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로 野 합세, 反청와대 전선 구축..언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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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이 반란을 일으키자 박지원이 편을 든다.

    적에 적은 아군이라 했던가?
    박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반기를 든 김무성을 자기편이라 생각했을까?

    아니다.
    애초에 그들은 한편이었다.

    여당 야당 나눌건 없다.
    매일 치고박고 싸우면서도 국회의원들은 늘 한편이었다.

    범죄혐의가 있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때도, 자신들의 월급을 인상시키고 복지를 늘릴 때도, 한 마음 한 뜻이었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을 지녔다고 비난하지만, 국민들 눈에는 오히려 국회가 더 제왕적 습성에 물들어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그들은 대통령의 권한을 옭아매고, 자신들이 쌓아올린 국회라는 궁전 속에서, 임기 없는 영원한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하는 탐욕집단임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 파장이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 대표와 청와대의 엇박자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문재인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여당 내 개헌파인 친이계‧당권파 의원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어 ‘개헌’을 둘러싼 반(反)청와대 전선이 여의도에 구축되는 형국이다.

     

    ◆ 김무성 VS. 청와대, 곳곳이 지뢰밭 

    이번 논란은 김 대표의 입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고 했다가 이튿날인 17일 돌연 “내 불찰 이었다”고 물러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홀’이라고까지 표현한 개헌불가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에 관한 청와대의 공식 대응이 나온 것은 21일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 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개헌 관련 언급을 한 것은 기사화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청와대와 각을 세워 몸값을 높이려는 김 대표의 행동에 불편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과 동시에 당내 개헌 논의에 관한 거듭된 ‘차단’ 성격도 띠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앞으로 일체 개헌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은 아꼈지만 공무원 연금으로 또 다시 청와대와 엇박자를 냈다.

    22일 청와대가 연내 처리를 강력하게 주문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 차기 대권 꿈? 당권 장악부터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야권은 술렁였다.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갈등에 불을 지핀 것도 야당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대표가 하루 만에 개헌 발언을 사과한 직후부터 발끈하고 일어섰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17일 “집권여당 대표가 개헌 얘기했다가 청와대 눈치를 보는 사태만으로 대한민국이 제왕적 대통령을 갖고 있다. 이것을 바로 고쳐야 한다는 게 더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의원은 20일 “대통령이 국회 차원의 논의를 막는 것은 월권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 했다.

    특히 박지원 의원은 22일 “같은 정치권의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면서 “(청와대의) 너무 과민반응이고, 소위 청와대 고위층 인사라는 말을 빌려 집권 여당의 대표에게 그렇게 심하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반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뉴데일리DB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반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뉴데일리DB

     

    그는 “김무성 대표는 철저한 개헌론자로 정기국회, 세월호 국회가 끝나면 개헌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해 오신 분이기 때문에 작심하고 하지 않았겠냐”고 김 대표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두둔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여야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개헌 논의를 적극 지지하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대권은 장외로 빠지고 여의도에는 당권 장악만 남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살펴보면 선두자리는 줄곧 박원순 서울시장지 차지해 왔다.
    최근 한 여론조사 후보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가세하면서 박 시장을 압도, 큰 차이로 1위에 올랐다.

    즉 여의도에서 ‘차기 권력’이 나올 확률이 점점 낮아지는 만큼 개헌 논의와 같은 민감한 이슈들을 던져 앞으로도 청와대와 힘겨루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처럼 이번엔 여야 모두 1등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현안 하나하나에 따라 순위가, 여론이 뒤집힐 수 있다는 뜻”이라며 “청와대와 각을 세운다기 보다는 당이 각각 현안에 따라 할 말은 하는 일들이 앞으로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단단히 뭉친 反 청와대, 언론까지 가세

    대통령을 흔들고, 권력을 빼앗아 그들만의 권력 카르텔을 형성하겠다는 이 움직임에 많은 세력들이 모이고 있다.

    깃발을 들고 선봉장을 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야당의 표가 필요하다면 모아주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선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박지원 새정치연합 전 원내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박지원 새정치연합 전 원내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여기에는 보수언론이라 자처하는 조선일보 등 메이저 신문사도 슬그머니 끼어드는 형국이다.

    <조선일보>는 청와대의 반격이 나온 다음날인 22일 조간 사설을 통해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 공개 면박하며 다툴 때인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은 "청와대가 작심하고 김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면박(面駁)을 준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스스로 내분(內紛)을 키워가면서 경제 살리기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런 여권의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 안팍에서는 <조선>이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을 지지하는 뜻을 보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대통령제에서 의회분권제도로 변화하고 행정부보다 의회가 권력의 중심이 될수록 언론사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는 이점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년간의 임기와 권한이 보장된 대통령제 보다 늘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의회 권력구조 특성상 '메이저 언론'의 파워는 강력해질 공산이 크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개헌 논의에 대해 "결국 국회의원들이 5년에 한번 자신들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뽑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이제는 스스로 권력을 잡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헌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는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와 변화의 염원이 담기지 않은 채 정치적인 목적으로는 쉽게 이룰 수 없는 문제"라며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개헌지지자들의 진짜 의도가 뭔지를 잘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