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민병대와 ‘자유시리아군’, 이들을 돕는 서방국가 전직 군인들 다수
  • 지난 2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코바니 지역에서 테러조직 ISIS를 몰아낸 쿠르드 민병대가 깃발을 꽂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 지난 2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코바니 지역에서 테러조직 ISIS를 몰아낸 쿠르드 민병대가 깃발을 꽂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지난 2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코바니 지역에서 ‘국제동맹군’이 테러조직 ISIS를 완전히 밀어냈다. 131일 간 1,500여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 전투 결과다.

    외신들도 ‘국제동맹군’이 테러조직 ISIS를 격퇴한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다. 쿠르드 민병대인 ‘페쉬메르가’와 시리아 자유반군인 ‘자유시리아군’이 주축이 됐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뒤를 받쳐주는 외국인들이 있다는 점은 잘 보기 어렵다.

    테러조직 ISIS가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를 파죽지세로 점령한 뒤 소수민족과 구호단체 관계자들을 납치·살해하던 2014년 11월, 영국 언론들은 ISIS에 맞서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향하는 전직 군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英‘가디언’의 일요일판 ‘옵저버’는 2014년 11월 22일(현지시간)판에서 “ISIS를 격퇴하기 위해 이라크 정부나 쿠르드 자치정부의 편에 서서 무기를 드는 영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옵저버’가 소개한 영국인은 제임스 휴스, 제이미 리드 등 전직 영국군. 이들은 5년의 군복무 기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만 3번 파병을 다녀오는 등 전투 경험이 풍부한 전직 군인들이었다.

    이들은 시리아 북부로 날아가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에 입대해 ISIS를 향해 총을 들었다고 한다. 무디어진 ‘전투감각’을 살리기 위해 프랑스군으로부터 훈련받는 모습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옵저버’는 또한 테러조직 ISIS에 가담해 코바니를 공격하다 사망한 20대 초반의 영국인 2명에 대한 이야기를 싣기도 했다.

  • 英옵저버를 포함, 많은 언론들이 테러조직 ISIS에 맞서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간 전직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알 아라비야 관련보도 화면 캡쳐
    ▲ 英옵저버를 포함, 많은 언론들이 테러조직 ISIS에 맞서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간 전직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알 아라비야 관련보도 화면 캡쳐

    전 세계에서 온라인 뉴스를 발행하고 있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IBT)’는 쿠르드 자치정부를 돕기 위해 ‘페쉬메르가’에 합류한 전직 캐나다 군인 6명과 31살의 유대계 캐나다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도 ‘옵저버’가 보도한 영국인들처럼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병된 경험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IBT’는 또한 美공군 출신 브라이언 윌슨 등 미국인 3명, 네델란드 폭주족 3명도 쿠르드 자치정부의 민병대에 합류해 ISIS와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세계 각국 언론들은 ISIS와 싸우기 위해 시리아 북부나 쿠르드족 거주지역으로 향하는 전직 군인과 ‘용병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같은 ‘국제의용군’의 존재는 쿠르드 민병대와 ‘자유시리아군’이 ISIS와 맞서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언론이 칭송하는 ‘국제동맹군’이 만들어질 무렵,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정부는 테러조직 ISIS에 맞서 싸우는 ‘자유시리아군’과 쿠르드 민병대의 훈련 수준과 장비 상태가 너무도 취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은 자국의 최정예 특수부대를 ‘자유시리아군’과 쿠르드 민병대의 훈련 교관으로 파견하는 한편, 이들에게 현대식 무기를 보급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교관 역할을 할 특수부대원 수가 너무 적어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극소수의 특수부대원과 국제동맹군의 공습만으로는 ISIS를 격퇴할 수 없다”며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 ISIS를 향해 대전차 미사일을 쏘는 '인민수비대' 여성대원들.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국제동맹의 장비지원과 훈련 제공, 전직 군인인 의용군의 도움으로 ISIS에 제대로 맞설 수 있었다.  ⓒCNN 관련보도 화면 캡쳐-YPG 제공
    ▲ ISIS를 향해 대전차 미사일을 쏘는 '인민수비대' 여성대원들.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국제동맹의 장비지원과 훈련 제공, 전직 군인인 의용군의 도움으로 ISIS에 제대로 맞설 수 있었다. ⓒCNN 관련보도 화면 캡쳐-YPG 제공

