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사전문가 밴 잭슨 "美정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한 대응전략 짜야"
  •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한 뒤 "성공했다"고 자축하는 北조선중앙방송. 4차 핵실험 규모는 그 두 배 이상일 것이라는 게 韓정부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한 뒤 "성공했다"고 자축하는 北조선중앙방송. 4차 핵실험 규모는 그 두 배 이상일 것이라는 게 韓정부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북한이 평양시 용덕동 고폭 실험장에서 핵무기용 고폭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실험으로 봐서 4차 핵실험을 한다면 그 규모와 위력이 과거 핵실험보다 더 클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26일 언론에 밝힌 내용이다. 군 정보당국 또한 지난 25일 언론들에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고폭실험을 계속 진행 중”이라며 “김정은 지시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조엘 위트 존스 홉킨스大 초빙 연구원이 언론에 밝힌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북한 핵기술이 지금까지 한국 안보기관 수뇌부가 평가해 온 것보다 훨씬 더 발전했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최소한 10kt(TNT 1만 톤의 폭발력) 이상의 위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규모는 1kt 이하,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은 3~4kt,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은 6~7kt 정도로 추정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고, 미국은 이에 맞춰 대북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 잭슨(Van Jacson) 신 안보센터 객원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美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을 통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막겠다는 정책 목표는 확실하게 실패했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핵무기 재고가 얼마 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북한의 선제 핵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복 핵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대북 대응전략을) 진행해야 한다.”


    반 잭슨 객원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대북전략을 고집하면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美정부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해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한 반 잭슨 CNAS 객원연구원. CFR 소속으로 2009년부터 美국방장관 자문을 맡아왔다. ⓒ유튜브 인터뷰 화면 캡쳐
    ▲ "美정부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해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한 반 잭슨 CNAS 객원연구원. CFR 소속으로 2009년부터 美국방장관 자문을 맡아왔다. ⓒ유튜브 인터뷰 화면 캡쳐



    “북한의 핵보유 국가화를 막지 못한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다는 목표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

    만일 한국이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때와 달리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능력을 잃을 것이다.

    북한 또한 (한미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믿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폭력적 위협이나 군사적 모험을 마음대로 하려 할 것이다.”


    반 잭슨 객원연구원은 북한의 핵보유와 함께 미사일 기술의 발전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것보다 위험한 것은 당초 북한이 주일미군 기지와 일본을 목표로 삼았던 ‘노동’ 단거리 탄도탄이 이제는 한국을 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동식 대륙간 탄도탄(ICBM)인 KN-08은 이동 발사대(TEL)을 통해 위치를 옮겨가며 발사할 수 있어, 美정보자산으로도 이를 찾아내 선제타격하기가 어렵다. 여기다 (북한이 개발 중인) 수중발사 탄도탄(SLBM)도 위협이 될 것이다.

    이는 잠재적으로 美영토와 미군 기지를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반 잭슨 객원연구원은 이런 현실에서 美정부가 북한의 핵위협을 막으려면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한의 핵위협을 통제하려면 미국은 ‘제한적 전쟁’과 그에 따른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으며 북한의 핵능력을 불능화하기 위해 예방적인 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남북 간 화해를 독려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포용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제한적 군사 공격을 막을 책임도 있다.”


    반잭슨이 여기서 말한 ‘제한적 전쟁 전략’은 북한의 핵공격 또는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제한적 핵 타격 능력 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한적 핵 타격 능력’에는 기존의 ‘핵우산’ 뿐만 아니라 북한 핵능력 제거를 위한 특수부대의 전진배치, 한반도와 주변에 전술 핵무기 및 정밀타격무기 배치 등 다양한 ‘옵션’이 포함될 수 있다.

  • 북한이 과거 열병식에서 드러낸 'KN-08' 탄도탄. 러시아제 R-27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열병식 당시 보도화면 캡쳐
    ▲ 북한이 과거 열병식에서 드러낸 'KN-08' 탄도탄. 러시아제 R-27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열병식 당시 보도화면 캡쳐

    한국 정부는 물론 美군사전문가들까지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고, 이에 맞는 대응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오바마 정부가 대북전략을 수정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정은 집단이 2015년을 ‘통일대전의 해’로 선포한 것과 오는 10월 10일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이라는 점을 들어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무력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어 올해 한반도의 긴장도는 예년에 비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