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막강 신뢰 바탕으로 '권력' 나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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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가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당대표실을 방문해 김무성 당대표와 포옹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가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당대표실을 방문해 김무성 당대표와 포옹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2PM(Prime minister), 자판기, 준비왕….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별명이 쏟아지고 있다. 2PM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유력한 총리 후보자라는 뜻에서 이 내정자의 성에서 딴 숫자 2와 영국식 총리 명칭을 합쳤다.

    그외 별명들은 내정자가 된 뒤에 붙었다. 50년 전 급여 내역서까지 지니고 있을 정도로 각종 검증 자료들이 '재깍' 준비돼 있다는 뜻에서다.

    이 내정자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는 대단하다. 한 새누리당 초선의원은 "내각으로 들어갈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긴박하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면서 "대통령께서 연말정산 파동, 지지율 하락, 당청 관계 회복 등의 히든카드로 이 내정자를 낙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내정자는 역대 어느 총리보다 적극적으로 국정운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26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규정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해 책임총리제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헌법은 총리의 행정부 통할권,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내정자가 아직 후보자 신분이지만 설 전후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되는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 내정자를 노무현 정권의 이해찬 전 총리에 빗댄다.

    역대 총리 가운데 가장 '책임총리'와 가까웠던 것으로 평가되는 이해찬 전 총리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인사·정책에 자율성을 가졌다. 노 전 대통령의 막강한 신임은 그를 '실세 총리'로 내각을 이끌게 도왔다.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야당 원내대표실에서 자신을 찾아온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저서인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야당 원내대표실에서 자신을 찾아온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저서인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에 신뢰를 받았다가 내쳐진 '2인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떠나는' 이완구 총리 내정자에게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는 책을 선물했다. 이 책의 저자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다. 책의 내용은 정 의원이 15년 간 총리실에 근무하면서 모신 총리들을 분석·평가한 것이지만, '저자'를 중심에 두고 봤을 때는 그 의미가 심상치 않다.

    정 의원은 이명박정부의 개국공신으로 대통령의 막강한 신임으로 '왕의 남자', '정권 2인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특유의 '쓴소리'로 권력투쟁 과정에서 밀린 뒤에는 참혹함이 몰려왔다.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1년 간 옥살이를 한 뒤에서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밖에도 김영삼정부 시절 이회창 당시 총리는 '대독총리', '얼굴마당 총리'에서 탈피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당시 2인자로 꼽힌 최형우 내무장관을 면전에서 호통치는 등 강단을 보였으나, 총리 권한을 두고 청와대와 잦은 마찰 끝에 취임 4개월 만에 경질됐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의 경우, '책임총리형' 카리스마 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두언 의원처럼 '직언형'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유연성을 발휘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나갈 것이란 의미이다. 

    이 내정자와 가까운 새누리당 한 의원은 "지금까지 당청관계는 청와대가 이끌어왔다면 연말정산·국민연금 국면 등을 겪으며 당이 주도하는 형국이 됐다"면서 "이 내정자가 유연성을 발휘해 그 주도권을 꼭 쥐고 조율해 나가지 않겠느냐. 그게 이완구 스타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