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칼럼] 선진화로 가는 길-3 <문화인101>

몸으로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 <발표력>

김유미 뉴데일리 논설위원 | 최종편집 2013.05.14 1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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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로 가는 길- 3
>

발표력  

김유미 /뉴데일리 논설위원, 재미 작가


인근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6학년 학생들의 발표회에 가 보았습니다.
학예회가 아닌 발표회는 6학년 학생들의 필수과목인 고대 세계 역사 시간의 연장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제각기 자신이 발표하고자 하는 리포트의 주인공이 되어 분장도 그 사람으로 하고,
그 시대 특성을 나타낼 수 있게끔 지도, 사진, 그림 등등, 자료를 준비하여 리포트와 함께 벽보만큼 큰 post board에 붙여놓고, 그 옆에 서 있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로 분장한 여학생들이 여러 명이지만 옷차림, 헤어스타일도 조금씩 다 달랐습니다. 함께 공부했지만 개인에 따라 가장 인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였습니다.
Julius Caesar, Mark Antony, Alexander the Great도 여러 명이었지만, 27년 동안이나 끌었던 Peloponnesian War을 상징하는 Athens 또는 Sparta 병정으로 분장한 학생들이 제일 많았습니다. 그들의 갑옷과 투구도 제각각 차림이 달랐습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학생들은 고대 세계 역사를 책으로만 배울 뿐 아니라 이렇게 남들에게도 자신이 대역을 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가 무엇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Athens 병정으로 분장한 한 남학생의 의상이 돋보였는데 사람들이 의상이 참 멋지다고 말하니까 그 아이는 아버지가 헌 운동복을 잘라 황금색 스프레이로 페인트를 하여 만들어 준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학년마다 이런 발표회를 거듭함으로써, 사람들 앞에서 주뼛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이 아는 만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뿐 아니라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며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도 배우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는 만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꼭 필요한 능력이라 하겠습니다.
아무리 아는 게 많아도 그 아는 것을 조리 있게, 분명하게 발표하지 못한다면 그가 가지고 있는 실력이 제대로 빛을 보기 힘들 것입니다.

6학년에서 세계사를 공부하기 전, 4학년 정도에 미국 역사를 공부합니다.
최근에 와서는 아예 유치원에서부터 미국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미국 역사 교육의 중점은 건국 대통령을 비롯해 '내 나라'를 만들어준 대통령들에 대한 공부입니다. 

지금 내가 편하게 잘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는 것.
건국 대통령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애국심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탄생했다는 것.
역대 대통령들 또한 그 때마다 당면한 수많은 문제점들을 지혜롭게 이겨내며 지금의 강하고 부유한 국가를 만들어주었다는 것.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하는 이런 역사 교육을 통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흑인이든 백인이든 동양계든, 자신이 미국시민이라는 데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역사공부는 초등학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중,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보다 더 세분화 되어 심도 있게 공부를 하고, 고학년에 가서는 어느 시대, 어떤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토론을 합니다.
예를 들면 닉슨 대통령의 경우, 비록 임기를 다 맞추지 못하고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그가 중국과 외교의 물고를 튼 것을 비롯한  훌륭한 업적도 가르쳐 학생들 스스로가 판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4학년 학생이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mission(성당)에 견학을 다녀와 열심히 성당 빌딩을 그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미국 역사 중에 한 부분으로 각 주에서는 학생들이 살고 있는 그 state(주)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으로 공부를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 경우에는 이 땅이 멕시코 소유이던 시절, 선교사들이 세운 mission이 21개가 되는데, 그 mission이 언제,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세워졌는지를 공부하고, 학교에서 제일 근접한 거리에 있는 곳에 견학을 갑니다.
mission을 다녀온 후, 학생들은 저마다 인상이 가장 깊었던 것에 대해 리포트를 쓰고 그림이나 모형 또는 조각 등, 어떤 방식으로든 보고 온 그 곳을 묘사해야 합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를 도와주다가 아예 자신이 조각품 전시회에 출품을 하는 듯, 열성적으로 mission의 모형을 만들기도 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게에 갔을 때, 아주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이 계산대에서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주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점원이 아주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생들의 현장 실습이었습니다.
은행에 들어온 손님을 안내하는 일, 빵집에서 빵을 싸주는 일, 가게에서 선반에 물건을 진열하는 일 등등, 다양한 역을 점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제로 행하는 것입니다.
어린 학생들의 이런 현장체험이 상점주인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을 텐데, 학생들 프로젝트라 하면 기꺼이 응해주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을 달달달 외워 시험에 만점 받는데 총집중하는 방법의 공부가 아니라 각 학생들이 보고 듣고 체험을 통해 느낀 것을 자기 나름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방법이 선진 국민을 길러내는 초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유미  홈페이지 kimyum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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