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108참회정진'... 조계종 "도박-비밀촬영 모두 엄중 처벌"성호 스님 "검찰 수사 및 종단의 대처 방안에 따라 추가 폭로하겠다"
  • 호텔에서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승려들 ⓒ 성호스님
    ▲ 호텔에서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승려들 ⓒ 성호스님

    검찰이 도박사건 파문을 일으킨 조계종의 고위직 승려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고발한 성호스님이 추가폭로를 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허철호)는 사건을 고발한 전북 진안 금당사 전 주지 성호 스님을 이르면 이번주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계종 소속 승려 8명은 지난달 23일 전남 장성의 한 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13시간여 동안 억대의 판돈을 걸고 포커 도박을 벌였다. 도박을 벌인 고위 승려에는 조계사의 주지 토진 스님과 부주지 의연 스님, 조계종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종회의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불총림 방장 수산당 지종 대종사의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당시 장성에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성호 스님은 이 같은 사실을 검찰에 고발했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동영상도 증거로 제출했다. 그는 동영상이 든 이동식저장장치(USB)가 자신이 거주하는 불당에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도박판에는 실제 승려가 아닌 자들도 포함되어 있고 이들이 종단 이권사업에 개입하고 계율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먼저 13시간 분량에 이르는 동영상을 성호 스님이 입수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추가 증거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특히 동영상 내에서 승려들이 판돈으로 보유한 거액의 현금 출처에 대해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문제의 동영상이 촬영된 경위도 조사할 예정이다.

  • 지난 1월, 성호 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명빈, 자승 스님 물러나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성호 스님
    ▲ 지난 1월, 성호 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명빈, 자승 스님 물러나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성호 스님

    성호 스님에 따르면 이번 도박 사건에 연루된 스님들은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옹립한 최측근들이다. 성호스님은 호법부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직접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그는 "승려들의 도박과 음주, 음행, 횡령, 은처(숨겨둔 부인)가 고위층에도 존재한다. 그에 관한 추가 자료와 사진, 동영상을 갖고 있고 검찰 수사 및 종단의 대처 방안에 따라 추가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성호 스님의 추가 폭로에는 ‘룸살롱 사건’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룸살롱 사건'은 2001년 강남 신사동에 있는 모 룸살롱에서 나오는 명진스님, 자승스님 등을 우연히 본 신도가 인터넷에 이 사실을 올리면서 기사화 됐던 사건이다.

    성호스님은 지난해 11월부터 "명진스님과 자승스님 등이 룸살롱에 간 적이 있어 '산문출송(승적을 빼앗고 절에서 내쫓는 것)'하고 구속수사하라"며 1인시위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성호스님은 당시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토진 스님은 이번 도박사건에도 연루됐다.

    성호스님은 "룸살롱에 간 것은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징계도 필요없이 내쫓아야만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법응스님도 지난 1월 한 언론에 기고문을 올려 "성호스님한테 잘못이 있으면 징계하고 그의 주장이 일부라도 옳다면 종단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불교와 조계종이 개망신을 당하고 있는데도 총무원 집행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앞서 정대스님은 "룸살롱 출입은 사실이다. 거기 핵심이 호법부장 등 조계종을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못 건드린다"고 한 바 있다. 또한 명진스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룸살롱에 갔던 것은 맞지만 중으로서 계율은 지켰다"며 '룸살롱 출입'이 사실임을 밝혔었다.

    성호스님은 1958년생으로 1976년 금산사로 출가, 송월주 스님의 총무원장 시절 사업국장 등을 지냈다. 2009년 총무원장 선거때 현재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과 관련된 괴문서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승적박탈이 됐지만 법원에서 제적 징계의 효력 정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 불교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사건과 관련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 및 계파 대표 회의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연합뉴스
    ▲ 불교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사건과 관련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 및 계파 대표 회의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도박 파문'이 불거지자 조계종은 총무부장, 기획실장 등 집행부 6명이 지난 10일 사의를 표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지난 9일 논평 발표를 통해 "도박과 비밀촬영 모두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조계종 스님들이 하필 열반에 드신 교구본사의 방장스님 49제에 참석해 도박판을 벌였고 이것이 계획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으로 밝혀졌다. 도박은 승속을 떠나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부도덕한 사회문제"라고 토로했다.

    조계종에서 최고 어른격인 종정스님은 지난 9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 기자회견에서 "삭발염의하고 시줏밥 먹을 자격이 없다. 먹물 옷 입을 자격도 없다. 출가자로서 우를 범하고, 못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5일부터 108참회정진에 들어간다. 앞서 그는 지난 11일 "국민과 불자 여러분께 참회드립니다"는 제목의 참회문을 발표했다.  "세간의 욕망에 더욱 초연해야 할 수행자들이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과 불자들에게 심려와 허탈감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참회드린다"고 밝혔다.

    또 종단 집행부를 비롯한 중앙종회, 호계원 등 종단 주요기관 대표와 소임자들은 14일 오후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현안을 논의한 끝에 종단 재정투명성 제고와 전문종무원 사찰 배치 등으로 스님들이 수행과 교화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 예하의 참회 표현, 종단 수장인 총무원장 스님의 참회문의 뜻을 이어 받아 모든 사부대중이 흔들림 없이 정진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의 참회와 공직사퇴 등 조치 확인, 호법부의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공개 발표하자고 뜻을 모았다. 또한 도촬자에 대한 조사 결과 역시 함께 발표할 것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