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도 '직행녀'와 '우회녀'가 있다!

     신준식  /뉴포커스 기자

    탈북자들이 모이는 장소에 찾아 갔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탈북자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직행이냐"고 묻는 것이다.
    초면에 직행이냐고 묻길래, 자연스럽게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북한이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쉽게 친해질 수 있고, 이렇게 금방 여행 계획을 세울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탈북자 이희원 씨는 상대 탈북자에게 직행이냐고 묻고는 줄곧 중국에 대해 이야기 했다.
    초면에 꺼낸 여행 계획이 해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가만히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데, 이내 전혀 다른 의미로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행'이란 북한에서 탈북한 후 1년 이내 한국에 입국한 사람을 말한다.
    이 씨도 흔히 말하는 탈북 '직행녀'다. 그녀는 "북한과 남한의 체제가 너무 달라, 직행하는 탈북자들은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탈북자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 직행이냐고 묻는 것이다. 적응 기간없이 바로 남한에서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 그만큼 힘들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중국에서 1년 이상 있었던 사람들을 두고는 직행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데, 그들은 이미 중국에서 자본주의화를 거친 사람들이다. 때문에 남한에 들어와도 크게 적응의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주위 사람들을 둘러봐도 중국에서 적응 기간을 거쳤던 사람들은 남한 문화에 빠르게 흡수된다"고 설명했다.
     
  • ▲ '직행'이든, '우회'든 탈북자들은 남한에 입국하기 전까지 두려움에 떤다
     
    중국에서 4년을 보낸 박선주 씨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나는 두 부류를 두고 '직행'과 '우회'라는 표현을 쓰는데. 나는 중국에서 꽤 오랜 세월을 있었으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우회녀'다. 공안에 쫒기면서 숨어 사는게 힘들긴 해도 중국에서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우고 남한에 들어오니 상대적으로 적응하는게 어렵지 않았던 것이 사실. 그것이 '우회'한 사람들의 장점이라면 장점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단점이라고 하면 확실한 신변의 보호가 어려워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일이 빈번해진다. 이런 습관은 남한에 입국해서도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착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고쳐지기는 한다"라고 덧붙였다.
     
    휴전선을 통한 남한과 북한의 물리적 거리가 중국을 통해 남한으로 입국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깝다. 이런 '직행' 길을 놔두고 무조건 '우회'해야만 하는 탈북자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그들이 하루 빨리 당당하게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휴전선을 통한 '직행'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숨을 걸고 탈북한 3만 명의 탈북자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닐까. 하지만 남과 북의 입장차는 여전히 길을 헤메고 있다. '직행'이든 '우회'든 통일에 가장 빠른 지름길을 찾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겨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