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를 `평양어머님'으로 호칭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0회 생일을 앞두고 조선작가동맹 시문학분과위원회의 서사시 `영원한 선군의 태양 김정일 동지'를 게재했다.

    이 시는 특히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찬양하며 "총총한 별빛을 밟으시며/유정한 달빛을 밟으시며/ 뜨락을 거니시던 평양어머님의 발자욱소리/김정은 동지의 발자욱소리"라고 표현했다.

    밤늦게 김 위원장을 집에서 기다리던 생전의 고영희와 김 부위원장을 표현한 대목으로 고영희를 `평양어머님'으로 호칭한 것이다.

    시는 이어 김정은 부위원장이 "전선에 계시는 장군님을 기다리며/어머님과 함께 지새운/2월의 그 밤들을 나는 잊을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8일 김 부위원장을 우상화하는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고영희를 `어머님'이라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평양어머님'이라는 호칭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당시 기록영화는 김 부위원장이 "언젠가 2월16일에도 현지지도의 길에서 돌아오지 않으시는 장군님을 어머님과 함께 밤새도록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 서사시는 이 부분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2년 군부를 중심으로 고영희를 `존경하는 어머님'이라고 호칭하며 우상화 작업에 나섰다가 2004년 고영희가 사망하고 나서 김 위원장의 지시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고영희를 `어머님'에 이어 `평양어머님'이라고 호칭한 것은 최고 영도자인 김 부위원장의 생모 찬양과 가계 우상화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고위층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생모 우상화를 중요하게 다뤄왔으므로 김정은 우상화에서도 이 부분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평양어머님'은 김정은의 생모 등 가계에 대한 우상화를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 고영희의 신분과 경력을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만큼 우상화를 두루뭉술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북한 군부가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에 나섰을 때도 경력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평양어머니' 등으로 지칭하고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보좌한다는 수준의 `위대성' 선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