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부실수사로 막대한 수사력 낭비 초래언론, 자극적 기사 생산에 매달려..실체 규명은 외면
  • ▲ 김엄마·신엄마 딸·유병언 운전기사 공개수배 전단.ⓒ 연합뉴스
    ▲ 김엄마·신엄마 딸·유병언 운전기사 공개수배 전단.ⓒ 연합뉴스

    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문의 주인공은 양회정씨. 유병언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수족과 같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수사기관에 자수하기 직전 양씨가 남긴 말을 종합하면, 그는 유 전 회장이 사망 직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양씨는 유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5월 24일이라고 했다. 유 전 회장의 사망 추정일인 같은 달 25일 바로 전 날이다.

    따라서 양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는 유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이자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양씨의 자수가 주목을 받는 것은 유 전 회장의 죽음과 관련돼 그가 한 말 때문이다.
    그는 자수 직전, 유 전 회장의 신상과 죽음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을 했다.

    특히 그는 “소주병 이런 것은 이상하다”, “회장님은 그렇게 무모한 분이 아니다”, “검은 옷은 입지 않는다” 등의 발언으로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는 마치 유 전 회장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하는 모호한 말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의 발언을 접한 언론은 몇 줄 안 되는 그의 발언을 확대재생산하는데 혈안이 됐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그의 말을 근거로, 유 전 회장 죽음을 미스터리로 둔갑시키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수십년 경력의 부검의도 밝혀내지 못한 사망원인이, 갑자기 나타난 운전기사의 말 한마디에 뒤집히는 촌극이 벌어졌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사망사건의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에게 사건의 실체를 묻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가 한 말의 진위나 배경, 발언의 신빙성 등에 관심을 갖는 매체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언론은 사건의 실체보다는 유 전 회장 운전기사의 발언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의 같은 내용의 기사에 제목만 바꿔달면서, 양씨의 발언을 반복 보도하는 매체도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다수의 언론이 양씨의 발언을 신뢰할만한 구체적인 근거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그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선정적 보도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트위터를 비롯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유병언 바지사장설’, ‘세월호 주인은 국정원’ 등의 근거 없는 괴소문으로 넘쳐나고 있다.

    검경의 부실한 수사와 자극적 소재만을 쫓는 언론이, 사건의 실체를 미궁 속에 빠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