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교란설, 연약지반 붕괴설, 남침 땅굴설..시민 불안 급증
  • 지난 13일 발견된 석촌지하차도 밑 동공의 내부. ⓒ뉴데일리=유경표 기자
    ▲ 지난 13일 발견된 석촌지하차도 밑 동공의 내부. ⓒ뉴데일리=유경표 기자

     

    7월 28일 인천 영종하늘도시 지반침하, 직경 35m 대형 싱크홀 발생

    8월 5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 싱크홀 발생.

    8월 5~18일 석촌 싱크홀 주변 지하, ‘동공’ 잇따라 발견.

    8월 21일 송파구 방이동 인도 지반침하. 추가 싱크홀 혹은 동공 원인 추정.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서울과 인천 곳곳에서 일어난 지반 이상 현상들이다.

    한반도 곳곳의 땅이 원인도 모른 채 꺼지고 있다.
    해외 토픽에서나 다뤄졌던 ‘싱크홀’과 ‘동공’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반 이상 현상이 수도권에서 잇따라 나타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지반침하, 싱크홀, 동공 등이 대부분,
    교통량과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주변지역에서 발생됐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불안과 동요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더 큰 문제는 초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상 현상들에 대해,
    누구하나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석촌 싱크홀과 동공 발생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민간전문가들을 포함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원인규명에 나서고 있으나,
    싱크홀 및 동공 발생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인근 석촌호수의 영향, 지하수 교란,
    지하철 9호선 시공 부실에 따른 연약지반 붕괴설 등
    전문가마다 내놓은 각종 설(說)들로,
    인근 주민들의 불안만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안전을 책임져야 할 서울시가 뚜렷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남칭용 땅굴설’ 등 이설(異說)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영종도 지반침하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은
    안전행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그 원인이 ‘싱크홀’ 때문이라고 밝혔다.

  • 지난달 28일 발생한 인천 영종하늘도시 도로 침하.ⓒ 사진 연합뉴스
    ▲ 지난달 28일 발생한 인천 영종하늘도시 도로 침하.ⓒ 사진 연합뉴스

    유대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종도 싱크홀의 규모는 직경 35m에 깊이 5m로,
    이달 5일 발견된 서울 석촌 싱크홀보다 14배 가량 크다.

    문제는 싱크홀의 원인을 한 달이 다 되가는 현재까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반침하 직후,
    싱크홀로 붕괴된 도로를 응급복구하고 원인규명을 시도 중이지만
    지금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이런 모습은,
    싱크홀 및 동공과 관련돼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의 모습과 닮아 있다.

    안전행정부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모두 20개다.
    이 가운데 원인불명인 싱크홀만 7개에 이른다.

  •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동공 바닥에 지하수가 고여있다. ⓒ뉴데일리=유경표 기자
    ▲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동공 바닥에 지하수가 고여있다. ⓒ뉴데일리=유경표 기자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원래 싱크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지하수 유입 혹은 유출이다.

    도심에서 지하공사를 하면서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쓰거나,
    지하공사 등으로 원래 있던 지하수가 유출되면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고,
    이로 인해 도로면이 푹 꺼지는 현상이 바로 ‘싱크홀’이다.

    석촌동에서 발견되는 ‘동공’ 역시
    그 원인을 지하수 유출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석촌 싱크홀과 동공의 경우,
    처음부터 석촌호수가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최근 석촌호수 수면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인근 제2롯데월드 공사에 따른 지하수 유출을 의심하는 견해가 널리 퍼졌다.

  • 8월5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진 연합뉴스
    ▲ 8월5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진 연합뉴스

    석촌 싱크홀 및 동공 발생원인으로 ‘지하수 교란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제2롯데월드 공사가 지하수 흐름을 왜곡시켜,
    그 연장선상에서 싱크홀 및 동공이 발생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종합한다면,
    ‘지하수 교란설’이나 ‘제2롯데월드 공사 영향설’은
    설득력이 조금 떨어진다.

    석촌 싱크홀 및 동공을 조사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발생 원인은,
    인근에서 벌어지는 지하철 9호선 공사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싱크홀 및 동공이 발생한 지역이 지하철 9호선 인근에 집중돼 있고,
    이곳의 지질이 연약지반이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석촌동 동공 내부를 직접 취재한 기자는,
    동공 내부가 대부분 모래로 채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갈과 모래로 구성된 연약지반이,
    지하철 9호선 공사로 인한 진동과 충격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공은
    새로운 싱크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석촌 싱크홀 및 동공 발생의 원인은,
    지하철 9호선 시공사와 책임감리업체,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의 공동책임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와 시공사는 [연약지반]이
    싱크홀 및 동공발생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와 시공사가 지반침하 가능성을 알고도,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 21일 송파구 방이사거리 인도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진 연합뉴스
    ▲ 21일 송파구 방이사거리 인도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진 연합뉴스

     
    지하철 9호선 시공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은
    지반침하 가능성을 미리 예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석촌동 인근 지반이 매우 연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시 도로사업소측에 연약지반 보강을 위한 추가 시공방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서울시에 보고한 추가 시공은 크게 축소됐다.

    연약지반 보강을 위한 시공이
    처음 검토안보다 크게 축소된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서울시와 삼성물산이 벌이는 책임공방은 끝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송파구 방이동 근처에서 일어나 인도(人道) 지반 침하도,
    그 원인이 지하철 9호선 공사에 있다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3시께 방이동 방이사거리에서 일어난 지반침하 지역은,
    지하철 9호선 공사현장과 60m 거리에 있다.
    싱크홀 및 동공이 발생된 석촌지하차도와는 900m가량 떨어져 있다.

    조사결과 지반침하의 원인이 연약지반 때문이라면
    ‘지하철 9호선 공사 원인설’은 가설이 아닌 정설(定說)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 땅굴안보국민연합(회장 한성주, 이하 땅굴안보연합) 회원 50여명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공원에서 ‘남침땅굴 확인촉구 시민대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유경표 기자
    ▲ 땅굴안보국민연합(회장 한성주, 이하 땅굴안보연합) 회원 50여명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공원에서 ‘남침땅굴 확인촉구 시민대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유경표 기자


    석촌 동공의 경우,
    그 발생 원인을 북한의 남침용 땅굴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땅굴안보국민연합(회장 한성주, 이하 땅굴안보연합) 회원 50여명은,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공원에서
    ‘남침땅굴 확인촉구 시민대회’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 석촌지하차도 밑에서 발견된 80m 길이의 땅굴은
    누가 봐도 인공동굴, 남침땅굴”이라고 주장했다.

    회원들은,
    “서울시 싱크홀조사단이 인공동굴로 보이는 동공을
    천연동굴로 발표한 것은 스스로의 신뢰를 져버린 것”이라며
    “토목학회 교수진과 남침땅굴시민단체 대표들이 함께 참여하는
    객관적 싱크홀조사단을 구성해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성주 땅굴안보연합 회장은
    “다우징 탐사(‘ㄱ’자로 굽어진 길다란 쇠막대 2개로 수맥을 찾는 탐지법) 결과,
    남침땅굴이 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다고 본다”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북한의 남침땅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곳곳의 땅이 갑자기 주저앉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지만,
    실체 및 원인에 대해 속 시원히 답을 내놓은 사람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석촌 싱크홀이든 영종도 싱크홀이든,
    서울시를 비롯한 자치단체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공사관리 체계가,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보다는 예산을 먼저 생각하는 시공사와
    발주처인 공공기관의 무책임이
    싱크홀 및 동공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때문에 정부가 직접 원인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