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계약 자체 당연 무효 주장은 배척은행, ‘환헤지 목적’ 기업에 상품 가입 권유는 ‘불법행위’
  • 이연주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 제공
    ▲ 이연주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 제공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창의 이연주 변호사입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중소기업들의 상당수는
    추후 환율하락에 대비하고자 금융상품에 가입하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환율은 1달러 당 900원 대에서 1,500원대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키코(KIKO : knock-in knock-out)에 가입한 기업들은 은행들의 콜옵션 행사로 약3조5천억원에 이르는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키코 분쟁은
    피해를 입은 기업과 은행간의 법정다툼으로 이어졌고,
    여러 하급심에서는 원고 기업과 피고 은행의 승패가 엇갈리는 판결들이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 가운데 4건을 선정하여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였고,
    공개변론을 거친 다음 대법원 [2013. 9. 26. 선고2012다1146호]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그 동안 피해기업과 은행 간의 지리한 법적 공방을 일단락 짓고,
    하급심에서의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키코상품은
    선물환계약의 거래구조를 기본으로 하여
    Knock-in 조건과 Knock-out 조건이 가미된 변형선물환의 일종인데,
    이해를 돕기 위하여 기업들에게 제시하였을 은행의 설명을 가상해보겠습니다.

    KIKO상품을 구입하시면
    먼저 저희와 약정 환율과 약정 금액을 정하게 됩니다.
    지금 현재의 환율이 1,000원이니 1,000원을 약정 환율로 잡게 되고요,

    100원을 간격으로 900원 선을 Knock-out선으로,
    1,100원을 Knock-in선으로 지정합니다.

    그리고 귀사의 매달 수출액이 100만 달러 정도 되시니
    약정 금액을 100만 달러로 지정하겠습니다.

    귀사의 수출대금 100만 달러에 대하여
    환율이 떨어져서 920원이 되었다면,
    저희는 1달러당 약정 환율인 1,000원으로 환전을 해드립니다.

    즉, 환율이 Knock-out(녹아웃, 900원)선과
    1,000원 사이에서 변동되어 손해가 나실 경우,
    은행은 항상 1,000원으로 환전해 드린다는 뜻입니다.

    만약 환율이 1,000원에서 1100원 사이가 됐을 경우에는
    1달러당 약정환율인 1,000원으로 환전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당일 환율이 1,050원이라면 이를 기준으로 환전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환율이 Knock-out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에는
    KIKO계약이 파기되어 환차익 보상을 하지 않습니다.

    한편 환율이 Knock-in선을 넘으면,
    저희는 콜옵션 2개를 발효시킬 수 있는데,
    우리는 약정금액 100만 달러의 2배인 200만 달러를
    1달러당 1,000원에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키코상품은 환율이 Knock-in선을 넘을 경우,
    기업에 무제한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풋옵션과 은행들의 콜옵션 가치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계약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환율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여
    쌍방의 기대이익을 대등하게 구성하였으므로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사후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결과적으로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해서,
    그 계약이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은행이 [환(換) 헤지(hedge)] 목적을 가진 기업들에게
    키코상품을 권유하여 이를 체결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은행이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해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위법성을 인정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들은 Knock Out 구간에서는 계약이 무효가 되므로
    헤지(hedge)를 안 한 것과 같아 환율하락의 피해에 노출되고,
    Knock In 구간에서는 무제한의 손실이 발생하므로
    역시 헤지 효과가 없게 됩니다.

    키코는 [환율 변동성]이 높을 때,
    헤지의 효과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투기상품]이 되는데,
    은행이 [환헤지] 목적을 가진 기업에게 이를 권유한 것은
    [고객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본 것입니다.

    키코로 인한 피해기업 수는 517곳에 이릅니다.

    이중 대기업이 46개(9%), 중소기업이 471개(91%)이고,
    손실액 기준으로는 약 3조5천억원 중
    대기업이 25% 비율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중소기업의 손실입니다.
    이로써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취약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은행들 대부분이
    키코상품을 개발한 해외은행의 [판매대행]만을 했을 뿐이어서,
    수익의 대부분은 해외로 흘러가고
    국내은행들은 수수료만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아가 일부 은행의 경우,
    키코상품에 대한 충분한 위험을 기업들에 설명하지 못한 원인이
    [상품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하였습니다.

    키코 사건은,
    기업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안겼으며,
    은행에게도 소송대응에 따르는 부담과 고객 불신이라는
    값 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했습니다. 



    이연주 변호사 약력

    - 진주삼현여고 졸업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사법연수원 30기
    -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 그랜드넷 고문변호사
    - 동양종합금융증권 해외전환사채 발행
    - 선박검사기술협회 고문변호사
    -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고문변호사
    -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공개소프트웨어 관련 법률문제 연구 용역
    -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심판변론인 등록
    - 초석종합개발 해양호 선주책임제한 절차
    - 변리사
    - 코리안리 주최 보험사실무자 대상 해상보험법 강의
    -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
    - 비행안전청의 비행검사용 항공기 하자 관련 소송 수행
    - 현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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