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청구서 접수 장면 촬영도 막아..시민단체 회원들 거센 항의
  • ▲ 28일, 국민행동본부는 축구장 4개 크기의 북아현숲 훼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공사와 관련돼,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사진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 28일, 국민행동본부는 축구장 4개 크기의 북아현숲 훼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공사와 관련돼,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사진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감사원 직원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감사청구 연명부 접수하는 걸 촬영 못 하게 하" - 국민행동본부 관계자

    "(연명부)접수를 못하게 하는 게 아니다. 혹시라도 직원들이 촬영되면 곤란하다. 촬영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 감사원 관계자


    28일, 서울 축구장 4개 크기의 북아현숲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공사와 관련,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추진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기자회견은 시민단체 회원들과 감사원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이날 감사원 관계자들은 기사회견 후 국감감사 청구를 위한 서명부를 접수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은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의 사진 촬영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감사원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들이 감사청구서 접수 장면을 촬영하는 것조차 거부해 시민단체 회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앞서 국민행동본부 소속 회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국민감사 청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 파괴] 논란을 초래한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와 관련돼, 서울시와 이화여대 사이의 석연치 않은 유착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은, 이화여대가 공사를 위해 1,200그루의 나무를 벌목한 북아현숲 공사현장 일대는, 그 어떠 형태의 개발도 금지된 [비오톱 1등급] 지역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서울시가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에 대한 허가를 내주기 직전, 이 지역에 대한 비오톱 등급이 갑자기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은, ‘대학생 기숙사 확대’라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달성을 위해, 서울시가 도심 속 얼마 남지 않은 숲까지 밀어내는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니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나아가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은, 관할 지자체인 서대문구청이,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는 산림법 위반’이라는 산림청의 유권해석 및 ‘공사중단 권고’조차 무시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감사도 요구했다.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로 절대보존지역의 북아현숲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은 이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나오고 있다.

    북아현동 주민들은 최근 문성진 서대문구청장을 찾아가 공사 중단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구청측은 “실무자부터 만나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구청장 면담을 거부하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만은 “연명부(국민감사 청구를 위한 서명부)를 접수받는 (감사원)직원조차 저렇게 고압적이고 막무가내인데, 서울시, 서대문구청, 이화여대가 얼마나 더 고자세로 굴겠느냐”며, 감사원 관계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 ▲ 최인신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사진 右)과 노미야 감사청구인 대표(사진 中), 조성보 신촌 안산자연환경보존협의회장(사진 左)이 연명부를 제출하기 하기 위해 감사원을 찾았다. ⓒ사진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 최인신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사진 右)과 노미야 감사청구인 대표(사진 中), 조성보 신촌 안산자연환경보존협의회장(사진 左)이 연명부를 제출하기 하기 위해 감사원을 찾았다. ⓒ사진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이날 국민행동본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국민감사 청구서는 ▲보존지역인 북아현숲 등급 하향 조정 의혹 ▲주민 모르게 진행된 밀실 건축계획 ▲산지전용 허가 없이 나무 1,200그루 벌목 ▲산림청 유권해석 무시 및 불법적 공사 강행 ▲이화여대의 사익(私益)을 위해 희생된 주민 공익 등 5개 항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약 3만㎡의 도심 숲을 없애, 역사적 자연경관을 훼손했으며, 도심 공해 정화기능과 온실가스 감축 기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가 공사부지 지번을 기재하지 않아 북아현동 주민들은 공사계획이 확정된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서울시의 밀실행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나아가 최 사무총장은 “서대문구청은 산지전용 허가 없이 1,200그루의 나무를 벌목했고,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는 산림법 위반’이란 산림청의 유권해석조차 거부했다”며, 구정장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 ▲ 노미야 감사청구인 대표가 연명부를 내보이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 노미야 감사청구인 대표가 연명부를 내보이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김정래 기자


    북아현동 주민으로 감사청구인 대표에 이름을 올린 노미야씨는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로 인해 주민들이 입고 있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너무 크다”면서, “아무 죄도 없는 주민들이 이화여대 때문에 왜 이렇게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한편, 산림청은 지난 25일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공사 허가를 내준 서대문구청에 ‘공사 중단 및 건축허가에 대한 재검토’를 권고했다.

    산림청은 “기숙사 공사 부지가 산지관리법상 ‘산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벌채나 형질 변경을 위해서는 ‘사전 전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편집자 주]

    생태계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비오톱 1등급’


    비오톱(Biotope)은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접두사 ‘Bios’, 장소를 뜻하는 ‘Topes’를 결합한 합성어로, 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데 필요한 [소규모 생물 서식 공간]을 뜻한다.

    ‘비오톱 지도’는 환경부가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2009년 6월 작성한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지침’에 따라, 전국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제작, 관리하고 있다.

    ‘비오톱 1등급’ 토지는 쉽게 말해, [개발 절대 불가] 토지다.

    정부가 규제하는 ‘그린벨트’보다도 강력한 토지개발 규제 방식으로,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지방자치단체가 바로 서울시다.

    ‘비오톱 1등급’ 규제는 2010년 서울시의 도시계획조례에서 처음 등장한 뒤, 전국 8곳의 지자체가 도입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6월1일부터 기존 대규모 도시계획 사업에만 적용했던 ‘비오톱 등급별 기준’을 1만㎡ 미만 소규모 토지개발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소규모 개발사업지의 경우에도, 도시생태현황 조사결과 해당 토지에 대한 유형평가와 개별평가 결과가 모두 1등급으로 나온 토지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비오톱 1등급’은 유형평가와 개별평가를 거쳐 지정된다.
    대상지 전체의 생태학적 가치를 판단하는 유형평가 기준은 1등급에서 5등급까지 5단계로 나뉜다. 절대적 보전이 필요한 1등급 토지의 경우, 어떤 형태로도 개발이 불가능하다.

    개별평가는 비오톱 자체의 보전 가치 정도에 따라 해당 토지 등급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분류한다.

    이화여대 기숙사 증측이 이뤄지고 있는 북아현숲 일대의 기존 토지등급은 [비오톱 1등급 및 개별 1등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