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첩보 액션스릴러!

<87> 부활

| 최종편집 2013.03.05 10: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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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화 장편소설 '레드'-2

<87> 부활


“끼이익!”
“타타타타타타타타…….”
마침내 지원 병력을 태운 여러 대의 군용트럭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특수전 요원들을 태운 수송헬기의 선두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헬기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로터의 소음도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은 헬기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과 바람을 피해 몸을 바닷가 쪽으로 돌렸다. 그때 선착장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던 현우의 시야그물에 낯선 부유물이 걸렸다. 선장의 사체였다. 현우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파도에 쓸려가지 않도록 사체를 확보했다. 잠시 후 파출소장이 파악한 선장의 출항신고서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제 합참수색조는 선장의 낚시어선을 찾는 게 최우선 과제로 되었다.
“선장의 사체는 검안했어?”
“사인은 역시나 여러 발의 총상이야.”
“현장정리가 대충 끝났으니까 너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는 게 어때?”
“솔직히 부상 정도가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야.”
“그럼 아까는 왜?”
“지금 이런 말 하기는 조금 그런데 눈을 뜨고 보니까 내 앞에 있는 비눗방울이 곧 터질 것 같잖아.”
“유진 씨의 마음을 봤구나?”
“그래, 아무튼 현재 해군 2함대사령부가 경비함정 5척을 급파해 외곽차단조치에 들어갔어. 그러니까 곧 무장간첩들의 도주행적도 드러날 거야.”
“하지만 수색범위가 너무 넓어. 거기다 시간까지 촉박하고.”
“그렇긴 해. 하지만 군·경의 탐색능력도 한 번 믿어봐.”
“저 팀장님?”
“왜 유진 씨?”
“공군이 전술정찰한 결과 황해도 장산반도의 해군기지에서 조금 전 무레나(Murena)급 공기부양정의 운항이 관측됐답니다.”
“뭐!”
“북한 서해함대사령부와 정찰총국, 4군단 특수부대의 현재 움직임은?”
“다행히 현재까지는 해상침투세력 또는 북한의 추가도발과 관련해 특이동향은 파악된 게 없답니다.”
“그것 때문에 지원병력 투입이 늦어졌나보군.”
“아마도요.”
“저, 유진 씨. 뭣 좀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현재 우리 군의 작전인가구역(AO)에서 항해 중인 다른 나라 함정이나 선박도 확인된 게 있습니까?”
“예, 영국·호주·브라질·캐나다 등 10여 개 나라의 150여 척의 선박이 운항 중입니다. 가장 많은 것은 중국 국적의 선박들입니다.”
“그중에 북한 국적의 선박은 없습니까?”
“현재 북한 국적 화물선 한 척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시속 10노트(16~18km/h)의 속력으로 충남 태안의 신진도에서 서쪽으로 150여km 떨어진 서해 공해상에서 북상 중입니다.”
“화물선의 출항지와 마지막 정박지도 알 수 있습니까?”
“자료에 의하면 이란 남부의 반다르 압바스항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중국의 홍콩항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북한의 남포항으로 운항 중입니다.”
“그러면 그 화물선의 선명과 적재한 화물도 확인됐습니까?”
“확인된 선명은 2,400t급 강남 4호입니다. 그리고 적재화물은 디젤유와 가솔린 등 정유로 확인됐습니다.”
“…….”
마침내 군·경의 전면적인 합동수색작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선장의 사체발견으로 드러난 무장간첩들의 도주시점은 이미 상당히 지난 후였다. 따라서 지금쯤은 영흥도에서 상당히 먼 바다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모든 생명체의 이동에는 어느 정도 일정한 수학적 패턴이 존재한다. 그건 이동의 특정적인 키워드가 생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을 쫓으면 엉킨 이동패턴도 쉽게 풀 수가 있다. 때문에 현우는 냉철한 논리와 날카로운 직관으로 피오기가 가진 사고체계의 메커니즘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아무튼 무장간첩들이 공해상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꼭 잡아야 해.”
“맞아. 공해상에는 또 다른 무장세력이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상존하니까.”
그때 합참으로부터 긴급사항이 다시 전파됐다. 내용은 3차원 레이더에 미식별 선박 한 척이 잡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레이더스크린에 표시된 좌표로 볼 때 미식별 선박은 현재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덕적군도를 항해하고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영흥도에서 대략 30km 정도 서쪽에 위치한 덕적도에서 다시 남서 방향인 백아도(白牙島)로 진행 중이었다. 항적과 궤적 및 시간상으로 볼 때 무장간첩의 도주선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현우와 정원은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북쪽이 아닌 남서 방향인지 쉽게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치에 닿지 않을 만큼 기괴한 도주였다. 그때 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방금 해군의 링스가 미식별 어선에 접근하다 날아온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에 격추됐다는 급보였다. 이로써 미확인 어선의 실체가 명백해졌다.
