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장악 後 투표로 선회, 문성근 '입당하라'…문희상 '당원 배가' 호응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의원과 문성근.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의원과 문성근.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친노(親盧) 성향 단체인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위원장 문성근)이 회원들에게 새정치민주연합 입당(入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친노 세력이 네트워크 정당론을 빙자한 모바일 투표 도입이 여의치 않자 입당 전략을 통해 당권을 탈취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성근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민의 명령' 홈페이지에 "(내년 1~3월 개최 예정인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가지려면 입당해야 한다"며 "권리당원의 의결권이 일반당원보다 높을테니 당비 월 1000원을 납부하면 더 좋다"고 공지했다.

    의도에 대해서도 문 위원장은 숨기지 않았다. 그는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으로의 진화를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은 친노본당(親盧本黨)의 맹주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이 줄기치게 주장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결국 집단 입당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문 위원을 밀어주자는 말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문성근 위원장을 위시한 친노 외곽 세력은 당초 새정치민주연합 입당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전략 변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 위원장은 지난 8월 1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튼튼한 당, 국민 네트워크 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시민에게 입당을 강요하지 말고, 당내 의사 결정 과정에 동등한 의결권을 부여하자"며 '온·오프 결합 네트워크 정당 건설'을 촉구했었다.

    그랬던 친노 세력이 입당 전략으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친노로 분류할 수 있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이틀만인 지난달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만큼 공정하고 간단명료한 것이 어디 있느냐"며 "모바일 투표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었다.

    속내를 너무 일찍 드러낸 것이다.

  • 지난 2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박지원 비대위원(오른쪽)이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회의 도중 귀엣말을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2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박지원 비대위원(오른쪽)이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회의 도중 귀엣말을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희상~문재인 친노 체제에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던 범친노와 구민주계가 발끈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지난달 23일 "모바일 투표는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문제"라며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 말씀드렸다"고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렸다.

    정세균 비대위원도 그 이튿날 "우리 비대위원 모두는 전당대회 관련 발언은 신중의 신중을 기하자"며 "비대위가 전대 룰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쐐기를 꽂았다.

    문재인 비대위원이 같은 달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일반 시민이 온라인을 통해 정당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당원 뿐만 아니라 시민과 지지자를 결집시켜야 한다"며 '불씨 살리기'에 나섰으나, 경고를 받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입을 다물면서 불씨는 그대로 죽어버렸다.

    굳이 계속 모바일 투표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도, 비대위원 중에서 정세균(정세균계)·박지원(구민주계) 위원 등이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정치지형상 관철이 불가능할 뿐더러 친노와 범친노 사이의 균열만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결국 친노 세력은 입당 전략을 통해 현행 룰 체계 내에서 먼저 당권을 장악한 뒤, 모바일 투표 도입을 통해 당권 장악을 영속화하는 2단계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는 보다 신중을 기해 사인을 내는 순서를 바꿨을 뿐이다.

    문성근 위원장이 '입당하라'는 사인을 낸지 일주일 뒤인 이달 22일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11월부터 온라인·오프라인을 포함한 전 당원 배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는 '모바일 투표'에 있어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성급하게 먼저 사인을 냈다가 실기(失期)한 것을 교훈 삼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