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용 영등포署 경사 "건강한 경찰이 되겠습니다"
  • ▲ 영등포 역전파출소 앞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청년들이 박성용 경사와 함께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나 다름 없었다.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 영등포 역전파출소 앞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청년들이 박성용 경사와 함께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나 다름 없었다. ⓒ뉴데일리 김태민 기자

    지난 18일 오후 3시경 서울 영등포 역전파출소 앞. 박성용 경사를 만나러 가자 그의 옆에 앳돼 보이는 남학생 1명이 앉아 있었다. 무슨 범죄를 저질러 훈계를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대화가 다 끝나자 파출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것이 아닌가.

    앳된 남학생의 정체를 묻자 박 경사가 웃으면서 "절 존경한다고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이라고 말했다. 박 경사와 젊은 청년이 파출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전국 곳곳에서 일주일에 3~4명 정도가 그를 만나러 파출소를 찾는다고 한다.

    그가 인기를 끌게 된 건 그의 '탄탄한 몸' 덕분이다. 그의 별명은 '로보캅'. 2013년 6월부터 보디빌딩 전국 대회에 나선 그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탔다. 여세를 몰아 제5회 WBPF 세계 선수권 대회 클래식(-180cm 부문)에 나가 랭킹 7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프로 보디빌더 부럽지 않은 성적을 거뒀으니 본업에 소홀했던 건 아닐까. 물론 아니었다. 그는 범인 검거 전국 1위를 두 차례나 차지, 2계급 승진한 '검거왕'이었다.

    "무조건 출근 시간 3시간 전에 일어나 2시간 30분 운동합니다. 그리고 퇴근하면 1시간 30분 정도 운동합니다. 일도 재미있습니다. 비번(非番)일 때에도 일하고 싶어 이곳 근처에서 원룸을 얻어 살고 있습니다. 데이트도 주로 이 근처에서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상인들과도 친해졌죠. 문제가 생기면 저한테 제보해주셨습니다. 똑같은 경찰이라도 제가 훨씬 듬직해 보인다고 하십니다."

    -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지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허리가 좋지 않아 의사가 헬스를 하라고 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강한 남자가 되고 싶기도 했고, 당당하고 멋진 직업을 갖고 싶은 마음에 경찰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 찾아오는 청년들에게 주로 무슨 말을 해줍니까?

    "무조건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권해서 한다든가, 돈을 보고한다든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죠. 제가 돈을 보고 일을 했다면 아마 헬스 트레이너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았겠죠. 그랬으면 아우디도 끌고 다녔을 겁니다(웃음)."

    - 헬스 트레이너를 하면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것 같은데요.

    "그래서 주변에서 제게 '그만둘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습니다. 경찰이라는 게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서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꼭 경찰청장이 되고 싶습니다. 여자친구도 경찰인 게 좋다고 말합니다."

    기자가 그를 찾아 나선 건 얼마 전 어느 대학교수로부터 경찰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비슷한 직종인 소방관에 대해 국민들은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그 교수는 말했다. 그러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웬만한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포스를 뿜고 있는 그를 발견, 무작정 찾아 나선 것이다.

    - 경찰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지명 수배범을 잡을 때입니다. 전력질주하느라 땀범벅이 됐고, 몸싸움하느라 옷도 다 찢어졌는데 수갑을 딱 채우자 사람들이 박수를 쳐줬습니다. 아프고 힘들었던 게 싹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전후사정은 모르고 뒤늦게 온 사람이 '경찰이 왜 사람을 질질 끌고 가느냐'고 한마디를 하자 비수가 꽂혔습니다."

    "우리는 원칙대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회 현장에 나갔을 때 우리가 가장 욕을 많이 먹는데 우리도 사람인지라 욕을 먹으면 마음이 아프죠.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툭 내뱉은 한마디에 엄청 흔들리는 게 우리들입니다.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우리 입장도 조금 이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입니까?

    "경찰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처음에 경찰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토하면 그거 치우고 자는 분들 계시면 깨워서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한 3년 정도는 밑바닥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보던 범인 잡고 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죠. 그래도 우리가 사람을 보호해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후배들한테 항상 '밑바닥부터 알아야 한다'고 다독입니다. 우리가 가장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을 하는만큼 가장 존중받을 수도 있다고. 한 번은 여름에 술에 취한 분이 제 몸에 오바이트를 했어요. 그 사람을 업고와서 씻긴 적이 있었죠. 그걸 지나가던 학생들 2~3명이 봤는지 박카스를 사서 파출소에 찾아왔습니다. 정말 고생하신다고. 뭐가 묻은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우리가 너무 믿음직스럽다고. 참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그런 것들 때문에 보람을 느낍니다. 내 스스로는 더럽고 창피한 일이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 박성용 경사는 세계 유명 월간 헬스잡지 ‘머슬맥(Muslce Mag)’의 12월호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 wildbody.co.kr
    ▲ 박성용 경사는 세계 유명 월간 헬스잡지 ‘머슬맥(Muslce Mag)’의 12월호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 wildbody.co.kr

    박 경사의 페이스북은 개인 페이스북 한계 인원 수인 5000명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새로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도 현재 좋아요 17,214명을 돌파했다. 팔로워는 3만여 명이 넘는다. 페이스북에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운동 노하우 등을 올리는데 날마다 조회수 10만여 회를 기록하고 있다.

    - 바쁜 와중에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건강한 경찰 이미지를 위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주셔서 힘이 나죠. 전국 각지에서 꿈을 가진 청년들이 자주 찾다 보니 강연도 몇군데 나갔습니다. 특히 경찰 수험생들 가운데 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경찰 시험을 치고 나면 마지막 면접 때 공통질문으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을 묻습니다. 거기에 제 이름이 많이 나온다고 해요."

    - 기억나는 팬이 있다면?

    "지금은 대학생인 한 친구가 고등학교 때 오토바이를 훔치다 저한테 잡혔어요. 폭주족처럼 하고 다니던 애였습니다. 누굴 잡았을 때 제가 꼭 하는 얘기가 '잠깐 유혹에 흔들려서 한 행동이지만, 이걸 통해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너를 더 성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반성하고 앞으로 안 그러면 된다'고 말했어요. 울더라고요. 부모님도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고. 제가 '검거왕'이긴 하지만, 단순히 실적 때문에 일하지 않았어요. 그 친구는 지금 마음을 잡고 취업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제 페이지를 잘 보고 있다면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가 "경찰청장님께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건강한 경찰 이미지를 위해 경찰 보디빌딩 대회를 만들고 주세요. 제 사례에서 보듯이 부지런히 운동하는 경찰이 일반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건강해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침마다 건강 프로그램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전국 경찰관들이 모두 몸짱이 되는 그 날까지."

  • ▲ 박성용 경사는 세계 유명 월간 헬스잡지 ‘머슬맥(Muslce Mag)’의 12월호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 wildbody.co.kr
    ▲ 박성용 경사는 세계 유명 월간 헬스잡지 ‘머슬맥(Muslce Mag)’의 12월호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다. ⓒ wildbod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