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지난 27일 한국 정부의 취재 봉쇄 철회를 촉구하는 세 번째 공개서한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냈다. IPI는 ‘언론의 유엔’으로 불리는 세계의 대표적 언론단체다. 요한 프리츠 사무총장 명의의 서한은 “공무원의 기자 접촉 제한, 브리핑룸 통·폐합 등은 언론에 대한 적대감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조치들이 언론 자유는 물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음을 다시 천명한다”고 했다. IPI는 특히 이번 서한에서 “노 대통령의 ‘기자실에 대못질하겠다’는 발언은 전 세계 민주국가의 기자들을 경악하게 했다”고 했다.

    IPI는 지난 6월 첫 서한에선 “언론의 감시 역할을 방해하려는 조치는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한국 정부가 뭔가를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반박하자 다시 “공무원들이 기자와 접촉한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는 취재원 보호를 명백하게 가로막고 있다”고 서한을 보냈었다.

    경악한 것은 IPI만이 아니다. 세계신문협회(WAN)과 세계편집인협회(WEF)도 6월 노 대통령에게 보낸 공문에서 “새 규제는 국민에게 정보를 알려야 하는 언론의 역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국제기자연맹(IFJ) 회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세계의 언론계가 이 정권이 벌이고 있는 언론 대못질 사태에 혀를 차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노 대통령이 언론을 적으로 여기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대못질’을 공언하면서 정부 부처에서 기자들을 몰아내고 정책 실패와 비리 취재를 원천 봉쇄하고 나올 줄은 세계 언론계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IPI는 우리나라를 감시 대상국으로 3년 만에 다시 지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시 대상국이란 언론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다. 현재 IPI의 감시 대상국은 에티오피아·짐바브웨·네팔·러시아·베네수엘라다. 이들 나라와 그 지도자들이 국제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노 대통령은 지금 언론에만 대못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라와 자신의 위신에도 대못을 박고 망치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