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뮨위 '쪽지 파동'에 연말정국 격랑속으로, "사태 심각성 갈수록 악화"


  • 첩첩산중, 설상가상이다.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끝을 알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윤회씨의 승마협회 인사 개입 의혹과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박 대통령 인사 개입설 폭로가 맞물린 상황에서, 문체부 관계자들의 이른바 '쪽지 파동'까지 겹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선실세 핵심 인사로 지목되는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조치 개입 의혹의 연관성을 논의하던 중, 갑자기 날아든 쪽지 한 장에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서 문체부 우상일 체육국장과 김종 차관이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적힌 쪽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단순히 장관에 대한 부하직원의 '과잉충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쪽지 내용을 봤을 때 적지 않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문제의 이 쪽지가 '정윤회 사건'에 결정적 분수령이 될수도 있다는 분석까지도 내놓고 있다.

'정윤회 파문'을 여야 정쟁으로 몰아 '논점을 흐려야 한다'는 여권의 전략이 표면적으로 드러남으로써 야당의 총공세를 어떻게든 저지하려던 여당에게 수비의 명분을 사라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역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어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까지 이어지는 폭로전 속에서 폭로된 내용이 대부분 '루머'일 뿐이라는 자세를 취하는 한편, 상대방의 폭로 '의도'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는 '논점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쪽지 파동으로 정부나 여당의 이같은 '논점 싸움' 대응이 여의치 않게 된다면, 자칫 앞으로 더욱 거세질 야당의 공세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홀로 싸워야 하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연이은 호재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를 모독한 사태를 간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하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정부가 국회를 얼마나 경시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박 대통령 이하 정부 관료들이 평소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관료들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듯하다"며 "이제 겨우 정권 3년차로 접어들었을 뿐인데 레임덕에 대한 우려들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국민들이 매우 불안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야가 이제는 싸우려 해도 싸울 수 없게 됐다"며 "국회를 모독한 이런 사태를 도저히 간과할 수 없으며 당사자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와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사태의 심각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분위기를 뒤집을 반전의 기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청와대 내부싸움이라는 시각이 굳어져 가는 것이 문제"라면서 "더 이상 여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우리는 그쪽(청와대)만 바라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