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 경협]에서
    [상생 통일경협]으로!


    허문도  /전 통일부장관


    요약:
    개성공단이
    북핵의 3차실험 이후
    공단폐쇄-재개회담 등의 소동을 통하면서,

    그동안의 [종북형 경협]이 끝장을 맞이하였고,
    [상생형 통일경협]의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재발방지를 위한 궁극적 보장장치는
    핵상황의 전략균형에 일어난 변화 일진대,

    더 이상 표현의 완벽성을 추구하지 말고,
    이번 회담에서는 과감하게 신뢰감을 베팅하여,

    통일경협의 새 장을 열어 보라는 것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확신이니....」


  • 장마가 걷히는 것일까,
    개성 공단에 부는 바람에 풍향이 바뀌고 있다.
    개성공단은 원래 김대중의 햇볓정책의 산물이었음을 상기해 본다.

    DJ의 「햇볕」의 본질이
    북을 향한 진상-조공형 원조였던 것을
    지금 와서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경제협력은
    종북적 숙명을 시작과 함께 둘러쓰고 있었다.
    DJ의 「햇볕」을 이어 받은 노무현이
    공단을 돌리기 시작했고,
    「중도실용」의 깃발아래 방향음치를 부끄러워 않던 MB가
    천안함이 터져도 붙들고 있었다.

    공단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북에 있었다.
    북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짓밟고 핵무장해 들어가는 북핵 상황에서
    DJ가 공단을 북의 군사지역을 비집고 세우려든 그때,
    이미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북으로 넘긴 것이었다.

    이해타산을 초월하여
    공단을 구워먹든 삶아먹든 엿장사 맘대로 라는 꿍심을 북이 품지 않을 수 없는 구조 속으로,
    남쪽의 대통령들이 개성공단을 밀어 넣었던 것 아닌가.

    개성공단을 가능케한 대전제는
    DJ가 김정일을 만나고 나서,
    [남북간에 이제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한 자랑 섞은 선언이었다.

    DJ의 그 같은 선언이 남쪽 5천만을 향한 허구이며 기만인 것을,
    이후의 정세 진전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천안함 폭파나
    연평도 포격,
    3차에 걸친 핵실험,
    거기 곁들어진 불바다 공갈을 앞에 하여,
    DJ의 전쟁소멸 선언이 기만이었음을 깨닫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이 자라서 압두강(압록·두만강)에가 닿기라도 한다면
    통일을 바라 볼 수있을 것인가.

    그러나 민족사의 과제인 통일이 허구와 기만위에 기초할 수 없다는 것은 진리일 것이다.
    진실에 기초하지 않은 공단 경협이
    통일을 바라는 압두강에 가서 닿을 수는 없는 것이다.

    통일대업의 씨앗일 수 있는 개성공단에서
    허구와 기만의 거품을 빼는 작업이
    역사의 섭리처럼 현실로 다가 왔다.

    북의 3차 핵실험이
    얄궂게도 개성공단에서 허구와 기만의 거품을 빼고
    경협을 진실의 기초에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해야겠다.

    다들 보았듯이 경위는 이렇다.

    3차 핵실험은 북의 오랜 적공과 국력의 총체적 표현이었다.
    그 정치적 문맥은 국제정치에서 핵 보유국의 입장을 얻는 것이고,
    이 위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내다본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일이었다.
    북의 핵 도박은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
    3차 핵실험은 극한의 위력시위였지만,
    그 정치적 위력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한·중 정상회담으로 흩어 버렸고,
    그 군사적 위력은 동맹미국의 초전략 중폭격기 B2의 한반도 비래로 압살되어 버렸다.

    북은 3차 핵실험이 미국에 대해 효험이 없자,
    한국이라도 어찌해 보려고 불바다 공갈을 곁들이고,
    총력전 인양
    공단폐쇄로 압박강도를 높였다.

    한국 측은 엉기지 않았다.
    남측이 북의 폐쇄조치를 폐쇄조치로 받는 그 순간,
    그 동안의 개성공단을 통한 종북성 경협,
    진상-=조공형의 DJ-노무현식 경협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중간에 공단재개를 위한 장관급 회담이
    「격」의 문제로 결렬된 것은
    그동안의 남북경협에서 거품을 빼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남쪽의 장관급에 대해
    북에서는 차관급이나 국장급을 맞붙여, 협의 결정을 함으로써
    북은 상국(上國)기분으로,
    원조를 진상으로 착시하는 거드름을 피웠고,
    이를 남쪽의 좌파정권중추들은 모른 척 했던게 아닌가.

    이 같은 경협이 갖는 문제는
    이런 것 백번을 해도 통일로 가는 신뢰는 쌓일 수 없다는 데 있다.

    14일로 예정되어 있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은
    단순한 실무회담에서 그칠 수 없는 중대한 회담이다.
    표현이 어떻든 재발방지를 위한 긍정적인 결론을 예기할 수 있어서 만이 아니다.
    14일의 회담은 93년 북의 NPT(핵 확산방지조약)탈퇴로 발발한 핵상화 이후
    남측이 처음으로 확실하게 상황 주도권을 장악하고서 임하게 되는 회담이기 때문이다.

    공단폐쇄의 재발 방지는
    합의조문 몇 가지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북의 핵샐험 이후
    동맹 미국이 B2 등을 구사하여 전개해 보인 핵우산이 일으킨 전략균형의 변화가
    첫 번째 보장 장치일 것이다.
    다음으로 회담대표의 격 문제에 단호한 원칙을 적용하여
    종북형 경협을 용납지 않겠다고 표명해 보인 정권중추의 의지,
    그리고 그 의지가 불러온 우리 측의 대비태세의 질적변화 또한
    보다 원천적인 재발방지 장치인 것이다.

    원천적인 재발방지 장치가 우리 측에 장악된 것이 확실한 지금은
    표현의 완벽성을 추구하여
    저들의 전면적 굴복의 외양을 요구 하는 것은 현책이 아닐 것이다.
    상황주도가 가능해진 지금이야 말로
    따져서 합의결론에 도달하기 보다는
    신뢰감을 과감하게 베팅하여
    통일 경협의 추동력으로 해 의지를 보일 때다.

    그동안의 종북 경협이 끝장난 자리에
    상생형 경협-통일 경협이 문을 열 것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에 대한 확신이요….」라는 말도 있다.
    신뢰 프로세스가 아니라도,
    체제에 의해 일자리에서 쫓겨나,
    수재까지 덮쳤을 5만3천 근로자의 절규를 우선 믿어주는 여유는
    진작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