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와 심판들 그리고 러시아의 돈

    로버트 김


  • 이제 소치 동계올림픽도 끝나고 대한의 건각들은 온 국민의 열렬한 응원과 성원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정말 선전하셨습니다!” 비록 멀리 살지만, 나도 TV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런데 금년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였고, 온 국민의 큰 희망이던 김연아 선수의 메달빛깔이 금색에서 은색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국민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은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을 빼고는.

    그러나 그의 혼신을 다한 퍼포먼스(연기)는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세계의 축제인 올림픽경기에 개최국의 텃세도 텃세지만, 정치력과 돈의 힘이 얼마나 오용되고 있는가를 이번에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김연아 선수가 그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세계가 안타까워한다.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 연기를 하고도 은메달을 목에 걸 수밖에 없었다.

    23년 전, 1991년 소련의 공산체제가 붕괴된 후 이때까지 빈국이었던 이 나라는 국호를 러시아로 변경하면서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고 세계유가가 급등하는 겹호재를 만나 엄청난 돈을 벌어 흑해의 휴양지인 소치에서 이번 동계올림픽을 위해 부족함 없게 돈을 썼다. 4년 전 동계올림픽 개최국 선정 당시, 강원도 평창이 러시아의 소치로 바뀌는 이변에도 돈의 힘이 작용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들의 금권이 심판들에게 작용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죽했으면 한국의 한 스포츠 평론가는 소치 올림픽이 수치 올림픽이 되었다고 했을까. 많은 사람들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다음 동계올림픽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데, 소치를 거울삼아 이러한 오명을 남기지 않는 깨끗한 축제가 되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양심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또한 여기에 많은 올림피안들이 참여하여 세계 10위권, 아니 5위 안에도 드는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운동 경기에서 심판들의 오심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에서는 시간과 결승라인을 속일 수 없기 때문에 오심의 확률이 거의 없지만, 축구나 야구 혹은 피겨스케이팅 같은 경기에서는 심판의 개인적인 관점이 결과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신기술이 경기장에 도입된 경기가 많아졌다. 세계적인 테니스 경기에서는 전자적 광학기술이 이미 도입되어 공이 금 위나 금 안에 들어오는지 금방 알릴 수 있어서 선수들의 반론을 객관적으로 무마시키고 있다. 펜싱도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식 축구경기에서도 이와 같은 기술이 도입되어 심판의 판정이 번복되기도 한다. 그리고 야구경기에도 인간적인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판정 기술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데, 인간의 오심을 인정하는 것도 게임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연되고 있다. 야구심판들도 주어진 영역에서 공의 착지를 육안으로 보면서 주자와 공의 선착순을 판단하는데, 어떤 때는 분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미식축구에서도 야구에서처럼 많은 심판들이 자신이 맡은 영역에서 공과 함께 뛰어다닌다. 이 심판(judge)들은 반칙을 선언하면서 그 이유를 주심(referee)에게 설명하고 주심은 갖고 다니는 마이크를 통해 이것이 무슨 반칙인지 관중에게 알리고 벌점을 각 팀에게 알린다. 미식 축구는 경기장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공이 가는 곳을 계속 촬영한다.

    가끔 팀 수석코치가 심판의 판정에 불복할 때가 있는데, 이때 그가 바지 뒷주머니에 지니고 있던 빨간 수건(무거운 물체로 싸여서 멀리 던질 수 있다)을 심판이 볼 수 있도록 금(sideline)안으로 던지게 되면 주심은 그 코치에게 다가가 불응이유를 청취한 다음 그 순간을 찍은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볼 수 있도록 두꺼운 천으로 덮여진 부스(booth)안으로 들어가서 문제의 장면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면서 판독한 후 판정을 가려준다.

    만약 그 코치의 불응이 이 판독에서도 일치하지 못할 경우 전?후반에 3번씩 주어지는 팀의 작전타임 1회를 잃게 되고, 그 코치는 주심의 판정에 승복하게 된다. 작전타임을 다 써버렸으면 이러한 불응도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코치의 불응이 옳다고 판단되면 판정은 번복되고, 물론 작전타임 실점을 받지 않는다.

    운동경기는 우리 인간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경기에 열광하고 돈까지 베팅을 한다. 운동경기는 인간의 고뇌도 잊게 하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이 좀 더 성장한 신사도와 양심적인 국민성을 세계만방에 보여주자.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