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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의 '투톱'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함에 따라, 청와대가 이를 어떻게 활용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통과 내용에 대해 누더기니 반토막이니 폄훼를 하는 분이 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아울러 "지난 두 달간 원내대표단 전원이 추경을 통과시키기 위해 치열한 협상의 전선에서 얻은 성과이기 때문에 모욕감마저 느낀다"며 "당내외의 왜곡된 평가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단언했다.
이는 같은 당 추미애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미애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안이 통과됐으나 문재인정부가 제출한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살렸는지 정치권은 되돌아봐야 한다"며, 추경안이 "사실상 반토막이 됐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우리 당은 의회 운영의 가장 기본인 정족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며 "느슨한 행태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우원식 원내대표를 꾸짖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당초 원내대책회의를 앞두고 더욱 강경한 어조의 원고를 준비했다가 회의 전에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원내대표의 원내대책회의 발언을 전해들은 추미애 대표는 불쾌한 침묵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여당 투톱의 불화는 갑자기 터져나온 것이 아니라, 과거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돌출발언으로 우원식 원내대표가 추경안 협상 과정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부터 누적되고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집권여당 투톱의 불화가 노출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보수정권에서도 집권여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는 서로 호흡이 잘 맞고 사이가 좋을 때보다는 갈등하고 대립할 때가 더욱 많았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시절 원유철 당시 원내대표와 갈등이 심했다. 뒤를 이은 이정현 의원도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와 호흡이 잘 맞았다고는 할 수 없다.
원내정당화 경향에 따라 의원들 사이에서의 선출직인 원내대표는 당대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지는데다, 원내부대표와 원내대변인 등 독자적인 원내직을 임명하기 때문에 나름의 세력 또한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또, 야당과는 달리 여당이 되면 아무래도 정부에서 제출한 법안이나 예산 등을 통과시키는데 주력하는 '거수기' '통법부'의 역할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원내대표는 정무수석 등과 긴밀히 교신해 청와대와의 거리가 오히려 당대표보다 가까워지기도 한다.
'큰 스피커'를 들고 대여(對與) 선명성 투쟁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당대표의 발언력이 강화되고, 오히려 원내대표는 결국 언젠가 원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사꾸라'로 몰리기 십상인 야당과는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처지가 거꾸로가 되는 셈이다.
정당이 제왕적 '총재' 체제로 운영되던 시절, 그 밑에 '당3역'으로 사무총장·정책위의장과 함께 '원내총무'가 있던 때와는 천양지차다. 서로 비등비등한 세력을 갖게 되는 만큼 권력의 속성상 불화가 노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권 투톱의 불화는 정권 후반기의 경우에는 집권세력을 분열시키고 정책추동력을 약화시키는 단점을 갖지만, 지금은 새 정부가 출범한 초창기라 국회·정당보다는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돼 있는 시기라 부작용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청와대가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갈등과 불화를 교묘히 활용해 한 쪽을 편들어주는 방식으로 '충성 경쟁'을 조장하면, 집권여당 원격조종이 더욱 손쉬워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는 국회와 정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여권 투톱의 불화가 집권여당을 '청와대의 국회 출장소' 쯤으로 예속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