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재선거, 좌우진영 단일후보 확정 左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 “곽 전 교육감 계승” 右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 “전교조로 인한 폐단 바로 잡을 것”
  • ▲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우파 단일후보(왼쪽), 이수호 서울시교육감 좌파 단일후보(오른쪽).ⓒ 연합뉴스
    ▲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우파 단일후보(왼쪽), 이수호 서울시교육감 좌파 단일후보(오른쪽).ⓒ 연합뉴스


    전직 전교조위원장과 교육부장관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승자는 연간 예산만 7조원에 달하는 ‘교육 소통령’이 된다.

    다음달 19일 치러지는 18대선의 ‘교육 분야 런닝메이트’ 성격을 갖고 있는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모두 윤곽을 드러냈다.

    우파진영이 일찌감치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를 단일후보로 추대하면서 이슈를 선점하는 등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좌파진영도 단일후보를 내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13일 밤 좌파진영은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을 단일후보로 확정했다.

    이 전 위원장은 서울시민 선거인단 투표(40.625%), 여론조사(40.625%), 배심원단 투표(18.75%)로 치러진 단일화 경선에서 모두 1위를 달리며 다른 4명의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당선소감을 통해 곽 교육감에 대한 계승의지를 분명히 했다.

    혁신교육의 흐름은 중단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지식인 몇 사람이 하는 그런 행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새로운 교육행정으로 한 걸음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경북 영덕 출신인 이 전 위원장은 영남대 국문과를 나와 1974년 국어교사로 교단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 전교조 운동을 주도하다가 해직됐다. ‘1세대 전교조’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이후 10년간 전교조 사무처장과 부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전교조 합법화와 해직교사 복직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거두는 등 역량을 인정받았다.

    1998년 전교조 합법화로 서울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복직했으나, 2001 전교조 9대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교단을 비웠고 2004년에는 민주노총 제4기 위원장을 맡으면서 다시 교단을 떠났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다.

    좌파진영이 단일후보를 선출하면서 이번 서울교육감 재선거는 사실상 좌우 맞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앞서 우파진영은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를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2000년 제40대 교육부장관을 지낸 문 후보는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올 8월 정년퇴임했다.

    이후 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교육분야 공약 개발을 주도했다.

    문 후보는 좌파 진영의 단일화에 대비해 유력한 우파 단일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출마를 고사했다.

    그러나 후보 난립으로 2년 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파 원로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격 출마를 선언했다.

    좌우진영이 모두 단일후보를 내면서 이번 선거는 사실상 좌우 1대1 맞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독자후보들이 완주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좌우진영 모두 큰 잡음없이 단일화를 마무리해 재3 후보들의 출마로 인한 이탈표는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한 독자후보는 좌파진영의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 중도성향의 이상면 서울대 명예교수, 우파진영의 이규석 전 교과부 학교교육지원 본부장과 최명복 서울시 교육의원 등이다.

    좌우 단일후보가 모두 확정되면서 양 진영간 기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무상급식이란 메가톤급 정책이 나왔던 2년전 교육감 선거와는 달리, 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대형 공약이 없어, 교육감 직무 적합도와 인물론, 이슈 선점 등이 선거의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수호 후보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공약들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학교선택제 폐지, 혁신학교 정책 계승, 학생인권조례 및 무상급식 지속 추진 등을 강조했다.

    “학교선택제가 시행되면서 자율고, 자공고 등이 학교를 서열화시키고 있다”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한 정책 중 나쁜 점은 보완하고 고쳐 원래 취지를 살릴 것”

    “특히 곽 전 교육감이 중점 추진한 혁신학교나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등을 통해 질 높은 인간중심학교로 발전시킬 것”


    먼저 선출된 우파진영 문용린 단일후보에 대해서는 강한 경계심을 보이면서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에서 중요한 당직을 맡은 문 후보가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어 그는 문 후보가 내놓은 중학교 1학년 시험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은 좋게 생각한다. 다만 실제로 학교에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

    이수호 후보는 이밖에도 고교까지 무상급식 확대, 자율고 및 특목고(과학고, 외국어고) 감독권 강화, 학업성취도(일제고사) 폐지, 혁신학교 확대, 학생인권조례에 맞춘 학칙 개정,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반대 등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좌파진영의 움직임에 대해 우파의 문용린 단일후보는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등 ‘깜짝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슈를 선점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문 후보는 곽 전 교육감의 핵심정책인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등에 대해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국영수를 제외한 기타 교과 교사들에 대한 차별 등 교원 사이의 내재된 문제점을 거론한 점도 눈길을 끈다.

    문 후보는 교육현안 중 무상급식이 우순순위는 아니라면서도 교육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하겠다고 (곽 전 교육감이)약속했으므로 재정 범위 안에서 단계적으로 실시할 것”

    나아가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한 정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폐지하지 않고 일부는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곽 전 교육감을 비롯한 좌파교육계의 상징과도 같은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좋은 점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혁신학교의 토론식 수업과 공동체 수업 등은 장점이 많다. 다른 학교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

    ‘뜨거운 감자’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생인권조례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면 교사가 학생의 소지품을 살펴볼 수 있지 않은가”

    “학생인권조례 내용 중 교사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부분은 없앨 것”

    이밖에 고교선택제 현행 유지,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찬성 등 주요 교육현안에 대해  이수호 후보와 상반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이로 인해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해 이수호 후보와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학교폭력 및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차별화된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