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북한 3인방'이 방한했을 때 국내 언론은 모두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생중계했다. 한국 정부도 이런 언론과 다르지 않은 '저자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당시 YTN 보도화면 캡쳐]
    ▲ 지난 4일,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북한 3인방'이 방한했을 때 국내 언론은 모두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생중계했다. 한국 정부도 이런 언론과 다르지 않은 '저자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당시 YTN 보도화면 캡쳐]

    지난 4일, 12시간 동안 한국을 찾았던 김정은의 ‘수족’,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이 ‘방한 목적’을 모두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이 인천에서 한국 대표들과 오찬을 가질 때 한국 측이 먼저 “대통령을 만나 보겠느냐”고 물었고, 북한 측은 "바쁘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는 2009년 故김대중 대통령 사망 당시 북한 조문단이 오랜 기간을 기다리다 이명박 대통령을 ‘겨우’ 만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통일부는 4일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만나실 용의가 있으셨으나, 북측이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왔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청와대 방문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통일부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밝힌 데 따르면, 4일 오찬 당시 한국 정부가 나서서 ‘박근혜 대통령 면담 의사’를 물어보자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전념해야 하므로 시간관계상 어렵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대통령을 면담 하겠느냐’고 북측 대표단에 제의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며 이렇게 답했다.  


    “우리 측이 북측 대표단에게 청와대 예방의사가 있는지 타진한 것은 맞다. 이는 북한 대표단이 왔을 때 일정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문의한 것이다. 우리 측에서 어떤 배경이나 의도를 깔고 물어본 것은 아니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이 왔을 때 한국 정부가 이들에게 ‘대통령 면담’을 제안한 것은 사전 협의는 없었지만, ‘청와대 내부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통일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그렇게(임기응변식으로) 제안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사실 북측 대표단이 출발한 시각도 마지막까지 여러 차례 변동이 있었을 정도로 상당히 급박하게 준비를 했다. 그 과정에서 정상회담, 아니 청와대 예방에 대해 어떤 일정을 협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 측이 (청와대 예방) 의사를 한 번 타진해 볼 필요성이 있었다고 본다.”


    통일부는 이 설명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북측에서 워낙 고위급이 내려와서”라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에서 상당한, 매우 높은 수준의 인사들이 내려왔기 때문에 우리 측 대통령을 예방할 수 있는지 그렇게 한 번, 그 이후의 일정을 서로 정확하게 이렇게 협의를 하기 위해서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물어봤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통일부가 이렇게 해명했지만, 탈북자 등 북한의 정서를 잘 아는 사람들은 “북한 3인방이 짧은 방한 기간 동안 한국 정부의 기선을 제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박근혜 정부가 ‘매우 시급하다’고 밝힌 이산가족 문제를 ‘협상카드’로 십분 활용하고 있는 반면,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는 이 문제를 남북 관계 문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모든 것’인양 대응하는 듯한 행동을 계속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김정은이 한 달 넘게 종적을 감춘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먼저 ‘적국 수뇌부’에게 “만나고 싶다”고 밝힌 것은 두고두고 대남선전용 소재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 안보 수뇌부가 문제인지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이번 '황병서·최룡해·김양건'의 방한은 결국 김정은에게만 좋은 일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 "내래 그럴 줄 알았지. 남조선 대통령들은 '떡밥'만 던지면 문다니까…." 우파 인사들은 '북한 3인방'의 '방한 쇼'에 한국 정부가 휘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사격훈련을 보며 웃은 김정은. 北관영매체 보도화면 캡쳐]
    ▲ "내래 그럴 줄 알았지. 남조선 대통령들은 '떡밥'만 던지면 문다니까…." 우파 인사들은 '북한 3인방'의 '방한 쇼'에 한국 정부가 휘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사격훈련을 보며 웃은 김정은. 北관영매체 보도화면 캡쳐]

    한편 통일부는 황병서·최룡해·김양건의 방한 일정 가운데 ‘정상회담’이라는 단어는 나온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또한 일부 국내언론들이 주장하는 5.24조치 해제 또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서는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바꿀 생각이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