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구(老軀)를 이끌고 조국의 품에 안긴 국군포로 이정래씨물망초 주최 국군포로 초청 오찬 간담회… 성황리에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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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 국군포로 이정래씨가 자신의 탈북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2014.11.28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탈북 국군포로 이정래씨가 자신의 탈북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2014.11.28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내 조국에 돌아왔는데 히야. 53년만에 서울시내를 보니까 천지개벽이었습니다. 시내는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다니고, 줄지어 선 고층 아파트들…."

    80대 고령인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조국의 품에 안긴지 어언 8년여가 흘렀지만 그는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이 대한민국을 위해 최전방에서 피흘렸더니,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변했구나.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이 이렇게 해냈구나."

    이정래(가명, 85세)씨는 1950년 6.25 전쟁이 터지고 2달쯤 지난 8월 15일 입대, 6.25전쟁이 끝나기 불과 13일 전인 1953년 7월 14일 북한 인민군의 포로가 됐다. 53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2006년 5월 목숨을 걸고 탈북,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북한은 전쟁 후 인적자원이 부족하여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포로를 돌려보내지 않고 탄광 광산에 배치해 고된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포로라는 이유로 최악의 인권대우와 오직 일만하는 의무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라고 북한 내 국군포로 실상을 밝혔다.

    나아가 그는 "북한 경제는 파탄되고 봉건사회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인민들은 기아선상에서 굶어죽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북한 사람들에게 우리 대한민국을 하루빨리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국군포로 초청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2014.11.28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국군포로 초청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2014.11.28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정래씨처럼 노구(老軀)를 이끌고 조국의 품에 안긴 국군포로들을 위한 오찬 간담회가 33명의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물망초가 주최하고 6.25공원추진국민운동본부가 후원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전 국회의원), 김석우 6.25공원추진국민운동본부 이사장(전 통일원 차관), 김태영 한민학원 이사장(전 국방부장관), 이대용 예비역 준장(전 주베트남 공사), 김현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 김현(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등이 자리를 빛냈다.

    김현 변호사는 환영사에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귀환용사 전원이 대한민국 정부의 자랑스런 훈장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에서의 강제노역 기간을 군복무 연장으로 보아 민사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국군포로들이 탈북을 시도했을 대 신속히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영사관도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석우 이사장은 "전쟁이 끝나면 포로가 원하는 바에 따라줘야 하는데 탈출하려고 하면 사형에 처하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은 지금도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엔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것을 거론하며 "야만과의 전쟁은 하루 아침에 끝나지 않지만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월맹군에 체포돼 베트남에서 5년 동안 억류생활을 했던 이대용 예비역 장군(전 주월 공사)은 축사를 통해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국민 중 6.25전쟁 당시의 북한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산 증인이 바로 여러분들(탈북국군포로)"이라며 "정부와 국민들 역시 탈북국군포로들의 구국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은 "통일 대박을 위해 북한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데 국군포로 여러분들이 중요하다"면서 "통일된 미래를 위해 같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물망초학교 학생으로 2015학년도 대학입학생이 된 최춘일, 최은경 학생과 탈북 후 열심히 공부해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김0일, 김0향에 대한 물망초장학금 전달식도 거행됐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스스로 탈북해 오신 국군포로 어르신들은 온몸이 젖는 줄도 모르고 잔걸음 재촉하며 멀리 전라남도에서도 찾아 오셨고, 경향 각지의 물망초 회원님들은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 억누르며 6·25의 영웅이신 생환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말씀을 가슴으로 새겨들었다"고 말했다.

    물망초의 국군포로 초청 간담회는 이번이 3번째다. 물망초는 국군포로들과 국정원장의 면담을 성사시키는 한편, 국군포로들의 국회 방문을 돕기도 했다.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국군포로 초청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2014.11.28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국군포로 초청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2014.11.28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