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김영선 의원이 책을 냈다고 한다. 김 의원(이하 김씨)이 낸 책의 이름은 ‘IT미래 한국의 블루오션’이다. 인터넷 검색 결과 이 책은 작년 11월 말쯤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씨 측은 한 권의 책을 더 냈다. ‘R&D 첨단 한국으로 가는 행진곡’이다.

    그런데 나는 김씨가 IT관련 서적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씨 캠프가 판단 착오를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서울법대 출신이고 변호사 출신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는 김씨와 IT는 큰 연관이 없어 보였다. 다만 김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내가 볼 때 김씨는 아무래도 자신의 블루오션을 잘못 잡았다.

    김씨의 블루오션은 IT가 아니다

    김씨 캠프 입장에서는 당장 당 내의 김문수 의원을 이겨야 하니 김 의원이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가 과학기술 정책이며, 또한 김씨가 강한 분야가 과학기술 정책이라고 생각해 IT서적을 낸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이것은 큰 의미가 없다.

    김씨 측이 IT서적을 내봐야 기존의 김씨 이미지와 IT가 잘 맞지 않는다. 그리고 IT는 이미 식상한 주제다. 또한 설령 김씨가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열린우리당에는 진대제 전 장관이 버티고 있다. 이런 진 전 장관에게 IT로 명함을 내밀었다간 본전도 못 찾게 된다. R&D도 결국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지난번에 김씨와 강금실 전 장관을 소재로 칼럼을 쓴 바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때 내가 쓴 글의 핵심은 단 한 줄로 요약된다.

    ‘개성을 길러라’

    그런데 김씨가 출간한 두 권의 책은 개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김씨의 온라인 웹사이트에 드러난 김씨의 선거전략을 살펴보고 김씨의 선거전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김씨의 현실적 목표

    솔직히 말하면 나는 김씨가 당선을 목적으로 경기도 지사 경선에 나왔다고 보지 않는다. 한마디로 대세는 거의 김문수 의원 편으로 기울었다고 본다. 물론 역전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어렵다.

    앞서 경기지사 경선 역시 조직과 자금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공산이 높다. 그리고 한나라당 내부에는 두꺼운 남성 우월주의의 벽이 있다. 나는 그래서 김씨의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굳이 당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지금부터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노력을 과연 김씨 캠프가 감내할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힘들다고 본다.

    세상사는 다 그런 것이다. 일류대학을 가는 길은 뭘까? 예습-복습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진리를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일류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한정되어 있다. 마찬가지다. 나 역시 예습-복습을 충실히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도 일류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정리하면 김씨가 경기지사 경선에서 당선되는 길은 개성을 기르고 대중들의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이슈를 선점해 열성 지지층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김씨 캠프의 사람들도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대체 그 방법이 뭐냐는 것이다.

    김씨와 김씨 캠프의 고민은 아마 그것에 있을 것이다.

    너무 평범한 김씨

    김씨는 미인이다. 그런데 향기가 없다. 상점에서 파는 조화같은 느낌을 준다. 강 전 장관은 미인이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향기가 있다. 전반적으로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열린우리당에는 향기가 은은하게 맴돈다. 물론 열린우리당을 혐오하는 이들은 향기는커녕 악취만 풍긴다고 할 것이지만 내가 볼 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반면 한나라당에는 별 향기가 없다. 여기서 역시 한나라당을 혐오하는 이들은 시궁창 냄새가 난다고 하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냥 특별한 향기가 없는 정도다. 한나라당을 부패의 본산이라고 지적하기에는 이제 한나라당이 너무나 힘없는 조직으로 전락해 버렸다. 보수사회의 권력이 한나라당에 있지 않고 사실상 ‘시장’으로 넘어가 버린 탓일 게다.

    정리하면 사람은 누구나 비교 당하면 화가 나는 법이다. 그렇지만 할 수 없다. 결국 누군가는 이야기를 해야 할 문제이므로.

    한편 강 전 장관은 참으로 보수사회를 난처하게 하는 것이 독특한 언행으로 공격을 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점이다. 칼럼니스트 공희준의 표현을 빌리면 강 전 장관은 ‘서민들 1년 봉급보다 더 많은 돈을 사건 수임료로 챙기고 밤이면 우아하게 고전무용을 즐기는 무자식 상팔자의 이혼녀’이다.

    이러다 보니 강 전 장관을 ‘좌파’로 공격하기가 힘들다. 이는 진대제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나는 원래 열린우리당이 중도정당일 뿐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열린우리당을 좌파정당으로 굳게 믿고 있는 보수 기성세대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강 전 장관을 ‘무능’하다고 비난하기도 힘들다. 정치권 일각에서 ‘강금실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한다지만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곧 강 전 장관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강 전 장관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나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이용하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대로 강 전 장관(이하 강씨)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다. 민변 부회장을 역임했다는 사실이 보수색이 강한 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마치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해 온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반면 김씨의 이력은 좀 부정적으로 말하면 ‘심심하게’ 느껴진다.

    김씨 측의 예상되는 항변

    그러나 나는 김씨 측에서 충분히 항변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김씨의 이력을 보면 경실련이나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경력이 보인다. 김씨는 참여연대 공익소송센터 실행위원도 했고 경실련 시민입법위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그렇지만 김씨에게 강씨와 같은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 활동경력이 짧을뿐더러 김씨의 한나라당 정치 경력이 꽤나 길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현실정치의 때가 많이 묻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씨는 그냥 출마 사실에 의미를 두고 그냥 선거전에 임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출마 사실 자체는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다. 다음 총선을 대비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려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김씨는 나름대로 본전은 충분히 한 셈이다.

    하지만 본전만 하고 물러나기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그리고 이제는 장기적인 정치 전략도 마련할 때이다. 정리하면 이제 김씨는 이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먼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야 한다. 원래 김씨는 변호사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법과 관련된 일부터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공계’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결국 간단하다. 이공계 관련 법을 만들고 이공계인들의 이익을 옹호하면 된다. 한국의 이공계인들은 정치인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금실 - 민주화운동 vs 김영선 - 이공계운동

    과거에는 민주화운동이 사회적으로 중요했다면 지금은 이공계 운동이 중요한 시대다. 지금은 경제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해답은 기술이다. 기술이 있어야 기업이 번창하고 기업이 번창해야 고용이 생긴다.

    경제 살리는 해법 가운데 가장 건전한 해법은 기술개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기술개발 여건은 날로 뒤처져 가고 있다. 당장 만연한 이공계 기피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고교생들이 이공계 학과로의 진학을 기피한다.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은 의과대학으로만 몰려간다. 그리고 이공계 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우수한 실력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 낙후된 교육과 연구 여건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도 대책을 계속 세웠지만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 경제는 왜 어려운가. 왜 우리 경제는 양극화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가. 결국 인재의 역량 격차 때문이다. 고교 교실로 가보자. 고교 수준의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풀 수 있는 학생이 몇이나 된다고 보는가.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은 결국 소수에 불과하고 다수의 학생들은 제대로 모르고 있다.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도 우수인재는 소수에 불과하고 다수의 학생들은 범재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발전할 수 없다. 범재들이 중소기업에 들어오고 범재들은 평범한 생각만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것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다. 다른 한편으로 낮은 처우에 대해 불만도 많다. 그래서 기업에 애착을 갖지 못하고 떠나고 싶어한다.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차 있으니 창의력이 발휘될 리 없고 기업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싶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