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이어 이집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걸프연안국 “ISIS는 이단자” 비난
  • 테러조직 ISIS가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하는 모습. ⓒISIS 선전영상 캡쳐
    ▲ 테러조직 ISIS가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하는 모습. ⓒISIS 선전영상 캡쳐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26세)를 불에 태워 죽인 테러조직 ISIS는 무슬림 종파 가운데 수니파 근본주의에 속한다. 이들이 추종하는 이념은 이집트에서 시작돼 마그렙(북아프리카 일대) 지역 수니파 성전주의자들이 따르는 살라피즘이다.

    때문에 전 세계 무슬림의 다수인 수니파들은 ISIS가 처음 ‘성전조직’으로 등장했을 때는 ‘심정적’인 지지를 했다. 하지만 같은 수니파인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이슬람 율법을 어겨가며 살해하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피해국인 요르단은 왕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크게 분노해 “피의 복수를 하자”고 외치고 있다. 요르단 국왕이자 선지자 무함마드의 43대 직계손인 압둘라 이븐 후세인 2세는 방미 일정 중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가 살해된 소식을 전해듣고 급히 귀국, “피의 보복”을 하겠다고 밝혔다. 

    요르단 정부는 압둘라 국왕의 명령에 따라 지난 4일(현지시간), 테러리스트 2명에 대한 처형이 시행됐다.

    압둘라 2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만간 전투기를 몰고 ISIS 공습에 직접 참가, 이들의 본거지를 폭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고향인 카라크 지역 주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리로 몰려나와 즉각적인 복수를 요구하며 지방 정부청사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요르단 언론들도 테러조직 ISIS를 가리켜 “무슬림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 일간지는 ISIS를 향해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성 논설을 싣기도 했다고 한다.

  • 테러조직 ISIS가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복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요르단 국민들. ⓒCNN 보도화면 캡쳐
    ▲ 테러조직 ISIS가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복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요르단 국민들. ⓒCNN 보도화면 캡쳐

    카타르 왕실 소유인 알 자지라 방송,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설립한 알 아라비야 방송을 포함,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오만 등 걸프 연안국가 언론들도 ISIS가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불에 태워 살해한 사실을 전하며 맹비난했다.

    한때 서방 진영 공격을 보며 ISIS의 편을 들기도 했던 팔레스타인 언론들조차 요르단 공군 조종사 살해를 비난하고 나섰다.

    수니파의 본산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에서는 최고 종교지도자가 나서 “ISIS 조직원들을 붙잡아 십자가에 매달라 죽여라”는 명령을 내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니파 최고 교육기관 알 아즈하르 대학의 총장이자 종교 지도자인 ‘아흐메드 알 타이브’는 성명서를 통해 “테러조직 ISIS의 조직원을 붙잡는대로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하라”고 명령했다.

    아흐메드 알 타이브 총장은 테러조직 ISIS가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불에 태워 죽이고, 그 시신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무슬림의 시신은 불에 태워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흐메드 알 타이브 총장이 낸 성명의 일부다.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가 살해당하는 영상을 보고, ‘대쉬(ISIS를 낮춰 부르는 아랍어)’의 비겁한 행동에 크게 실망했다. 이슬람은 무고한 인간에 대한 살해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설령 전쟁 중이라 해도 사로잡은 적 무슬림에게 화형을 가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아흐메드 알 타이브 총장은 테러조직 ISIS가 “예언자에 대항하는 부패한 억압자”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ISIS를 잡아 꾸란에 나온 형식대로 처형하라”고 명령했다.

    “알라신과 그 예언자에 대항하는 부패한 억압자 ‘대쉬(ISIS)’는 꾸란에서 언급한 방식으로 처벌 받아야 할 것이다. ‘대쉬’ 조직원을 붙잡으면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하거나 사지를 절단해야 한다.”


    이슬람 최고 경전인 꾸란에는 이슬람 율법을 어긴 자들에 대해 투석형, 채찍질, 신체절단, 십자가 사형, 참수형 등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아흐메드 알 타이브 총장이 재직 중인 알 아즈하르 대학은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으로 인정받고 있기에, 알 타이브 총장의 성명서는 법률로 따지자면 시행령인 ‘파트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즉, ISIS 조직원은 같은 수니파로부터도 버림을 받게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테러조직 ISIS가 이런 중동 국가의 비난에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ISIS나 알 카에다가 추종하는 이념과 전략은 ‘무슬림 형제단’의 정신적 지주이자 오사마 빈 라덴과 아이히만 알 자와히리의 스승인 ‘사이드 쿠틉’으로부터 나왔는데, 알 아즈하르 대학은 1966년 6월 30일 이미 ‘사이드 쿠틉’을 이단자로 선포했었다.

    즉, ISIS와 알 카에다는 정통 수니파 입장에서는 태생부터가 ‘이단자’라는 말이다. 

    실제 ISIS가 세계 곳곳에서 끌어들이는 조직원 대부분이 이슬람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만 봐도 이들이 정통 수니파의 비난과 경고에 거의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