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지원국 재지정 소식에 “美본토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 벌일 것” 협박
  • ▲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소니 픽쳐스의 해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소행이라고 결론내리고 대응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홈페이지
    ▲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소니 픽쳐스의 해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소행이라고 결론내리고 대응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홈페이지

    지난 2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소니 픽쳐스 해킹을 저지른 김정은 정권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김정은 정권은 국방위원회 정책국을 통해 “美본토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는 협박 성명을 내놨다.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성명에서 “미국이 근거없이 북한을 해킹의 배후로 지목했다”고 주장하며 “오바마가 선포한 ‘비례성 대응’을 초월해 백악관, 펜타곤, 테러의 본거지 美본토 전체를 겨냥해 초강영 대응전을 벌이겠다”고 협박했다.

    “누구든 죄 많은 날강도 미국에 편승해 정의에 도전해 나선다면 반미공조, 반미성전의 타격대상이 돼 무자비한 징벌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군대와 인민은 사이버전을 포함한 모든 전쟁에서 미국과 대결할 만반의 준비를 다 갖췄다.”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소니 픽쳐스의 해킹 배후가 김정은 정권이라고 밝힌 美연방수사국(FBI)의 성명은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남조선에 대해서도 해킹 공격을 해본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기도 했다.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소니 픽쳐스 해킹의 원인이 美행정부와 오바마 대통령에게 있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김정은이 미국민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호기롭게 떠들어 대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김정일 때부터 해외에 내보낸 해킹 조직들을 믿고 까분다고 지적한다.

  • ▲ TV조선은 지난 21일 북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인용, 북한 김정은이 세계 각국에 사이버부대를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TV조선 관련 보도화면 캡쳐
    ▲ TV조선은 지난 21일 북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인용, 북한 김정은이 세계 각국에 사이버부대를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TV조선 관련 보도화면 캡쳐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 21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선양, 단둥, 상하이,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비롯 세계 100곳에 사이버 공작 거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 사이버 부대로 추정되는 세력들에게 사이트를 해킹을 당한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도 “북한 사이버 부대들은 평소에는 기업 운영 프로그램 같은 것을 만들다 정찰총국 특수요원들이 오면 모두 전투요원이 된다”고 증언했다.

    TV조선과 인터뷰한 북한 전문가들의 주장은 이미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 4월 3일, 캄보디아 경찰은 수도 프놈펜에 있는 북한 안가(安家)를 급습했다.

    현지 경찰이 적발한 것은 불법 스포츠 토토 등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던 북한 정찰총국 소속 사이버 요원들이었다.

    2011년 인천에서 적발된 ‘왕재산 간첩단’ 사건 당시에도 주사파 출신 피의자들은 중국에서 북한 정찰총국 사이버 요원들을 만나 ‘번호 인식 주차관리 프로그램’을 받아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 정찰총국으로부터 ‘불법 프로그램’을 건네받다 적발된 사례는 지난 5년 사이 수차례 있다. 올해 들어서 적발된 것만 네 차례가 넘는다. 이들은 단순히 “돈이 없어 가격이 싼 프로그램을 사려 했다”고 변명했지만, 그 안에는 ‘유사시 한국을 공격할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었다.

    한미 정보기관은 이처럼 평소에는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어 팔다가 유사시에는 한국과 미국을 공격하는 북한의 해외 사이버 부대 거점이 100여 곳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북한 사이버부대의 해외거점은 일반 주택 또는 오피스텔에 위장기업을 차려놓고 최소 3~4명, 최대 20명까지 해커들을 상주시키며 각종 악성코드를 만들어 한국과 미국에 대한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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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헤, 내 말만 듣는 해커들이 세계 각국에 있지롱~!" 김정은은 2012년 하반기부터 사이버전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최근까지는 북한 사이버부대 전력이 6,000여 명 가량일 것으로 추산됐다. 군 당국도 이 추산을 토대로 2015년에는 사이버사령부 전력을 현재의 500여 명에서 1,500여 명으로 대폭 증편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하지만 지난 21일 TV조선과 인터뷰한 전직 CIA 요원 마이클 리는 충격적인 주장을 했다. 북한이 해외에 내보냈거나 한반도에서 활동하는 북한 사이버 요원이 3만여 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분석은 2013년 10월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에는 북한이 사이버전사 1만 2,000여 명에다 지원인력을 포함해 3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하지만 만약 마이클 리의 말처럼 해커가 3만여 명에 달할 경우, 북한의 사이버전력 규모는 중국 매체 ‘IT시대주간’이 분석한 세계 3위권이 아니라 세계 2위권이 된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이버부대를 보유한 중국만큼이나 위협적이라는 말이다.

    이 가운데 악성코드를 퍼뜨려 디도스 공격을 하는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PC의 포트를 뚫고 들어가는 기법을 사용하는 전문 해커만 1,200여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사이버부대의 위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2년 8월 김정은은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지도국 소속인 110연구소를 찾아 해커들을 격려한 뒤 ‘전략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북한 인민군은 매년 300여 명의 해커들을 충원하고 있다. 

    북한 사이버부대는 김정은 집권 전까지는 해외에 판매하는 불법 도박프로그램이나 웹하드-P2P에 업로드한 포르노 영상에 악성코드를 숨겼으나 최근에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과 같은 기업용 전문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이를 해킹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북한 사이버부대들이 동남아,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마카오, 남미, 유럽 등에서 이미 활동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김정은의 명령이 떨어질 때만 활동하는 ‘잠복세포 조직(Sleeper Cell)’으로, 평소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민간 기업처럼 위장했다면 찾아내기도 어렵다. 

    김정은이 이런 해외 파견 사이버부대들의 ‘능력’을 믿고 “美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호기롭게 협박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