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 돌아가기 힘들어 정치할 수밖에" 지적도
  • 지난 8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최고위원이 단식 중 병원으로 후송된 이른바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면회하고 있다. 문 최고위원은 이 면회가 끝난 뒤 김 씨의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에 복귀하라"는 말에 따라 동조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8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최고위원이 단식 중 병원으로 후송된 이른바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면회하고 있다. 문 최고위원은 이 면회가 끝난 뒤 김 씨의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에 복귀하라"는 말에 따라 동조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유민 아빠'가 안산으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유가족의 입맛에 맞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지난 7월부터 46일간의 단식 농성에 돌입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김영오 씨는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들이 밀집한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명신에 재직하며, 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명신지회 조직원으로 활동해 왔다. ㈜명신은 충남 아산에 소재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생산라인의 완성차에 사용될 부품을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회사다.

    충남 아산의 직장에 다니던 김 씨가 출퇴근은 어찌할 생각으로 안산으로 이사한 것일까. 뭔가 새로운 생계 수단에 착안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씨의 안산 이사를 두고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광딸(광주의 딸)'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의 여의도 입성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은희 의원은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시절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진위가 의심스러운 발언을 잇달아 내뱉었다. 당시 야당은 권 의원의 한마디 한마디를 금과옥조라도 되는 것처럼 떠받들며 정치 공세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당시에도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난해 4월 21일 "용기 있는 말로 인해서 그 분은 광주의 딸이 되셨다"는 발언도 그 맥락에서 나왔다.

    '광딸' 권은희 의원의 발언 대부분은 이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 허위임이 드러났다. 권 의원은 위증죄로 고발당해 수사를 받기에 이르렀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그를 광주 광산을에 공천해 금배지를 달아줬다.

     

  • 지난 8월 20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광화문 광장을 찾아 이른바 '유민 아빠' 김영오 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지난 8월 20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광화문 광장을 찾아 이른바 '유민 아빠' 김영오 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정치적 영향력으로 보면 김영오 씨는 권은희 의원보다 몇 수 위다.

    권은희 의원은 제1야당 비대위원장으로부터 '광주의 딸'이라는 찬사를 헌정받은 정도지만, 김영오 씨는 비대위원장을 자기 앞에 무릎꿇렸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지난 8월 20일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던 김영오 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당시에도 제1야당의 대표가 마치 김 씨 접견을 허락받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은 모양새라 정치권에 충격을 줬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의 단일 후보였으며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최고위원도 말 한마디로 밥을 굶게도, 먹게도 만들었다.

    문재인 최고위원은 지난 8월 19일 김영오 씨의 단식을 말리러 간다더니, 김 씨가 "세월호 특별법 여야 재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자 돌연 옆에서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이후 같은 달 28일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라"고 하자, 마치 지령을 받들듯 동조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복귀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 대표를 자기 앞에 무릎 꿇리고, 대권 주자를 오라 가라 해본 '유민 아빠'가 어떻게 그 맛을 잊겠느냐"며 "이제 평범한 생업으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고, 전업으로 정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씨가) 세월호 진상조사위 활동 기간 동안 조사위에 있다가, 내후년 총선을 노릴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의 정확한 활동 기간은 특별법이 제정돼야 확정되지만, 여야는 당초 진상조사위의 활동 기간을 1년 6개월로 하고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합의했었다.

    10월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된다고 하더라도 2016년 4월 13일로 예정된 총선 기간까지 진상조사위의 활동 기간에 포함되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에 있다가 활동이 끝날 때쯤 '○○○○ 때문에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명분을 만들어 뛰쳐나와 총선에 출마를 선언하면 모양새가 그럴 듯해진다"며 "야당도 공천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