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최근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측근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그 측근인사는 ‘김덕룡 의원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아직 대선후보 경선 출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곧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수도 있고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는 그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더 했다.

    ‘김 의원이 호남 출신인 관계로 오히려 2007년 대선에서 여당 표를 빼앗아 올 수 있어 한나라당 대권 탈환의 적임자라는 분석도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자 김 의원의 측근은 이렇게 답했다.

    ‘여당의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대선후보 경선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며 경선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라고 정리했다.

    김덕룡 의원 경선 출마의 걸림돌

    김덕룡 의원 측이 경선 출마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이명박-박근혜-손학규 3자 구도로 짜여진 틀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다고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명박 시장의 힘이 더욱 세지면서 지금은 이명박 대세론이 한나라당 안팎에서 형성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김덕룡 의원(김씨)측에서 한나라당 경선 참여 카드를 쉽게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김씨는 41년생이다. 그러니까 만으로 올해 65세이다.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지는 내년에 김씨는 만 66세가 된다. 즉, 김씨가 대통령 경선에 도전할 수 있는 시점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란 이야기가 된다.

    물론 2012년에도 한나라당 대선경선에 나설 수 있겠지만 그때는 김씨의 연령이 일흔을 넘기게 된다. 일흔을 넘은 고령의 나이로 한나라당 대권주자가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래서 김씨 측은 한나라당 경선 참여 카드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김씨 측은 대세를 관망하고 있다가 상황을 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아마 김씨 측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에 뛰어들겠다고 결정한다면 올해 여름쯤에 경선 참여 결정을 내릴 것이다. 여름 이전은 너무 이르고 여름 이후는 너무 늦기 때문이다.

    방통의 연환계

    이제 삼국지 이야기를 좀 해보자. 삼국지에 보면 ‘연환계’라는 전술이 나온다. 조조의 압도적인 군세에 비해 미약한 군세를 갖고 있던 손권-유비 연합군은 방통을 침투시켜 조조로 하여금 자신의 병선을 몽땅 쇠사슬로 묶게 만든다.

    손권-유비 연합군이 조조의 병선을 몽땅 쇠사슬로 묶게 만든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화공을 하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조조의 병선을 모두 불 태워 버릴 심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조가 그리 만만한 바보는 아니다.

    조조는 ‘동남풍’이 불어야 화공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동남풍이 불지 않는 상황에서 손권-유비군이 화공을 써봐야 오히려 자신들이 타 죽을 것이란 점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방통의 연환계 전술을 받아 들인다.

    또한 조조가 방통의 연환계 제의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조조군의 고통이 컸기 때문이다. 본래 배를 타본 경험이 없었던 조조군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생활해야 했으므로 고통이 컸다. 그래서 조조군에서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이런 환자 속출 사태는 사기의 저하를 낳았고 이 문제는 조조의 큰 고민이었던 것이다.

    제갈공명, 동남풍을 부르다

    조조는 절대 동남풍이 없으리란 것을 믿고 병선을 모두 쇠사슬로 이어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애가 타는 것은 손권군의 수군 총사령관 주유였다. 주유 입장에서는 거대한 조조군과 정면승부를 해선 승산이 없고 계략을 내서 이겨야 할 판이었는데 조조가 ‘연환계’ 책략에 걸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동풍이 불지 않아 화공을 쓸 수가 없으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그래서 결국 주유는 병석에 눕고 만다.

    한편 제갈공명은 병석에 누운 주유를 찾아간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화공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그런데 역시 문제는 ‘동남풍’이었다. 난데없이 제갈공명은 주유에게 자신이 ‘동남풍을 일으키겠다’고 장담한다. 주유는 제갈공명의 그 말을 듣고 제갈공명에게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주유는 속으로 다른 계산도 했다.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일으키지 못하면 군율을 적용해 죽여 없앨 작정이었던 것이다. 주유 입장에서는 제갈공명은 오나라의 장래를 위해 제거해야 할 상대였던 것이다. 어쨌든 제갈공명은 하늘에 빌어 동남풍을 불러 일으킨다. 주유는 동남풍을 불러 온 제갈공명을 생각하고 혼비백산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물론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불러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원래 제갈공명은 그 근방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기상변화를 계속 관찰해 왔을 것이다. 그래서 제갈공명은 아마 그 시점 쯤에 동남풍이 불어 올 것이란 사실을 과학적으로 짐작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DR이 이명박+박근혜 세력을 무찌르는 법

    주유가 총공격 명령을 내리자 오나라 수군이 일제히 조조의 수군을 불로 공격해 조조의 수군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조조는 거의 전 병력을 잃고 허둥지둥 도망을 쳤는데 이들 패잔병들을 유비군이 막아 서서 거의 전멸 직전에 이르게 만든다. 이때 관우가 조조의 생명을 구해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지만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정리하면 지금 김씨 측은 강대한 조조군을 앞에 두고 있던 주유와 같은 처지다. 이명박 시장의 세력도 강대하지만 박근혜 대표의 세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김씨 측은 이명박+박근혜 세력을 화공을 이용해 남김없이 불태워 버려야 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아직 김씨 측에서 어떻게 이명박+박근혜 세력을 무찌를지 그 복안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 대책이 있었다면 진작에 경선 참여를 선언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대책이 없기 때문에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 측이 이명박+박근혜 세력을 무찌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김씨가 호남 출신이란 것,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것과 같은 장점을 강조해서 열성 친위세력을 재규합하는 것이다. 내가 볼 때 한나라당 대권탈환의 특약은 여당 및 반 한나라 세력의 표를 분쇄하는 것인데 그 적임자 가운데 한 명은 호남 출신인 김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