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교장수업, 학교현실 몰이해 비롯”, 교육청 “교사·학생 소통위해 필요”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 이하 교총)와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가 ‘교장·교감 수업실시’ 방침을 놓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교장·교감 수업실시’가 교사격려와 학생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총은 학생교육의 의미를 교육청이 지극히 한정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한 발자욱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22일 경기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9일 교총이 밝힌 ‘연구하는 교장상을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교장·교감 수업실시’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교총은 그 다음날인 23일, 경기교육청의 입장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로 응수하면서 양측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교총은 ‘교장·교감 수업실시 재천명 및 외국사례에 대한 교총의 반박’ 보도자료에서 “‘연구하는 교장상’의 의미를 왜곡하지 말라”며 “외국의 일부 교장 수업사례를 내세우지 말고 우리 교육현실부터 살펴야 한다”고 경기교육청의 행태를 비판했다.

    앞서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장·교감이) 초등은 일반적인 교과를, 중등의 경우는 전공과목 분야나 인성교육 등 특별한 강의를 일주일에 3~6시간 정도 하면 교사격려의 상징성과 학생들과의 교감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내년부터 각 학교 교장·교감 수업제도화 강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경기도교육청은 22일 보도자료에서 “교장·교감 수업 방침에 많은 학부모와 교사, 전문가들이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핀란드, 독일, 덴마크,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교장의 수업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총은 경기도교육청의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날을 세웠다.

    교총은 ‘교실수업 형태가 소통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시대가 교장과 교감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교과지식의 전달이 아니”라면서 “경기교육청은 교장·교감이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성·생활교육 등 삶의 지혜를 체득시키는 제2의 담임선생님이자 학부모의 역할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 민원과 지역사회 협력, 학교급식, 학교폭력 등 업무와 함께 교육청과 지자체가 요구하는 잦은 출장협조요청 등으로 고정된 형태의 교장수업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교장, 교장 1일 업무 예시>

    · 장학, 교육과정관리, 인사관리, 교사근무평정관리, 교내장학, 공무원청렴관리, 복무부서관리, 학생 교육 및 안전관리, 학생선도관리, 교무행정업무 주관, 정보관리, 성적관리, 학부모회, 학부모 상담 등의 각종 민원업무처리 및 관련된 관리·관독자로서의 모든 책임(징계)
     · 1일 평균 약 50건~80건 내외 공문 처리
      ➪ 최근 교육청의 각종 정책 및 학교장학, 관리업무에 대한 업무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학교폭력 및 교권침해사건(교사, 학부모간 분쟁 등) 각종 민원업무처리 등 책임 증가
     · 교육청 및 지자체 등의 업무협의, 정책설명 등 참석 요청에 따른 출장  
     · 교원능력개발평가관리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당연직 위원, 교권침해사건 처리 등
     · 평일 및 토요일 방과 후 활동 또는 주말학교운영으로 인해 토요일 출근하여 관리 및 지도
     · 초등학교의 경우, 교원의 보수업무를 담당
     · 일반계고교의 경우, 매일 야간 자기주도학습 지도  등
     · 학교에서는 교장, 교감, 및 행정실장(행정실무사) 등 매일 협의
     · 매주 1~3회 부장교사 협의회
     · 각종 교내외 행사 관련 협의 및 실행 등

     

    경기교육청이 “많은 학부모와 교사, 전문가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교총은 “9시등교제를 학교별 시행 찬반 여론조사 결과도 수렴하지 않은 채 강행한 것처럼 객관적 근거 제시도 없이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교장수업을 하는 외국의 사례에 대해 “OECD국가의 경우 소규모 학교에서 수업교장의 전통이 남아있지만, 규모가 크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해 운영하는 학교는 교재개발과 수업지원 정책개발 등 장학업무를 담당한다”고 전했다.

    교총은 ‘수업교장에 대한 OECD보고서 입장’을 제시하면서 “교장은 학교 행·재정적인 경영과 장학업무를 포함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며 “수업교장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교장의 리더십 향상과 업무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장·교감 수업 제도화 방침의 논리가 교사격려와 학생소통이라면 교육감과 장학진도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해 먼저 모범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꼬집는 한편, “산적한 지역 교육현안 해결에 몰두해야 할 경기교육청이 갈등과 혼란을 지속시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길 진심으로 권고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