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열연 ‘국민 공주’ 김자옥, 63세로 별세2008년부터 대장암 투병… 7월까지 연극 무대

  • 언니 잘가! 언니 덕분에 행복했어


    개그우먼 이경실의 한 마디에 장내는 울음바다가 됐다. 겨우 눈물을 참고 있던 송은이는 고개를 돌렸고, 이성미와 박미선은 오열을 터뜨렸다. 김지선은 아직은 보낼 수 없다는 듯 운구차에 손을 대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윤소정과 강부자 등 절친했던 ‘언니’들도 연신 눈물을 훔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19일 오전 8시 30분 고(故) 김자옥(63)의 발인식이 열린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의 유가족과 연예계 동료·선후배 등 약 100여명의 추모객이 참석했다.

    성우로 출발해 연기자, 가수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 온 까닭에 고인의 ‘마지막 날’엔 실로 다양한 직군의 연예인들이 총출동했다. 개그우먼과 방송인들의 모습도 보였고, 연기자와 가수들도 김자옥을 추모하기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고인의 남편인 가수 오승근은 발인 예배 말미, 강대상 앞으로 나와 “이제 집사람과 헤어지려 한다”면서 “3일 동안 김 권사가 대부분의 가족들을 본 것 같은데,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발인을 마치고 운구차에 실린 고인의 시신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기도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 안장됐다.

  • ◈ 최근까지도 연극 무대 서며 연기혼 불태워

    고인의 사망 소식은 정말 뜻밖이었다. 7월까지도 연극 무대에 서며 연기혼을 불태웠던 그였다. 이에 16일 오전 타전 된 배우 김자옥의 사망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족 측에 따르면 김자옥은 숨지기 사흘 전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오승근은 “이틀 정도 혼수 상태에 빠졌다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며 “‘편안히 갈 수 있도록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자 눈을 깜빡깜빡거렸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고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직접적인 사인은 폐암이었다. 오랜 기간 대장암과 투병해 온 김자옥은 수술과 지속적인 방사선 치료를 통해 수년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2012년 암세포가 폐와 임파선까지 전이됐고, 김자옥은 또 다시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견뎌야만 했다.

    김자옥은 두 번째 찾아온 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어느 정도 원기를 회복한 김자옥은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와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예의 환한 미소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지난 5월부턴 연극 ‘봄날은 간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생전 고인과 각별한 우정을 나눴던 가수 태진아는 “한 달 전 오승근 선배와 얘기를 나눌 때에도 공주님의 안부를 물으니 ‘아주 잘 있다’는 대답을 들었었다”며 “당시 아들의 결혼 준비 등 소소한 일상 얘기를 주고받다 헤어졌는데 정말 뜻밖이다”라고 밝혔다.

    한 연예 관계자는 “김자옥은 큰언니가 자살로 유명을 달리하고 일시 불임 판정을 받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언제나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었다”며 “폐암 등으로 몹시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주위에 내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병 사실을 잘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70년대 ‘안방극장 트로이카-눈물의 여왕’ 찬사
                     90년대 코믹 연기로 시트콤 등 제2의 전성기


    ◈ ‘눈물의 여왕’서 ‘공주’로 180도 변신

    1951년 2남5녀 중 3녀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김자옥은 어린 시절부터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예비 스타로의 면모를 보였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CBS 전속 ‘어린이 성우’로 활동한 김자옥은 배화여중 재학 시절 TBC 드라마 ‘우리집 5남매’를 통해 첫 연기 신고를 하기도 했다.

    김자옥이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나서게 된 건 70년대부터. 70년 MBC 공채 2기 탤런트로 방송사에 입사한 김자옥은 이듬해 서울중앙방송(현 KBS)에서 방송된 드라마 ‘심청전’에서 주연을 꿰차면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이후 성우와 연기자 생활을 병행한 김자옥은 70년대 각종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등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당시 TV브라운관에서 맹활약한 김자옥은 한혜숙, 김영애와 함께 안방극장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다.

    90년대에 와선, 음반 발매와 코미디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특히 96년 태진아의 프로듀싱으로 발매한 ‘공주는 외로워’는 당시 6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큰 화제를 모았다.

    84년 가수 오승근과 재혼한 김자옥은 슬하에 아들 오영환과 딸 오지연을 뒀다. SBS 김태욱 아나운서가 고인의 친동생이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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