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난 27일까지 러시아와 서해에서 연합훈련…바랴그호도 참가7년 만의 대규모 연합훈련…러시아 함대도 서해로 '항모 킬러' 보내
  •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2일부터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남쪽 서해상에서 해군 함정 25척, 병력 6,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해군 합동훈련을 벌였다. ‘해상 연합 2012’라고 부르는 이번 훈련은 27일까지 6일 동안 시행됐다.

    중국 안팎에서는 이번 훈련의 목적이 한·미·일 군사 동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은 중국 측 총감독을 맡은 딩이핑(丁一平) 해군 부사령원을 인용해 “이번 훈련의 주 임무는 해상 연합 방어와 교통로 확보 등”이라고 했다.

  • 중-러 해군의 서해연합훈련을 보도한 장면. 6,000명 이상의 병력, 22척의 전투함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화면캡쳐: MBC 보도화면]
    ▲ 중-러 해군의 서해연합훈련을 보도한 장면. 6,000명 이상의 병력, 22척의 전투함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화면캡쳐: MBC 보도화면]

    중국은 이번 훈련은 다른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해군이 세계 최강의 전투함으로 불리는 순양함 바랴그 호와 함께 구축함, 헬기 등을 대거 참가시킨 것을 근거로 태평양 제해권을 갖고 있는 미국에 맞서기 위한 중-러 공동 훈련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의 야심, 미국은 알고 있다

    중국의 이번 연합훈련은 이미 예정돼 있던 것이다. 이 훈련계획이 알려질 때부터 목적은 중국의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궁극적 목표도 한국 언론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져 있다.

    그 사례가 2007년 8월 티모시 키팅 美태평양 사령관의 방중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워싱턴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키팅 사령관은 방중 기간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 지휘부와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중국군 고위 인사들이 “하와이 서쪽까지 미군은 물러나라. 그러면 안전하게 보내주겠다”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이 요구를 들은 키팅 사령관은 즉시 방중일정을 취소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와 국방부와 백악관에 보고했다. 미국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美국방부는 즉시 답변을 내놨다.

    “우리 정책은 누구에게도 ‘공간’을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폴 헤스터 장군은 “미군은 서태평양에서의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둔하고 있다”며 중국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후 미국과 중국 간의 ‘물밑’ 세력다툼은 치열해졌다.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정책도 강화됐다. 지난 3월 새로 임명된 사뮤엘 라클리어 제독(해군 대장)은 중국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美해병대는 2011년 3월 중국의 ‘류큐공정’에 대응하려는 일본을 위해 자위대 일부 병력을 캘리포니아로 데려가 ‘상륙훈련’을 시켜 주기도 했다. 美의회가 2011년 말 초당적 협의체를 통해 국방비를 향후 6,500억 달러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음에도 행정부와 의회는 “주한미군의 병력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 ‘동아시아 패권’ 장악

    중국이 원하는 건 ‘동아시아 패권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세력은 미국과 그 동맹국이다. 그런데 바로 인접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동맹이라는 점이 늘 문제였다.

  • 중국이 '도련선 전략'을 바탕으로 이어도와 함께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류큐제도. 남사군도는 물론 오키나와도 포함돼 있다.
    ▲ 중국이 '도련선 전략'을 바탕으로 이어도와 함께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류큐제도. 남사군도는 물론 오키나와도 포함돼 있다.

    여기다 자신들의 ‘영주국’ 수준으로 전락한 북한이 2005년 9월 핵실험을 한 뒤 미국이 나서 한-미-일을 엮어 군사동맹으로 만들려 하자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련선 전략’ 공표와 이를 기초로 한 ‘류큐공정’이다.

    중국은 19세기 중반까지 자신들이 류큐 왕국의 왕을 인정해줬다는 점을 들어 류큐 제도를 내놓으라고 일본에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류큐 제도에는 남사 군도는 물론 오키나와까지 포함된다는 점. 이에 일본은 중국의 도발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대응하나, 필리핀, 베트남과의 ‘영토분쟁’에서 무력을 사용한 적이 있는 중국 때문에 내심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중국의 횡포에 끙끙 앓고 있다. 중국은 서해가 자신들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되므로 ‘내해’라고 주장한다. 여기다 김정일이 21세기 초 팔아먹은 어업권을 내세워 서해는 물론 동해에서도 중국 어선들을 풀어 불법조업을 하면서 ‘합법성’을 주장한다. 이를 단속하는 우리나라 해양경찰을 살해해도 자국인이라며 범인들을 감싸 돈다.

    최근에는 이어도 인근에 관공선(우리나라의 어업지도선과 비슷하지만 무장 선박임)을 보내 우리 어부들과 해경, 어업지도선을 협박하기도 한다. 제주도 관광객에게는 비자가 면제되는 점을 악용해 불법체류자를 보내도 묵인한다.

    이 같은 상황을 보는 미군은 동아시아에서 철수할 수가 없다. 美해군 전력이 빠진 동아시아의 미래가 어떨지 불을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과 미국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러시아의 입장은 ‘균형자’를 유지하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가끔 중국과 함께 군사훈련을 해주면 미국이 직접적인 대결 대상인 중국 보다 대화가 편한 러시아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 중국 언론이 보도한 '중-러 서해연합훈련'의 개요도. 이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중국 언론이 보도한 '중-러 서해연합훈련'의 개요도. 이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강대국들의 ‘패권 쟁탈전’에다 ‘3대 세습정권’이 생긴 한반도는 날이 갈수록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다음 수단은 무력시위?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군은 이번 서해 연합훈련에 미사일 구축함과 호위함, 잠수함 등 18척의 전투함, 젠(殲)-8 전투기와 젠훙(殲轟)-7 폭격기 13대, 대잠 헬기 5대 등과 북해함대와 동해함대, 남해함대 등 중국 주력 해군 함대의 모든 함정을 출동시켰다고 한다. 참여병력도 4,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훈련의 목적은 해상 방어, 교통로 확보 등 평화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병력과 장비 규모를 보면 미군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7년 8월 키팅 제독에게 대담하게 “서 태평양을 내놓으라”고 했던 중국군의 대규모 합동훈련은 조만간에 이어도 점령이나 남사 군도 점령, 또는 제주도 앞바다, 서해에서의 대규모 무력시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