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참석한 남북 대표, 기조연설서 설전
  •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 본부 회의장. 지난 3일(현지시간) 남북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설전을 벌였다. ⓒ휴먼라이트워치 홈페이지 캡쳐
    ▲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 본부 회의장. 지난 3일(현지시간) 남북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설전을 벌였다. ⓒ휴먼라이트워치 홈페이지 캡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기조연설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놓고 부딪쳤다.

    지난 3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리수용 北외무상과 조태용 외교부 제2차관이 기조연설을 했다.

    리수용 北외무상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한다는 뜻과 함께 탈북자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하는 등의 추태를 보였다.

    “(북한) 인권실상과 관련해 적대세력들은 죄를 짓고 부모처자마저 버리고 도주한 ‘탈북자’라는 인간쓰레기들에게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북한 인권) 조사보고서의 기초가 됐던 핵심증언이 거짓으로 판명돼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의 반 공화국 인권결의들의 허위성이 여지없이 입증됐다.”


    리수용 北외무상은 “탈북자의 허위 증언이 드러났으므로 북한인권조사보고서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제안한 EU, 일본과 이를 적극 지지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지금 유엔은 종종 특정 국가가 추종세력을 규합해 자신들에게 고분거리지 않는 나라들을 선택적으로 골라 못살게 구는 마당으로 도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 허용된다면 진정한 인권협조는 사라지고 유엔무대는 정치협잡 난무장으로, 대결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리수용 北외무상의 마지막 비난은 미국과 유엔 인권이사회를 향했다. 

    “최근 미국에서 정부기관이 체계적으로 감행한 끔찍한 고문행위들이 폭로돼 세상을 크게 들었다 놓았지만 유엔에는 이 문제가 상정되지 않았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응당 미국의 고문만행을 긴급의제로 상정 취급함으로써 인권문제에서의 선택성과 이중기준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기조연설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등의 격언을 인용하며 리수용 北외무상과 그의 배후에 있는 김정은 정권이 ‘인간성(Humanity)’을 상실한 점을 꼬집었다. 

    조태열 제2차관은 유엔 인권이사회를 시작으로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이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점을 높게 평가하며 유엔 회원국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조태열 제2차관은 이어 리수용 北외무상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시작했다. 탈북자 신동혁 씨 한 사람의 증언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모든 보고서와 증언이 오류가 된 것은 아니며, 리수용 北외무상이 억지를 부리는 모습이 애처롭다고 평가했다.

    “북한 인권의 참상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리수용 외무상이 탈북자 한 사람의 고백을 빌미로 진실을 덮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같은 외교관으로서 깊은 연민의 정과 함께 애처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리수용 외무상과 김정은 정권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조태열 제2차관은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즉시 취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조태열 제2차관은 이어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국군포로 생사확인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나서라”는 촉구도 빼놓지 않았다.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대표가 설전을 벌였지만, 김정은 정권의 학정과 억지를 아는 국제사회는 대부분 한국의 편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