임)하는 특검, 유라 12시간 문제도 그렇고 이건 다 특검이 자초한 것. 특검의 일방적인 주장인데 제가 거기에 대해 다 인정해야 하는가?
특검 :
진술조서의 진정성립 문제는 증인이 유죄판결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해도 거부하는 게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조서의 진성성립 여부에 대해서까지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가 뭔가?
최순실 :
특검을 신뢰 못하기 때문.
변호인단 :
증인은 검찰의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할 것인가?
최순실 :
특검을 신뢰할 수 없고, 협박과 회유 너무 많이 받았고,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니고, (특검이) 정유라 먼저 데리고 간 건 제2의 장시호 만들려는 것. ‘삼족을 멸하겠다’는 등 이런 발언으로 지금 코마상태에 빠질 지경이다.
(특검의) 회유와 압박을 견딜 수 없고, 제 재판과 굉장히 흡사해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김진동 부장판사 :
특검의 증인신문 계속 할 필요 있나? 계속 증언 거부하는데.
특검 :
그렇게 하겠다.
(휴정 이후)
특검 :
증인이 특검의 신문사항에 답을 안하고 있는데, 증언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증인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에서는 조서의 진정성립 인정하고 증거채택에도 동의했다. 오늘도 자발적으로 왔다고 했다.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는 건 증언거부사유에 해당 하지 않는다고 본다. 오늘 주신문 많이 준비했는데 추가신문이 어렵다면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