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6, 그날 차지철이 권총을 차고 있었더라면?

    그날 술자리에서 朴대통령이 金載圭를 다둑거리고 위로해주었더라면?

  • 趙甲濟    
      
    10.26 사건에서 朴正熙 대통령이 피살된 것은
    여러 가지 우연과 악연이 겹친 때문이었다.
      
       1. 그날 車智澈 경호실장이 권총을 차고 있었다면 金載圭와 총격전을 벌였을 것이고
    그 사이 朴대통령이 피신할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1979년10월26일 오후 5시40분쯤 청와대. 車智澈 경호실장은 朴대통령을 모시러 가려고 사무실을 나섰다. 부관 李錫雨가 떠나는 실장에게 권총을 건네 주었다. 실장은 '갖고 있으라'고 돌려 주는 것이었다. 李 부관은 권총을 받아 도시락 상자같이 생긴 권총집에다가 넣었다. 李부관은 그 전에도 車 실장이 궁정동으로 대통령을 수행하러 나설 때는 권총을 건넸으나 매번 되돌려주기만 하는 것이었다. 오기가 생긴 李부관은 '그래도 대통령을 모시는 자리인데 경호실장이 권총을 안차고 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여 계속해서 권총을 권했다. 車실장이 권총을 차고 가지 않게 된 것은 서너 달 이전부터였다. 이석우는 車 실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2. 金桂元 대통령 비서실장이 만찬 직전 단 둘이 있었을 때의 金載圭의 불온한 발언을 중시하여 경호원들에게 비상을 걸었다면 사건은 예방되었을 것이다.
       <아담한 2층 양옥 건 물 나동 앞에는 정원이 있고 화강암을 깎아서 만든 경계석이 화단과 마당을 가르고 있었다. 여기에 걸터앉은 김재규 정보부장과 김계원 비서실장은 계속해서 차지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사회 공기가 얼마나 험악한지 실장님도 모르실 것입니다. 부산에 계엄령이 선포되어 우선은 조용해졌지만 며칠이나 가겠습니까.'
       '김 부장,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게 약한 줄 아시오. 학생들이 비판한다고 오늘 내일 정부가 쓰러질 것 같소.'.
      
       '맑은 물에 무엇같은 놈 한 마리가 앉아서 자주 물을 흐려 놓 으니 일이 되겠습니까.'
       '무슨 일만 있으면 각하에게 쪼르르 쫓아가서 고자질을 하니 야단이야. 그러니 각하는 자꾸 강경해지시고….'.
      
       '오늘 저놈을 해치워야 일이 올바르게 되지 저놈이 옆에서 각하의 판단을 흐려 놓는 한 잘 되기는 글렀습니다. 저 놈을 오늘 해치울까요, 어떻게 하지요.'
      
       김계원은 이때 김 부장이 또 과격한 불평을 하는구나 하고 생 각했다. 그래서 '차 실장의 월권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내일 이야기하게 되어 있어'라고 했다. 김재규는 '미지근하게 하면 안 됩니다'고 다짐을 주듯 말했다.>
      
      

  •    3. 그날 술자리에서 朴대통령이 金載圭를 다둑거리고 위로해주었더라면 단순한 성격의 金은 殺意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은 탁자 건너편에 앉은 김재규 부장을 향해서 '부산 마산에 별일 없지'하고 물었다.
       '예, 별일 없습니다'
       시바스 리갈을 얼음이 든 물컵에 타서 젖고 있던 김 부장이 대답했다.
       '부산사태는 신민당이 개입해서 하는 일인데 괜히들 놀래가지고 야단들이야. 신민당 의원이 나한테 와서 말한 게 있어. 오늘 삽교천에 가 보았지만 국민 대다수는 다 열심히 일하는데 부산 데모만 하더라도 그렇지 식당 뽀이, 똘만이들이 많았잖아. 그 놈들이 어떻게 선별수리란 말을 알겠어. 중앙정보부가 수고 많이 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더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야겠어.'
       '알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김 부장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날 박 대통령은, 부산사태는 김영삼의 신민당이 조종해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선입견을 깔고서 김재규와 정보부의 무능을 질책했다. 이것이 김재규로 하여금 더욱 울화를 치밀게 하였다. 김계원이 군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저간의 사정을 잘 설명해준다.
      
