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부터 한미일 정상회담까지, 모두가 [북핵 불용] 외쳤지만
  • 숨가뿐 2박 3일.
    작심하고 나선 순방길이었지만, 마음먹은 대로 모두 되지는 않았다.

    네덜란드 헤이그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전임 의장국으로서 강력한 발언권이 있었던 절호의 기회.
    [북핵 포기]를 글로벌 이슈화 시키고 전 세계 공동 책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

    쉽지 않았다.

    UN북한인권위 보고서를 시작으로 한 때 북한 문제가 집중받기도 했지만,
    이미 세상의 눈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돌아가 있었다.

    107년 전 이준 열사가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머나먼 땅 네덜란드에 도착해 느꼈던 그때처럼.

    그래도 계속 외쳤다.
    감기몸살에 앓을 정도로 준비에 준비를 더했고,
    아픈 몸에 다른 일정은 취소할 정도로 미국, 일본, 중국과의 정상외교에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미.중.일 열강들과의 외교는 만만치 않았다.

    동상이몽(同床異夢).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모두가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는 했지만, 속으로는 딴 생각만 하고 있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25일 오후 6시30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 한미일 3명의 정상이 모였다.

    이틀간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마친 뒤
    각자 네덜란드를 떠나기 직전 약 45분간 열린 짤막한 정상회담.

    정상들의 마음이 급한 만큼, 회의장은 긴장감이 넘쳤다.


    공식적이고 표면적인 의제는 [북핵 문제].
    북한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모두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북한 정세 유동성이 커지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3국간 공조가 긴요한 시점에 오늘 오바마 대통령, 아베 총리와 함께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

    "북핵문제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데, 한·미·일 3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 박 대통령

    청와대 역시 "6년만에 개최된 3국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3국간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 한미일 정상회담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한미일 정상회담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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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만날 일 없다는 박 대통령을 굳이 이 자리까지 나오게 한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갑자기 딴소리를 시작했다.

    "우리가(한미일 3국) 어떻게 결속을 더 심화할 수 있는지 외교적으로 군사적으로 협력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이다."

    "공동 군사작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통해서 논의하길 기대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다가오는 아시아 순방을 위한 기초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강행한 속내는
    본인의 아시아 순방을 위한 전초 단계였다.

    목적은 한미일 3국의 건재한 동맹을 과시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라는게 외교가 안팎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 정치권 최대 화두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러시아 편을 드는 중국을 압박해
    국제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속셈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개국의 단결과 의지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강한 메시지로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 핵안보정상회의가 폐막한 25일(현지시간) 일본 총리 전용기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아베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 뉴데일리
    ▲ 핵안보정상회의가 폐막한 25일(현지시간) 일본 총리 전용기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한 아베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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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인식 문제로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일본 아베 총리는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으로 쏟아지는 이슈를 피해가려는 의지가 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베 총리가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도중
    암스테르담 안네 프랑크의 집을 방문해 과거사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

    "과거사를 겸허한 자세로 대하고 다음 세대에 역사의 교훈과 사실을 전하겠다.
    21세기를 내다보면서 우리가 결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나도 이 목표를 실현하는 책임을 나눠질 것이라고 다짐한다."

    아베 총리는 앞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과거를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외교를 진행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물론 여전히 고노 담화 수정 움직임을 보이는 등
    역사수정주의를 유지하는 일본임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의 행보는 눈에 보이는 [정치적 쑈]로 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직접 한국어로 말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구애 행동을 보였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문제로 동북아 지역 안보가 훼손되고 있다는
    국제 여론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아베는 핵안보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 성사의 최대 수혜자라는데 이견이 없다.

    절정에 달한 아베 총리의 연기력 덕분에
    일본이 국제적인 비난 여론의 화살을 비껴가고 있다고 주변국들은 평가한다.

  •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 아베신조 총리가 정상회담 시작 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 아베신조 총리가 정상회담 시작 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는 별다르게 얻은 것 없는 쪽은 우리나라였다.

    핵무기, 인권 등 북한 문제의 글로벌 이슈화를 계속 이어가려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큰 역할을 기대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친 뒷통수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에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23일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다.

    여기에 중국은 [중국측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 노력 중]이라는 말로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시작 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
    ▲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시작 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

     

    시진핑 주석은 다음날 가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더욱 가감없이 북한 편을 들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의도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협상이나 대화보다 북한의 태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시 주석은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