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홍의 ‘쓸모 있는 바보들’ 이야기

     

  •   “진보만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 뭔가 북한과 관련된 벽이 있어요. 꼭 종북들이 아니고서라도 근본적인 북한문제에 대한 의식이 약합니다.”

      한기홍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대표가 <미래한국>과 인터뷰한 기사의 한 대목이다. 한 대표는 <진보의 그늘>이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1990년대 종북 지하당인 민족민주혁명당의 비전향부대가 어떻게 민노당 진보당을 잠식해 오늘의 대한민국 국회에까지 진출했는지를 알린 인사다.

      앞에 인용한 말은 한 대표가 “북한 민주화 운동의 장애물은 뭐냐?”는 <미래한국>의 질문에 답한 것 중 일부다. 과연 그렇다. 필자 역시 항상 느껴오던 게 그것이다. 골수 종북 주사파 활동가는 오늘의 시점에서는 소수다. 그런데 그 소수가 어떻게 ‘진보’ 진영의 대주주가 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협하게 됐는가?

      ‘진보’ 안에서 극좌를 압도할 소신 있는 중도좌파(사회민주주의 등)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력화됐거나 식물화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지식인 차원과 대중 차원을 막론하고 종북의 존재와 그 위험성에 대해 인식이 별로 없는 게 정작 큰 문제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필자가 종북을 열나게 들추고 비판했을 때 “친북이 어디 있다고 그러느냐?”는 어이없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있더라도 별 게 아닌데 왜 그리 야단이냐는 것이었다.

      그들의 말인즉 이랬다. “북이 거덜 나고 한국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그까짓 종북파가 조금 있은들 그게 무슨 위협이 되느냐?” “오히려 북에 달라는 대로 주고 살살 달래서 ‘초코파이 효과’를 일으키면 북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지 않고 너처럼 공격하는 것은 시대착오요 수구꼴통이다” 운운.

      이 말들은 북을 바보로 전제하는 가설이다. 북이 그렇게 어리숙한 줄 아는가? ‘초코파이 효과’가 일어나면 북의 권력집단은 그날로 죽는다. 그런 독배를 북의 권력집단이 바보 천치가 아닌 다음엔 왜 마시겠는가?

      오히려 북의 권력집단은 우리가 준 막대한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써서 우리를 향해 “3~4분 안에 청와대와 동아일보 KBS, YTN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경제는 백성 굶길 정도로 거덜 났어도 군사적으로는 붙을 터면 붙자 할 정도로 힘을 키웠다는 선언이다. 북은 그만큼 ’초코파이‘론자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셈이다.

      국내적으로는 골수 종북이 민족주의 정서와 막연한 ‘평화’를 자극해 우리의 안보의식과 안보장치를 해체하려는 각종 거짓 선전선동으로 청년층과 대중을 저인망으로 끌어가고 있다. 그런 추세는 제도정치권, 교육, 문화예술, 법조, 노동, 국책사업 현장 할 것 없이 우리 사회 각계각층, 모든 부문에 파급돼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종북이 더러 있은들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할 것인가?

      북의 ‘불바다’와 남쪽 종북이 대한민국을 앞뒤에서 협공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골수 종북에 뭐가 뭔지 모른 채 최면당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의 존재다. 이들이 종북에 세(勢)를 몰아다 주는 게 문제다.

    한기홍 대표가 한 말은 바로 그것이다. “꼭 종북들이 아니고서라도 근본적인 북한문제에 대한 의식이 약합니다.” 

    맞다.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