“현우야, 우리도 어서 출발해야겠다.”
“난 함께 가지 않을 거야.”
“그래, 잘 생각했다. 지원 씨를 보면 제아무리 침착한 너라도 평상심을 잃을지도 몰라. 우리가 지원 씨를 안전하게 구출해서 이리로 모셔올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데 정원아, 무장간첩들이 타고 도주한 어선의 톤(Ton) 수가 얼마나 되지?”
“9.8톤짜리 꽃게잡이어선이야.”
“알았다, 고마워.”
“고맙긴, 그럼 이제부터 지원 씨가 안전하도록 기도나 해줘. 나도 함께 해주면 좋고.”
또다시 발생한 인명피해로 인해 현우와 정원은 잔뜩 긴장했다. 현장상황은 점점 더 험악한 늪지대로 변하고 있었다. 현우와 정원의 눈에도 적색신호가 켜졌다. 정원과 유진이 서둘러 수송헬기에 탑승하자 곧바로 고도를 급상승시키더니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부두에 남겨진 건 현우 혼자뿐이었다. 현우는 지원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몹시 어둡고 침울해 보였다. 그때 초대하지 않은 현우의 휴대전화가 희미한 의식 속으로 들어왔다.
[현우니? 엄마다.]
“식사는 하셨어요?”
[요즘도 밥 못 먹는 사람 있니? 시시때때로 물어보게.]
“요즘은 헌혈 안 하시죠?”
[그래, 네가 하도 감시를 해서 못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아참! 내 정신 좀 봐. 다름이 아니고 요즘 꿈자리가 하도 뒤숭숭해서 큰맘 먹고 오늘 서울에 올라왔다.]
“지금 어디신데요?”
[어디긴, 네 오피스텔이지. 그런데 무슨 남자애가 계집애보다도 더 깔끔하게 해놓고 사냐?]
“지난번 통화 때 제가 드린 키를 잃어버리셨다고 하셨잖아요.”
[호호호, 찾았다. 글쎄, 전화기 밑에 있지 뭐냐. 내 정신이 이래요.]
“저 지금 조금 바빠요.”
[어, 그래! 미안, 호호호. 뭐 먹고 싶은 것 없니, 지금 마트에 갈 건데.]
“전 엄마가 해주시는 건 다 맛있고 좋아요. 그러니까 하고 싶으신 것 그냥 하세요.”
[너 그거 아니? 그게 제일 어렵고 까다로운 레시피라는 거. 하지만 기분은 좋다. 그럼 오늘 간만에 솜씨자랑을 할 테니까 저녁은 꼭 집에 와서 먹어야 한다?]
“예, 그럴게요.”
[오케이! 그럼 끊는다.]
“예.”
정다운과의 전화를 끊고 먼 하늘을 응시하던 현우가 갑자기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짧은 통화가 끝나자 현우의 본능이 강한 전의(戰意)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때 정원이 날아간 하늘 반대편에서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선박 하나가 현우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현우와 헤어지고 10여 분쯤 지났을 무렵, 정원이 탄 헬기는 목표 해역인 백아도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작전 해역에 들어서자 발밑으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령관(소장)이 탑승하는 2함대의 기함인 3,000톤급 DDH-972 을지문덕함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천안함과 같은 급인 PCC-779 영주함을 비롯해 각종 전투함들이 긴급 출항해 전속력으로 기동하며 목표물을 쫓았다. 공중에서도 P-3C 해상초계기, 링스(Lynx) 대잠헬기, UH-60 블랙호크 기동헬기 등이 유기적으로 대간첩작전을 도왔다.
“영흥호, 여기는 을지문덕함이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귀선은 우리의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계속 도주하고 있다. 지금 당장 정선하지 않으면 강력조치를 취하겠다.”
“…….”
“역시 응답이 없습니다. 함장님.”
“함포 발사!”
“함포 발사!”
“쾅! 쾅!”

순간 구축함의 함수에서 무장간첩들의 주위를 분산시키고 도주속도를 늦추기 위해 54구경 127㎜ 함포가 가장 먼저 발사됐다. 포탄이 포강(砲腔)을 빠져나와 어선에서 3마일 정도 앞바다에 정확히 명중되자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었다. 곧이어 함미에서도 근접방어무기체계인 30㎜ 골키퍼가 불을 뿜었다. 그리고 링스가 날아올라 K-6 중기관총 수백 발을 어선 주위에 발사했다. 함포보다 심리적으로 더 큰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위협사격이었다. 이제 서해바다는 팽팽한 전운이 감돌았다.
