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 보수 인상 놓고 의사봉 두 동강...이게 국민 위한 새정치?
  • 세월호 침몰 일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문화의 광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촛불을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 세월호 침몰 일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문화의 광장에서 시민들이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촛불을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 있는 가운데,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거친 설전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말싸움을 벌인 이유가   
    세월호 침몰 사고와 하등 관계도 없는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이 판국에도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하는 한심한 행태를 선보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2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청원경찰의 보수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청원경찰법 개정안(진선미 새민련 의원 대표 발의) 등 14개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회를 보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위원장은
    거친 설전을 벌이다 산회를 선포했고, 
    파행으로 치달아 결국 7개의 안건만 심의했다. 

    심지어 이춘석 의원은 의사봉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나무로 된 의사봉 받침대를 두 동강 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춘석 법사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지난해 8월 26일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위원장을 대행해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춘석 법사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가 지난해 8월 26일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위원장을 대행해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의사봉 받침대가 반 토막이 난 전후 사정은 이렇다. <법사위 회의록>

    당시 이춘석 의원이 청원경찰의 보수를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소관 정부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재정 부담 등을 들며
    즉각적인 법안 처리 대신 추가 협의 입장을 내놨다.  

추경호 기재부 차관은
"예산 문제로 절충안을 마련 중에 있다"며
"개정안 의결을 미뤄달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예산 수반 법안에 기재부가 자주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우리 스스로 그동안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얼마나 쏟아냈는지
스스로 한번 생각해보자"
고 말했다.

청원경찰 보수 인상이 자칫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새민련 이춘석 의원이
"이 법에 대해서만 (얘기하자)… 또 뭐 정치적인 선동을 하려고 해.
그런 식으로 논리를 펴지 말고…"
라며 김 의원의 의견을 정치 선동으로 몰아갔다. 

이에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지금 얘기하는데 뭐 하시는거냐", "왜 도대체 화를 내면서 그러냐"고 항의했다.
  
이춘석 의원은 이번엔 권 의원을 향해
"점잖게 얘기를 해 그냥", "아니 목소리를 확 올리면서 왜 그렇게…"라고 반말로 대꾸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왜 반말을 하냐", "왜 그 따위로 진행하느냐"고 거칠게 반발하자  
이춘석 의원은 갑자기 산회를 선포하는 의사봉을 집어 들었다.   

애꿎은 의사봉 받침대가 화풀이의 대상이 된 것일까. 

이 의원이 의사봉을 세 차례에 걸쳐 내리치는 과정에서
나무로 된 의사봉 받침대가 두 동강이 났다. 
이 의원의 갑작스럽고 거친 산회 선포에 김진태 의원이
"조폭도 아니고 이 양반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왼쪽)가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왼쪽)가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회 후 이춘석 의원은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거세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정치권이 자숙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거친 말싸움이나 벌이다니...

    무책임하고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이 엄숙한 시기에 청원경찰 보수 인상을 놓고
    싸움박질이나 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새민련 진선미 의원은 
    "청원경찰의 열악한 처우와 보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청원경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3단계의 보수체계를 4단계로 신설 확대하고,
    단계별 재직기간도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세월호 참사가 수습도 되기 전에 청원경찰 보수 인상을 놓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행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세월호 실종자 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들은 해사안전법, 선박 안전관련 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을 제때에 처리했더라면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원망섞인 성토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안전 관련 법안들을 정치적 이유로 붙들어 놓은 국회는 자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국정운영 발목잡기 행태를 반복한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박영선 새민련 의원)는 
    [법사위가 상왕]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법사위 개혁이 시급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2월
    민주당의 거부로 2월 임시국회 법안처리가 불투명해진 것과 관련, 
    "야당(법사위)의 생떼·몽니가 극에 달하고 있다. 놀부심보의 한심한 야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국회, 이런 법사위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이 와중에 고성과 설전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상임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가? 

    국민 모두가 숨을 죽이고 세월호 침몰 사고를 지켜보며 
    단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애도 정국임에도 
    청원경찰 보수 인상을 놓고 고성으로 싸움질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새정치라는 것인가. 

    법사위는 자성해야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일부 국회의원들, 
    설전을 벌이며 국민이 맡겨준 의사봉을 반 토막 내기 전에   
    머리 숙여 자숙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