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당 선관위에 '확정 공고 늦춰달라' 요청"유시민 "당 중앙선관위 결정은 결정대로 내리게 하고…"
  • "거제 현장투표소 투표함에서 명부상 선거관리인의 서명이 통째로 누락됐다.… 이 투표함을 유효처리하면 이영희 후보가 비례 8번이 되고, 무효 처리하면 노항래 후보가 8번이 되는 상황이었다." - 이정희 공동대표, 공청회 자료집 中-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는 10일 "노항래 후보에 비례 10번을 받아들이라고 강력히 주장한 사람은 저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내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부정선거'를 인지하고도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일부 후보를 희생시킨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유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총선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당을 어느 정도 정비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대의를 위해,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이정희 공동대표가 발표한 자료집에 따르면 거제 투표함에 대한 당 선관위의 무효처리 결정에 앞서 대표단은 양 후보를 불러 '정치적 해결'을 도모했다.

    "네 사람의 공동대표 모두가 이 일에 실질적으로 관여돼 노항래 후보,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 당 선관위원회 김승교 위원장을 각자 설득하거나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실행하게 했다." - 이정희 공동대표, 공청회 자료집 中-

    대표단의 이같은 결정은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인 이영희 후보가 당선권과 멀어진 비례 10번이 되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동계가 반발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총체적' 부정선거가 노동계를 배려하는 기회가 됐던 셈이다.

    이 대표는 자료집에서 "내가 유시민 공동대표의 자필로 함께 결정문안을 마련해 선관위에 전달, 그대로 발표토록 했다"고도 했다. 부정투표를 무효표 처리해, 비례 8번이 돼야할 노항래 후보(국민참여당 출신 비당권파)를 10번에 배정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당 중앙선관위 결정은 결정대로 내리게 하고 당을 화합으로 이끌기 위해 후보의 대승적 양보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선관위의 확정공고를 미루고 대표단 결정대로 처리해줄 것을 요청해 당원의 의사를 왜곡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한 나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 - 이정희 공동대표, 공청회 자료집 中-

    그러나 유 대표는 당 선관위원장과 자신은 소통이 없어서 경위를 모른다고 했다. 즉, 이정희 대표가 당권파인 김승교 선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 선관위의 확정 공고를 미루는데 자신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 대표는 "저는 당 중앙선관위원장과 아무런 소통이 없어서 (이 대표가 말한) 경위가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 대표가 당 선관위와의 '거래'를 시인하기 전까지 관여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대신 유 대표는 "내부에 불신이 생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당의 독립기구가 독립기구답게 하지 않은 데도 이유가 있다. 자기 몫을 지키고 느꼈으면 한다"며 이 대표와 당 선관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가 언급한 '독립기구'는 진상조사위가 이번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에 '1차적 책임자'로 지목한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 전체 선거를 이끈 선관위원장인 김승교 변호사는 '민변'출신으로 이정희 공동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정평)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