“그래, 남조선 반동들아 오고 싶으면 와라.”
하지만 피오기와 홍화도 격렬하게 저항했다. 사실 정찰총국 소속인 피오기와 홍화도 게릴라전과 사보타지 등 비정규전에 특화된 전투원이었다. 홍화는 고속단정(RIB)을 타고 접근하는 특수전 요원들을 향해 AK-74 돌격소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수류탄 투척으로 승선을 저지했다. 홍화의 사격은 분노에 찬 음악 같았다. 하지만 피오기와 홍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점점 불리해진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입체작전을 펼치고 있는 군·경의 차단작전을 뚫고 나간다는 건 맨몸으로 피냄새를 풍기며 포식자 무리를 지나가는 것만큼 위험했다. 상황을 파악한 홍화가 전술적인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조타실로 뛰어들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타!”
“!”
“도주선에서 인질이 한 명 감지됐다, 오버!”
“대응사격 중지!”
“팀장님, 지원 씨입니다.”
“흠!”
“타타타타타타타타!”
“남조선 반동들, 잘 듣기오. 더 이상 우리를 추격하면 이 에미나이의 생명을 보장할 수가 없소. 그래도 좋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홍화는 지원을 고압적이며 모욕적인 자세로 정원이 탄 수송헬기를 향해 똑바로 세웠다. 그리고 한 손에 든 권총으로 지원의 관자놀이를 겨냥하고, 다른 손에 든 AK-74 돌격소총으로 무차별 난사했다. 순간 작전 중이던 헬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선 군·경은 무장간첩들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여 인질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군사작전을 일시 중지했다. 그런데 정원의 쌍안경에 잡힌 지원의 모습은 악몽처럼 충격적이었다. 역시나 폭탄조끼를 입은 채 양손이 끈으로 결박당한 상태였다. 물론 몸과 마음의 피로도 상당히 극심해 보였다. 어느새 도주선은 백아도에서 항로를 수정해 서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군·경은 난처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수를 좀처럼 찾지 못했다.
“팀장님, 과감하게 특수전 요원과 전술팀을 헬기 패스트로프로 어선의 선미에 신속하게 침투시키면 어떨까요?”
“레펠링(Rappelling·현수하강)으로 공중침투를?”
“예,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처럼 달리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전술적으로 유용한 방법 같은데요.”
“유진 씨, 저들은 단순한 해적이 아니라 북한의 최고 살인병기들이야. 따라서 인질과 특수전 요원들의 위험부담이 너무 커. 더구나 레펠링을 하기에는 어선의 규모가 너무 작고 또 바람까지 부는 최악의 환경이야.”
“하지만 특수전 요원들에게 있어 공중강습과 헬기레펠은 기본훈련입니다. 따라서 특수전 요원들이라면 무리 없이 하강할 수 있을 겁니다.”
“타타타타타타타!”
“!”
“그런데 저건 무슨 헬기지?”
“TV방송사의 취재헬기입니다. 세상에! 어떻게 여기까지.”
“정말 최악의 상황에 안 좋은 일만 터지는군.”
“그러게요.”
군·경이 차단선을 뒤로 물린 틈을 비집고 백아도 인근 해역에서 TV방송사 취재헬기 한 대가 날아왔다.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해 군·경의 작전을 곤경에 빠트리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더구나 특종을 잡기 위한 욕심이 앞서 도주선 주위로 무모하게 근접비행까지 시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타실에서 피오기가 모래를 씹는 표정으로 나왔다.
“!”
“취재헬기! 지금 당장 안전지대로 대피하라. 대피하라!”
“남조선 반동들아, 이미 너무 늦었다.”
“쾅!”
피오기는 조종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주저 없이 RPG-7에서 로켓 한 발을 발사했다. 로켓은 곧장 날아가 취재헬기의 메인로터를 정확히 명중했다. 그리고 피격된 방송사헬기는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힘없이 추락했다. 그런데 헬기탑승자의 인명 피해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방송사헬기의 추락위치였다. 방송사헬기가 추락한 곳은 접근차단을 위해 최대속력으로 기동 중이던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PKG)의 76㎜ 함포 위였다. 곧이어 유도탄고속함의 함수에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솟았다. 정원도 어쩔 수 없이 최후의 결단을 내릴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빠른 속도로 작전구역을 침범하는 또 다른 선박이 정원의 눈에 들어왔다.
