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일관되게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고, 인육공급 했다는 증거 없다"
  • 수원 주택가에서 길 가는 20대 여성을 납치해 수백 조각으로 토막내 살해한 혐의(강간살인 등)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오원춘(42)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 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18일 오원춘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사형을 판결받은 1심보다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원춘의 범행 자체에 대해서는 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면서도 사형선고하는 데 결정적인 이유가 된 '인육공급' 등 범행 목적은 양형요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원춘은 극도로 죄의식이 결여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적극적으로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범행 수법도 잔인무도한 만큼 마땅히 사회로부터 격리할 만한 중형을 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체를 훼손한 수법과 훼손 형태, 사체 보관방법 등을 근거로 "오원춘이 인육 제공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말이다.

    "사체 유기가 아닌 다른 의도가 의심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별다른 범행 도구가 준비 안 된 점, 칼이 무디니까 칼갈이에 갈아가며 살점을 잘라낸 점 등을 미뤄 사체를 불상의 용도로 제공하려는 의도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검찰 조사에서부터 오원춘은 '강간을 시도하려다 실패해 살해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거나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원춘은 지난 4월 1일 오후 10시30분 경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A(28·여)씨를 집으로 끌고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뒤 시신을 360여 조각으로 토막내 유기하려는 찰나 경찰에 검거됐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이동훈)는 "범죄 정황을 종합했을 때 인육공급 등 불상의 용도로 시신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살해 목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반인류적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반성의 기미나 개선의 여지가 없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한편 이 같은 서울고법의 판결에 네티즌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떤 네티즌은 "그렇다면 앞으로 살인범은 '일관되게 범행을 부정'하면 감형이 되겠다"고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