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편인가? 북한-중국-러시아 편인가?
  • 미국도 유럽도 '더는 참지 않기로' 
     

    하바드대 헌팅튼 교수(정치학)가 작고한지도 여러 해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그가 말년에 주장한 [문명충돌론]이 적중하는 것 같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
  • 새뮤얼 헌팅턴 교수ⓒ위키백과
    ▲ 새뮤얼 헌팅턴 교수ⓒ위키백과
    새뮤얼 헌팅턴(Samuel Phillips Huntington, 1927-2008)은 하바드대 정치학교수, 하바드대 국제관계연구소장, 미국정치학회장 등을 역임한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1993년 <포린 어페어즈>에 발표한 유명한 논문 <문명의 출동>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1996년 <문명의 충돌>로 출간되어 전 세계 39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97년 출판됐다.

    헌팅턴 교수는 냉정이 끝난 뒤 세계는 서방과 남미, 이슬람 힌두교 등 7~8개 문명들로 나뉘어 이념이 아니라 전통-문화-종교 증 문명간 차이로 인해 무력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런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그는 셰계적 석학 대열에 올랐다. 


    파리에서 발행되는 풍자지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에게 도륙당한 이후, 서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이슬람 테러 용의자들을 표적검거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이슬람교도들의 반(反)서방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있다.

    이건 무얼 말하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리더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함께 세상을 “테러냐 반(反)테러냐?”로 가르던 것은 불과 며칠 상관, 그 직후 세상은 이내 “유럽문명이냐, 이슬람 문명이냐?“ [문명충돌]로 바뀌고 있다는 걸 시사(示唆)한다.
  •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테러를 당한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테러 시점을 전후해 7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올린 트윗.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만평과 "행운을 빈다"는 설명이 적혔다. 출처 샤를리 에브도 트위터 계정.ⓒ 사진 연합뉴스
    ▲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테러를 당한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테러 시점을 전후해 7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올린 트윗.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만평과 "행운을 빈다"는 설명이 적혔다. 출처 샤를리 에브도 트위터 계정.ⓒ 사진 연합뉴스

    유럽문명에 대한 이슬람 근본주의의 도전은 유럽문명이 수 세기에 걸쳐 이룩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체제의 안전보장이 [자유주의적이지 않은](illiberal) 체제들의 공격으로 만만찮은 시련에 부딪혔음을 상징한다.
    북한의 해킹공격을 받은 미국의 사례 역시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을 공격한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체제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세속국가는 포괄적 원리가 아닌, 서방측의 원리일 뿐이다.

    우리들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체제들도 그것과 대등한 지위를 갖는다.”
    운운.

    이른바 다문화주의라는 것이다.

    다문화?
    물론 다양성과 다원성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거기엔 한계가 있다.
  • 2010년 9월 25일 美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탈북자들이 보여준 북한 강제 수용소의 실상.ⓒ뉴데일리 DB.
    ▲ 2010년 9월 25일 美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탈북자들이 보여준 북한 강제 수용소의 실상.ⓒ뉴데일리 DB.
     
  • 북한이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정치범 강제수용소 위성사진.ⓒ 사진 뉴데일리 DB
    ▲ 북한이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정치범 강제수용소 위성사진.ⓒ 사진 뉴데일리 DB

    예컨대 북한의 요덕수용소 체제나 시리아의 아사드 학살체제도 다양성이라 해서 자유민주주의와 맞먹는 하나의 체제로서 존중해 줘야 하는가?
    다문화주의와 [내재적 접근법]만 내세우면, 그런 [악마의 체제]들도 당당한 하나의 체제로서 행세하도록 둬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그렇도록 인정해 줄 수도 없고, 인정해 주어서도 안 된다.

    유럽은 지금까지는 자유의 원칙에 따라 이슬람 이민자들의 유입(流入)을 관용해왔고, 그 문화를 가급적(?) 존중해 왔다.
    그러나 자유체제 안에서 자유를 악용해 독버섯처럼 자라난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가 백주의 살륙을 자행하고 표현의 자유를 압살하는 지경에 이르러선, 그런 부분에 대해서만은 유럽의 [관용의 체제]도 더 이상 관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굳힌 셈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와 상하 양원(兩院) 지도자들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더 이상 [전략적 인내]를 하지 않고 강력한 제재로 임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유럽-미국이 마치 2차 대전 당시의 반(反)나치 [방어적 민주주의]의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분위기다.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 한다.”

    이거였던 모양이다.

  • 류근일 고문.ⓒ 뉴데일리DB
    ▲ 류근일 고문.ⓒ 뉴데일리DB
    한국의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진영에 설 것인가?”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유럽-미국 등 서방문명권과 공조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중국] 또는 [북한+러시아]의 구미를 더 맞추려고 애쓸 것인가?

    박근헤 정권, 새누리당, 통일준비위원회, 통일부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남-북 업적] 만들기 쇼에 급급한 나머지 자칫 나라의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정권은 고작 5년 가는 것이고, 그보다는, 영원해야 할 나라가 더 막중하지 않은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