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습만으로 ISIS 진격 속도 늦추고 주요 인물 사살…이걸로 충분”
  • 테러조직 ISIS에 맞서 용감히 싸운 시리아 코바니 지역의 쿠르드족 여성민병대. ⓒ뉴질랜드 블로거 '리딩 더 맵' 화면 캡쳐
    ▲ 테러조직 ISIS에 맞서 용감히 싸운 시리아 코바니 지역의 쿠르드족 여성민병대. ⓒ뉴질랜드 블로거 '리딩 더 맵' 화면 캡쳐

    시리아 접경도시 코바니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와 페쉬메르가, 국제의용군이 승리한 것을 두고 테러조직 ISIS의 기세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사람들은 드물다.

    비슷한 시기 ISIS는 이란 북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서북부를 아우르는 ‘호라산(Khorasan)’ 지역까지 다스리겠다고 선포, 이틀 뒤 시아파 무슬림 모스크에서 테러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서방 진영은 ISIS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상병력 파병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최고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팽팽한 의견대립이 일고 있다.

    ISIS를 막기 위해서는 지상군을 파병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다 물러난 척 헤이글 美국방장관은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ISIS와 맞서기 위해서는) 전투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병력이라도 일부 전진배치를 해야 할지 모른다”며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척 헤이글 前국방장관이 말하는 ‘전투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병력’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전투 인력이라기 보다는 국제동맹군의 공습을 돕기 위해 작전 중인 정보요원과 CCT 등 특수부대 요원들을 의미했다.

    시리아 코바니에서 쿠르드족의 ‘인민수비대’와 ‘페쉬메르가’, 국제의용군이 ISIS를 막아낼 때 국제동맹군은 테러조직의 근거지인 락까를 집중 공습했다. 이때 미국과 서방 국가의 정보요원과 특수부대원들이 ‘폭격 유도’를 하지 않았다면 성과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ISIS 대응에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은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 맥딜 美공군기지에서 장병들에게 "ISIS에 대응하기 위해 지상군을 파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연설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유튜브 화면 캡쳐
    ▲ 맥딜 美공군기지에서 장병들에게 "ISIS에 대응하기 위해 지상군을 파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연설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유튜브 화면 캡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습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고 평가하며 국제동맹군의 ISIS 공습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 파병을 가리켜 “미국을 정말 좋지 않은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써서는 안 되는 카드’로 취급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美민주당은 테러조직 ISIS의 확산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리아, 이라크와 터키 접경 지역에서 ISIS가 고전하고 있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美공화당이나 전직 미군 지휘부의 생각은 이들과 달라 보인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 사우스 캐롤라이나)은 지난 1일 CBS 방송에 나와 “현재의 공습 만으로는 테러조직 ISIS를 절대 격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에서부터 오바마 행정부 1기까지 국방부를 이끌었던 로버트 게이츠 前국방장관 또한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고 ISIS를 없애겠다는 계획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美민주당, 前국방장관들과 美공화당이 이처럼 테러조직 ISIS에 대한 대응책을 다르게 보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상태’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테러조직 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장악하고, ‘종교청소’라며 학살을 저지르기 시작하자 미국은 2014년 8월부터 공습을 시작했다. 곧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요르단 등 걸프만 연안국가(GCC)와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서방 동맹국들이 공습에 동참했다.

    국제동맹군은 지난 6개월 동안 1,900여 차례(이라크 1,070회, 시리아 840회)의 공습을 감행했다. 그 결과 ISIS는 지난 1일 처음으로 시리아 코바니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오바마와 美민주당은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IS의 진격 속도가 주춤한 것을 보고 “이걸로 충분하다”고 본다. 즉 ISIS의 핵심은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 있다는 해석이다.
     

  • 척 헤이글 前국방장관은 "ISIS를 격퇴하기 위해서는 지상군 병력 파병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국방장관 시절의 모습. 미국의 '진보세력' 가운데 한 명이다. ⓒ알 아라비야 보도화면 캡쳐
    ▲ 척 헤이글 前국방장관은 "ISIS를 격퇴하기 위해서는 지상군 병력 파병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국방장관 시절의 모습. 미국의 '진보세력' 가운데 한 명이다. ⓒ알 아라비야 보도화면 캡쳐

    반면 美공화당과 前국방장관들이 중요하게 보는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ISIS에 ‘충성맹세’를 하는 테러 조직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 공습에는 아랑곳없이 온라인과 SNS를 통해 전 세계 무슬림 청소년들을 테러 조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제동맹군의 공습 이후 ISIS에 ‘충성맹세’를 한 조직은 나이지리아 북부 일대의 ‘보코하람’, 소말리아에서 주변국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알 샤바브’, 이집트와 이스라엘 시나이 반도 일대에서 활동하는 ‘안사르 베이트 알 마크니스’, 동남아 일대에서 활동하는 ‘아부 샤아프’와 ‘제마 이슬라미야’,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각종 테러를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 탈레반(TPP)’ 등 10여 개 조직에 이른다.

    이들 외에도 유럽의 수많은 젊은 무슬림들이 ISIS의 꾀임에 빠져 이라크와 시리아로 몰려들거나 자국 내에서 테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시리아와 이라크는 ‘전장(戰場)’일 뿐 이들의 본거지는 전 세계 무슬림 가운데 극단주의자라는 시각이다. 

    이처럼 다른 시각 때문에 미국은 지금도 이라크-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