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死병언이 生검경의 따귀를
      
 유병언 시체 사건이 아니라 경찰, 검찰 시체 사건이다.
어찌 그리 무심할 수가 있는가?
시신 곁에 놓여있는 세모 스쿠알렌만 보아도,
장소가 유병언의 매실농장 바로 옆이라는 점만 보아도,
수사당국이라면 일단 의심을 하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지역경찰은 그런 상식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천은 때마침 유병언 잡겠다고 온통 난리가 난 곳이었다.
유병언, 유병언, 유병언 하면서...
지역경찰이라면 마땅히 “숲속에서 시신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으면 대뜸
 “어? 그거 유병언 시체 아냐?” 할 정도로, 노이로제에 걸리다시피 했어야 말이 된다.
그런데 노이로제는 고사하고 이건 아예 “마아안고강산...”이었다.
팔자 한 번 오뉴월 엿가락처럼 기이이일게 늘어진 것이다. 
 
 검사가 건성건성 지나친 것에 대해서도 지역검찰은 “그게 어때서?”라는 식이다.
제 식구 감싸기다. 도무지 신문 방송만 요란하게 떠든 것이지,
막상 지역 경찰, 검찰은 무릉도원(武陵桃源) 별유천지(別有天地)에서 몽로오~옹하게 따로 놀고 있었던 셈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땅에 있었던 게 아니라 저 하늘 위 구름 속에 둥 둥 떠있었다.
조타아.
 
 이 나라에 영(令)이 서 있는가? 이 나라는 통일국가인가, 연방국가인가?
통일국가라면 어떻게 지역 공권력 종사자들이 그토록
“우린 관심 없어...” 하는 식으로 따로 놀 수가 있는가?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이 한심한 국가현실, 공권력 현실에 대해 뭐라고 반응할 작정인가?
어디 대답 좀 해보시라. 국가개조, 국가혁신 운운하는 그 화려한 수사학이 무색해질 지경 아닌가?
 
 이번 사건은 그래서, 경찰 검찰 시체 사건이지, 유병언 시체 사건이 아니다.
이름하여 “死병언(죽은 유병언이)이 生검경(살아있는 검찰, 경찰)의 따귀를 갈긴 꼴"이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