“!”
“팀장님, 왜요?”
“저건 우리가 영흥도에서 봤던 그 군용버전 위그선이잖아.”
“예, 틀림없습니다. 바로 그 위그선입니다.”
“그렇다면 합참에서 해군특수전여단인 유디티 실(UDT/SEAL)을 투입한 건가?”
“그러게요.”
“저건 분명히 유디티 실을 위해 특수부대용으로 제작한 5인승 소형 위그선인데, 흠.”
군용 위그선은 주요 선체의 형상이 갈매기의 머리모양이며 전체적인 디자인도 최신형 자동차처럼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다. 비행도 갈매기처럼 수면 위를 가볍게 스치듯 미끄러지며 날았다. 그런데 탄탄한 근육질의 위그선이 곧장 정원이 탑승하고 있는 헬기를 향해 저공비행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100m쯤 앞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날개가 수면에 가까워지자 부드럽게 착수했다.
“팀장님, 우리 쪽으로 오는데요.”
“!”
항공기용 프로펠러엔진에서 소음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갈매기의 눈 부분에 설치된 탑승구가 열렸다. 정원과 유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익숙한 불청객을 마주하며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푹신한 가죽의자 두 개가 나란히 연결된 탑승공간에서 나온 사람은 현우였다. 현우는 밖으로 나와 천천히 5m 정도 되는 날개 위를 걸어왔다. 그리곤 날렵한 각도로 치솟은 날개 끝에서 멈추어 섰다.
“이거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드라마가 펼쳐지는군.”
“그러게요, 팀장님. 어느 면에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데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착한 소원을 빌면 하늘이 반드시 들어준다잖아.”
“하지만 지금은 어설픈 감상과 잘못된 믿음으로 덤벼들기엔 너무 위험한 도박이야.”
“나도 알아. 그래서 네게 또 부탁하는 거다.”
“부탁?”
“내가 총알받이가 안 되도록 공중엄호를 잘 해달라고.”
“그건 결국 가겠다는 소리구나. 흠! 그래, 좋다. 어떻게 할 건데?”
“정해진 시나리오는 없어.”
“!”
“단지 이성보다는 감성의 판단을 따르기로 했다. 그것이 내 전략적 선택이야.”
“이성보다는 감성의 판단을 따른다. 흠! 국가도 널 막을 수는 없겠다.”
“고맙다.”
결국 정원은 현우의 진지함에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 하지만 정원의 포기 속에는 전술팀의 대장이 김 경사에게 그랬듯 현우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다. 정원은 곧바로 권총집에서 M&P9L 권총을 꺼내 예비탄창으로 갈아 끼운 다음 현우에게 던졌다. 그리고 현장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주저 없이 사용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현우는 권총을 받아들고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시간이 축적된 것 같은 무겁고 단단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내 혼탁함과 불순물이 정화되고 컵 안의 물처럼 고요해졌다. 현우는 정원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날리며 다시 위그선에 올랐다. 위그선은 현우의 결연한 투지를 싣고 파도를 뛰어넘으며 무섭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팀장님의 친구분은 볼 때마다 느낌이 정말 다른 분 같아요.”
“현우는 내가 보는 것 그 이상을 보고, 그 이상을 행동하는 친구야.”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요?”
“때론 특수한 상황이 특수한 인간을 부활시키기도 하지.”
“부활이라니요. 그게 무슨?”
“흔히들 세상에선 도망칠 수 있어도 운명은 도망칠 수가 없다고 하잖아. 유진 씨, 어쩌면 우리가 수수께끼 하나를 또 풀었는지도 몰라.”
“전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니까 불멸의 영웅이 우리 앞에 나타났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야.”
“그럼 친구분이 불멸의 영웅!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첫째로 특수부대용으로 제작된 위그선은 아무나 빌릴 수 있는 리스품목이 아니야.”
“정말 그러네요.”
“그리고 둘째, 난 권총을 건네면서 안전장치를 해제하라는 조작법을 설명하지 않았어. 그런데 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안전장치를 발사모드로 변경하더군.”
“그럼 총기를 다룬 경험이 많다는 말씀이신가요?”
“적어도 권총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봐야겠지.”
“솔직히 저도 군사작전과 관련해 그 해박함에 감탄했습니다. 그럼 친구분의 정체가 과연 뭘까요?”
“글쎄, 현재 상황을 우리의 인식 밖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조직과 유령들이라면 그건 오직 하나뿐이겠지. 안 그래?”
“그럼 설마 친구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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