       [지난 10월16일 부산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에 관하여 차지철은 각하에게 신민당이 배후조종한 폭동이라고 보고해서 선입견을 갖게 했습니다. 중앙정보부는 조사결과 신민당이 아니고 남조선민족해방전선 등 불온단체와 일부 反정부학생들이 가담했다고 보고했으나 각하로부터 거절당하고 오히려 야단을 맞게 되자 김재규는 그 원인이 차지철의 농간에 의한 것이라고 눈치채고 분노가 극에 달한 바 있습니다]>(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4. 정보부 의전과장 朴善浩가 김재규의 가담 지시에 대하여 '오늘은 어려우니 다음으로 미루자'고 버티었다면 金은 진행이 불가능했다.
       <박선호가 입을 김 부장의 귀에다 대듯이 하고 속삭이듯 말했다.
       '각하까집니까.'.
       김재규는 고개를 끄떡하면서 '응' 했다.
       박선호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는 거짓말을 했다.
       '오늘 저녁은 좋지 않습니다. 경호원이 일곱 명이나 됩니다. 다음 에 하지요.' '안돼. 오늘 처치하지 않으면 보안이 누설되어서 안돼. 똑똑한 놈 세 명만 골라 나를 지원해. 다 해치워.'.
       박선호가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자 김 부장은 다시 밀어붙였다.
       '믿을 만한 놈 세 놈 있겠지.'.
       박선호는 엉겁결에 '예,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군검찰 진술조서).
       '좋습니다. 그러시면 30분의 여유를 주십시오.'
       '안돼. 너무 늦어.'.
       '30분이 필요합니다. 30분 전에는 절대로 행동해서는 안됩니다.' '알았어.'>(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5. 살해 임무를 부여받은 중정 경비원 유성옥이 차에 타고 있다가 바깥에 있는 대통령 경호원이 다가오자 그가 문을 열면 달아날 심산이었는데, 경호원은 지나쳤다. 만약 이때 경호원이 문을 열었으면 유성옥은 대통령 경호원에게 음모가 진행중이라고 알렸을 것이다.
       <유성옥은 1979년12월12일 육군보통계엄군법회의에서 신호양 변호인의 신문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박 과장의 암살지시에 반항하면 나중에라도 죽을 것으로 생각했습 니다. 저는 주방으로 차를 옮겨 놓고 제미니차에 타고 있다가 문을 열어달라고 했는데 경호원이 모르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때 문을 열어 주었다면 도망하려고 했습니다.'
      
       경호원이 다가와서 제미니차 문을 열어주면 '각하가 위험하다'고 알린 뒤에 달아날 생각을 했다는 뜻인 것 같다. 만약 그 경호원이 문을 열어주었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주방에 있던 두 명의 경호원과 대기실에 있던 두 경호원이 자위조치를 취했을 것이고, 오히려 김재규쪽이 당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성옥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경호원이 그의 신호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가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어느 쪽으로도 확실한 행동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그냥 상황에 끌려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사람의 의지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판이 짜여져 있었다. 그는 운이 나쁘게도 '연출자' 박선호에 의하여 이 역사의 무대에서 한 배역을 맡도록 지명되어 있었던 것이다.>
      
       6. 박선호가 음모에 가담시킨 중정 경비원 이기주도 한때 달아나버릴까 생각했다고 한다.
       <박선호는 이기주에게 권총으로 바꿔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 이기주는 '이 길로 도망가버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그는 법정에서 진술하기를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과장이 나를 신임했는데 거절할 수가 있는가. 과장이 유사시에는 생명을 걸고 충성하라고 했는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항소심에서 '과장님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을 시켰는지 원망도 했으나 저를 신임했기 때문에 그와같이 시켰을 것이라고 자위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직전에 박선호와 박흥주 두 사람이 김재규로부터 거사에 대한 지시를 갑자기 받았을 때 느꼈던 똑 같은 충격과 당황을 이번엔 이기주와 유성옥이 느끼고 있었다. 이기주는 법정에서 '과장의 지시면 누구나 그 자리에서부터 뜁니다'라고 했다. 변호사가 '불응한다거나 승낙한다거나 선택적으로 판단할 여유가 없다는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무조건 지시에 따랐습니다. 상관의 지시이니까 무조건 따르고 여기서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7. 金載圭가 발사를 하기 위하여 방으로 돌아갔을 때 대기실에 있던 경호원 안재송이 화장실에 갔다. 대기실에서 대통령 경호원 두 사람을 쏴죽이려고 기다리고 있던 박선호는 표적을 놓쳐 당황했다. 만약 이때 안재송이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지 않았더라면 김재규가 차지철을 쏘는 총성을 듣고 박선호가 동시에 두 경호원을 처치한다는 계획은 실천이 어려웠을 것이다. 안재송은 화장실에서 곧 나와 대기실로 돌아왔다가 박선호에 의해 곧 피격되었다.
       < 안방 앞에 있는 부속실로 나온 김재규는 박선호에게 '준비 다 되 었지'하고 물었다. 준비 완료를 확인한 김 부장이 곧장 안방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때 세계사격대회 한국 대표선수이기도 했던 안재송이 대기실에서 나와 복도를 건너 화장실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박선호가 질려서 마루에 서 있는데 안재송은 이내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대기실로 다시 들어갔다. 박선호는 안재송을 따라 대기실로 들어가 입구 쪽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손은 허리에 가 있었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