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12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고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12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고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강(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우성씨의 중국 이름)은 지난 2000년 4월 탈북자로 위장하여 국내 입국 후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동생 유가려의 존재 사실을 숨긴 대신, 연길에 누나와 매형이 살고 있다고 진술한데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유가강은 지난 2004년 4월 합동신문을 받을 때 동생 유가려(당시 17세)가 있다는 사실은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고, 대신에 “1979년 출생한 누나 ‘류설희’가 중국 길림성 연길시 북대가에서 조선족 출신 매형 ‘이창건’과 함께 살고 있다”고 진술하면서 자신이 북한에 있을 때 북한산 송이와 야생 노루 등을 중국으로 밀매하기 위해 수시로 두만강을 도강하여 연길에 있는 매형 ‘이창건’에게 전달하였고, 한국으로 귀순할 때에도 ‘이창건’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강의 이러한 진술을 살펴보면 유가강이 부모의 이름은 밝히면서도 어린 동생인 유가려의 존재를 숨긴 것은 추후 유가려가 화교 신분을 은폐하고 국내 입국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신분은폐 수단을 마련할 여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유가강이 “한국에서 살고 싶어 화교신분을 속이고 탈북자로 위장하여 입국하였다”는 자신의 설명과 달리, 한국으로 입국 당시부터 자신의 신분과 친동생 등 가족관계는 물론 북한에서 행적을 은폐하기 위해 미리 정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입국했을 개연성이 높다.

    또한, 유가강이 신문 당시 진술한 누나 ‘류설희’의 존재에 대해서는, 누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매형 ‘이창건’이라는 사람과 중국 연길에 살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현재까지 나온 진술의 신빙성 등에 비춰 봤을 때 가공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유가강이 신문과정에서 “내가 在北시 수시로 두만강을 도강하여 북한산 송이 등을 매형 ‘이창건’에게 전달하였고, 매형의 충고와 지원을 받아 한국 귀순을 결행하였다”고 진술한 점을 감안하면 유가강이 북한에 있을 때 수시 중국을 오가면서 연락하고 사업을 함께 했던 중요한 인물의 존재를 은폐하기 위한 방편으로 중국에 사는 ‘가공의 누나와 매형’을 만들어내는 등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든다.

    그 후, 유가강 진술 등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유가강이 북한에 있을 때 중국을 오가며 긴밀히 만나고 국내 정착한 후에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인물은 중국 연길 거주 국상걸(46세, 유가강 어머니의 고종사촌, 외고종당숙)인 것으로 보이는데 유가강은 수차례 수사기관 조사과정에서 국상걸의 존재를 은폐하려고 적극 노력한 흔적이 있어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우선, 지난 2004년 탈북자로 위장 입국할 당시 합동신문과정에서 국상걸을 매형 ‘이창건’이라고 둘러댔던 것으로 보이며 2009년 이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경찰(인천해양경찰서, 송파경찰서) 및 검찰(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받을 당시에는 “2005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쌀 등을 보내기 위해 (중개인을) 알아보던 중 중국에서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북한을 왕래하며 (탈북자 등의) 북한 송금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연길 삼촌’으로 부른다”며 국상걸의 신분을 은폐한데 비해, 동생 유가려 입국 후 유가강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는 조선족 출신 ‘외당숙 국상걸’이라고 말하는 등 계속 엇갈리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강의 진술 등에 의하면 국상걸이 중국 공안 및 북한 보위부와 긴밀히 연계된 인물이라는 의심도 있는데, 지난 2006년 5월 유가강이 ‘어머니 장례식’ 참석차 중국에서 북한으로 입경을 추진할 때 국상걸이 위조 ‘국경통행증’ 발급을 적극 주선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유가강이 국내에서 26억여원에 달하는 불법 환치기(일명 ‘프로돈 사업’)를 할 때에도 국상걸과 긴밀한 연계 아래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2006년에는 국상걸로부터 “회령시 보위부에서 노트북 3대를 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전갈을 받고 유가강이 국내에서 노트북 1대를 구입하여 중국으로 보냈다고 한다.

    또 국상걸이 이 노트북과 함께 중국에서 구입한 데스크탑 컴퓨터 2대를 추가로 구입하여 北 보위부에 3대를 전달한 것으로 밝혀진바 있다.

    이와 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중국 거주 ‘국상걸’이라는 인물은 이번 사건 배후 핵심인물로 유가강이 북한에 있을 때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지난 2006년 유가강이 ‘어머니 장례식’ 참석차 입북시 위조 ‘국경통행증’ 발급은 물론, 여러 가지 의혹이 일고 있는 유가강의 中-北 ‘출입경기록’ 및 중국 삼합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서’ 발급 과정에서도 유가강에게 유리하도록 관여하였을 것이라는 의문이 있다.

    따라서 유가강의 과거행적과 중국 거주 국상걸에 대한 신분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으며 수사기관을 비롯한 정보기관의 충분한 조사가 뒤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