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58%를 속이는 데 성공한 한국 언론

    세월호, 유병언, 문창극 보도에서는 한겨레 신문과 조중동의 차이가 없어졌다.
    왜곡과 과장에서 左右(좌우) 합작이 이뤄진 것이다.

  • 趙甲濟   

지난 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屍身(시신)이 兪炳彦(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결론에
대해 국민의 약 58%가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國科搜(국과수) 발표 당일인
지난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과수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57.7%, ‘신뢰한다'는 의견은 24.3%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18.0%로 나타났다고 어제 밝혔다.
  
  國科搜는 유전자와 지문 감식으로 屍身의 주인공을 밝혀냈다. 즉 100% 신빙성이 있다.
국가기관이 오차의 여지도 없는 과학적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했으면 믿어야 한다.
그런데 약 60%가 믿지 않는다. 이는 언론의 선동적 보도와 음모론 때문이다.
특히 종편 TV에 등장한 아마추어 수준의 자칭 평론가 등이 쏟아내는 무지막지한 공상 소설 식
논평과 좌담이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
언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민들도 기초적 판단력마저 상실하였다.
한국언론은 비판, 트집잡기, 왜곡, 편향, 과장, 조작엔 세계최고 수준인데, 국민들까지 그런 언론을 닮아가 형사처럼, 검사처럼, 흥신소처럼 만사를 의심하고 약점을 캐려 한다. 
  
  유병언 一家(일가)에 대한 흥미위주의 선동적 보도는 견제 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의 잠적 이후엔 그의 편에서 반박하는 세력도 없어졌으니 과장과 왜곡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했다. 屍身 발견 후 이런 선동적 보도는 관성대로 달려가 온갖 터무니 없는 의혹을 만들어냈다.
하느님의 시각으로 완벽주의라는 잣대로써 검찰과 경찰, 그리고 정부의 행동을 사사건건 트집잡고 비방하니 국민들은 모든 것이 의혹이고 거짓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에 만난 70대 교육자는 나에게 "조 선생께서 텔레비전에 나가서 屍身은 유병언이 맞다고 하셨다는데 정말이에요"라고 물었다. "아니 지문과 유전자 검사로 확인된 건데 그걸 못 믿으시나요"라고 했더니 그는 "이 세상에 믿을 것이 있어야죠"라고 했다. 
  
  과거엔 신문이 신뢰성의 기준이었다. "신문에 났더라"가 眞僞(진위) 판정의 재판관이었다.
지금은 신문과 방송이 명백한 진실도 파괴하여 의혹 수준으로 격하시킨다.
소문과 사실을 가려주어야 할 언론이 사실과 허위를 섞어 버린다. 
  
  세월호, 유병언, 문창극 보도에서는 한겨레 신문과 조중동의 차이가 없어졌다.
왜곡과 과장에서 左右(좌우)의 합작이 이뤄진 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는 그래도 조중동 등 主流(주류) 언론이 중심을 잡았기에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는 답이 20~30%에 그쳤다(이것도 너무 많지만). 최근엔 언론끼리의 견제와 상호 비판 기능도 마비되니 거짓의 산사태가 났다. 그래서 '태양이 동쪽에서 뜬다'는 것처럼 명백한 진실을 믿지 않는 이들이 약 60%가 되어 버린 것이다. 2008년 광우병 난동 초기에 국민들의 약 60%가 언론의 선동에 넘어가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성을 되찾았지만 이번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는 것 같다. 
  
  국민들의 60%가 과학을 믿지 않고 미신을 믿는 나라는 이미 60도나 기운 세월호처럼 복원력을 상실하였다고 보는 게 안전할지 모른다. 30% 정도면 도로 일어설 수 있지만.
  전국의 기자가 약2만6000명인데, 거의가 20~40대이다.
이들은 정권과 싸우면서 언론자유를 쟁취한 경험이 없다. 싸운 적도 당한 적도 없는 이들이다.
선배언론인들이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면서 쟁취한 언론자유를 자신의 신념을 위하여 私用하는
경우가 많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과수 조사 발표를 못 믿겠다'는 오답을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77.8%에 달했다. 20대(75.1%)와 40대(72.0%)가 뒤를 이었다. 50대의 경우는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39.8%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신뢰한다‘는 응답(32.8%)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60대는 ‘신뢰한다’는 의견이 42.2%로 '신뢰하지 못한다'(26.8%)보다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62.3%)이 남성(53.0%)보다 더 높은 不信(불신)을 보였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종편 보도에 더 많이 노출된 탓인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의 75.4%, 통합진보당 지지층의 62.1%가 ‘국과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신뢰한다는 응답’이 41.3%로 ‘신뢰하지 않는다’(35.7%)는 응답보다 약간 높았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바보 같은 답을 한 이들은 학력이 높고 젊은 편이었다.
이번 유병언 屍身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같은 현상이었다. 
  
  학생과 사무직 종사자에서 ‘신뢰하지 못한다’는 誤答(오답)이 각각 68.5%, 66.8%로 높게 나타났고, 가정주부(56.5%), 자영업(55.5%), 노동직(55.1%) 등이 뒤를 이었다. 無職(무직)의 경우에는 ‘신뢰한다’(38.5%)는 의견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견(29.6%)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봉급 화이트 칼라가 무직자보다 분별력이 약하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신적 면에선 이미 구제불능의 단계로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절망감을 준다.
많이 배우고 잘 버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혜택,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가장 많이 누리는 계층이 속아 넘어가는 데도 1등이니 이런 체제는 오래 갈 수가 없다.

배운 무식자가 큰 소리 치는 사회는 반드시 쇠퇴한다.
언론이 정보화 시대의 文明利器를 거짓과 선동에 악용하고 이를 제어할 힘이 없는 나라는
평온한 바다에서 뒤집어진 세월호처럼 될지 모른다. 
  
  이번 조사는 7월 25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