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투표 때 본인인증하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통째로 유출
  • ▲ 새정치민주연합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제1차 회의.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새정치민주연합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제1차 회의. ⓒ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예선격인 당내 지역위원장 경선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시끄럽다.

    새정치연합 광주 서구을 경선 과정에서 ARS 투표에서 본인 인증을 위해 쓰이는 선거인단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후보들에게 공개돼 '대리투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한 김하중 당 법률위원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김하중 위원장은 "경선을 하루 앞둔 26일 저녁, 중앙당 선관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보낸 선거인 명부에 선거인단 2,881명 전원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공개됐다"고 폭로했다.

    이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ARS 투표에서 본인 인증 번호로 활용된다"며 "이를 후보들에게 공개한 것은 경선의 공정성을 해치는 범법행위이자, 그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 17조에 위배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서울 강서을과 동작을, 광주 서구을 등 6개 지역에서 27일 선거인단 ARS 투표를 통한 지역위원장 경선을 진행한다.

    선거인단은 올해 1월부터 10월 사이에 당비를 3회 이상 납부한 권리당원으로 구성된다.

    투표 방식은 선거인단에게 ARS 전화가 걸려오면, 투표인은 안내 멘트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뒷번호 일곱 자리를 입력해 본인 인증을 한 뒤 경선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6일 광주 서구을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각 후보에게 전달된 선거인단 명부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전부가 공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17조 위반일 뿐만 아니라, 경선의 공정성도 해쳐졌다는 것이 김하중 위원장의 주장이다.

    김하중 위원장은 "선거인단을 매수하고 착신 전환을 하면 전화기 한 대를 가지고 선거인단에게 걸려오는 모든 전화를 받아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입력하고 대리투표를 할 수 있다"며 "이를 알면서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경선 후보들에게 공개한 것은 중앙당이 조직 선거·돈 선거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선거인단 전화기를 착신 전환을 시켜놓고 모처의 사무실에서 대리투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며 "선거인단을 매수하려고 해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알려달라고 하면 요즘은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해서 응하지 않는데, 이제는 착신전환만 해달라고 하면 매수가 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하중 위원장은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 경선에 불참함과 동시에 민형사상 대응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목포지청장을 역임한 검사 출신으로, 현재 새정치연합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하중 위원장은 "어제부터 중앙당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지역위원장 경선 후보의 자격을 떠나 법률위원장으로서 정치적 책임은 물론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71조 1호는 17조 위반 행위를 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김하중 위원장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예정대로 경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실무자들의 일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문제제기에 따라 명부를 꺼내본 결과, 애초에 없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포함된 사실은 맞다"고 인정했다.

    같은 당의 윤관석 수석사무부총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중앙당 선관위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있다"며 "김하중 위원장이 경선 중단을 요구했는데, 경선을 중단할만한 사유인지 아니면 이후에 이의 제기를 받는 방향으로 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중 위원장의 문제 제기에 따라 긴급 회의를 가진 새정치연합 중앙당 선관위는 "선거인단 명부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공개됐다 하더라도 대리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전화가 걸려 올 때까지 타인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어야 하므로, 대리투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경선의 공정성과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므로 예정대로 선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22일 저녁 10시 30분 논란이 된 광주 서구을을 포함한 6개 지역의 지역위원장 경선 결과를 예정대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당초 함께 경선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서울 은평을은 당비 대납 의혹이 제기돼 경선 절차가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