    이 같은 비관론은 불과 몇 달 만에 모두 불식됐다. 2014년 12월 초, 국제동맹군 공군은 격전지인 코바니를 제쳐두고, 테러조직 ISIS가 ‘자칭 수도’라 부르는 락까를 집중 공습했다.

    “쿠르드 자치정부의 ‘인민수비대(YPG)’, ‘페쉬메르가’와 ‘자유시리아군(FSA)’ 등이 코바니에서 선전, ISIS의 공격을 잘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ISIS는 2014년 9월 중순, 코바니를 공격할 때 전차 50여 대와 방사포, 대전차 미사일 등의 중화기로 무장하고 달려들었다. 병력도 최소 4,000명에서 최대 9,000명으로 추정됐다.

    반면 방어하는 쪽인 쿠르드 ‘인민수비대’ 측은 휴대용 로켓 발사기(RPG-7)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전차를 막을 무기도 없었다. 병력도 2,000명 남짓이었다.

    보름 뒤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인 ‘페쉬메르가’와 ‘자유시리아군’의 증원병력 500여 명이 왔다. 이들은 대부분 전투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었다. 여기다 이후에는 전직 참전군인들도 속속 코바니에 도착, 국제동맹군에 합류한 것이다.

    국제동맹군의 전력이 보강되자 ISIS의 코바니 공격 속도도 주춤해졌다. 곧이어 국제동맹군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후 전투가 끝난 뒤 집계된 국제동맹군 전사자는 500여 명. 하지만 ISIS의 전사자는 최대 1,5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전투에서 잃은 총 전사자의 80%가 코바니 전투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코바니에 대해 한숨 돌리게 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국제동맹군 공군은 락까에 대한 공습을 더욱 늘렸다. 하루 30회 이상 공습을 하기도 했다고. 국제동맹군의 지상군과 공군이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하면서 ISIS의 확장 속도는 그나마 늦춰졌다.

  • 동생의 무덤 앞에서 우는 쿠르드 남성. 동생은 '인민수비대(YPG)' 소속으로 싸우다 전사했다고 한다. ⓒ캐나다 CBC 보도화면 캡쳐
    ▲ 동생의 무덤 앞에서 우는 쿠르드 남성. 동생은 '인민수비대(YPG)' 소속으로 싸우다 전사했다고 한다. ⓒ캐나다 CBC 보도화면 캡쳐

    서방 국가들은 국제동맹군에 장비와 훈련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쿠르드 민병대에 합류한 전직 군인들(국제의용군)의 역할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법으로 금지된 ‘용병’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르드 민병대에 합류한 전직 군인들과 유사한 사례는 이미 20년 전에도 있었다. 보스니아 내전이다. 

    1993년부터 격화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계 무슬림 국가에서는 무슬림 교도인 보스니아를 돕기 위해 ‘무슬림 외인부대’를 조직해 참전했다. 이들은 '성전(Jihad)'을 치른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맞서는 기독교계 크로아티아 쪽에는 독일과 영국, 미국에서 날아온 전직 군인과 용병들이 가담했다.

    동방 정교회 신도들이 많은 세르비아에는 러시아, 舊소련 소속 공화국, 그리스 정교회 등의 지원을 받은 러시아 출신 용병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평화유지’ 업무를 맡은 것은 프랑스 외인부대원 700여 명이었다. 이들은 주로 세르비아계 민병대와 무슬림 외인부대 사이에서 교전을 막았다. 

    이 같은 보스니아 내전에 비해 참전세력이나 피해자 규모가 월등히 커진 ‘종교 전쟁’이 바로 지금의 ISIS와 국제동맹군 사이의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