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키 빈 파이잘 알 사우드 왕자, 반다르 빈 술탄 사우디 정보국 국장과 테러 모의” 주장
  •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가 사우디 왕실로부터 후원을 받아왔다는 의혹은 10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알 카에다 테러범이 다시 이런 주장을 펴 주목을 끌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제기한 민사 소송 재판 도중 피고인 자카리아스 무사위가 뉴욕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관련 내용을 진술했다고 한다.

  • ▲ 조종사 교육을 받고 2001년 9.11 테러에 가담,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고 美콜로라도 형무소에 갇힌 자카리아스 무사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조종사 교육을 받고 2001년 9.11 테러에 가담,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고 美콜로라도 형무소에 갇힌 자카리아스 무사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조종사 교육을 받고 9.11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2006년 재판을 받은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현재까지 콜로라도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뉴욕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1979년부터 2001년까지 사우디 정보국 국장을 지낸 투르키 빈 파이잘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22년 동안 주미 사우디 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사우디 정보국 국장 반다르 빈 술탄 왕자가 알 카에다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9.11 테러에 대해서도 상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駐미국 사우디 대사관 관계자들과 알 카에다 조종사가 만나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논의하고,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을 격추하는 것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 ▲ 투르키 빈 파이잘 알 사우드 왕자.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투르키 빈 파이잘 알 사우드 왕자.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또한 오사마 빈 라덴의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를 2번 방문했는데, 이때 투르키 빈 파이잘 알 사우드 왕자와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났다고 주장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진술서 내용이 공개되자 그 진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나중에 ‘알 카에다’로 발전하는 아프가니스탄 테러조직 ‘막탑 알 키드맷(Maktab al Khidmat)’이 파키스탄 정보국 ISI와 美CIA의 지원을 받았고, 이때 자금은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로부터 조달했다는 점, 오사마 빈 라덴의 부친 모하메드 빈 라덴이 사우디 왕실과 친밀한 관계였다는 점 등을 배경 근거로 들고 있다.

  • ▲ 반다르 빈 술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보도 캡쳐
    ▲ 반다르 빈 술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보도 캡쳐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일부 외신은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진술을 “정신병자의 넋두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駐美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은 이 소식에 즉각 성명을 내고 “9.11 테러와 관련해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사우디 정부나 당국자가 테러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의 경우 “무사위 측 변호사는 2006년 재판 당시 ‘그가 정신분열증에 걸렸다’고 주장했다”며 이번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