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AIIB 논의, 함께 “日 역사의식 가져야” 성토…韓 “성과 많아” 자화자찬
  • 지난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전 포즈를 취한 기시다 후미오 日외무상, 윤병세 韓외교부 장관,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전 포즈를 취한 기시다 후미오 日외무상, 윤병세 韓외교부 장관,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는 별 다른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대만족하는 듯한 모습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日외무상은 21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끝낸 뒤 언론 발표문을 배포했다.

    “2012년 4월 이후 약 3년 만에 개최된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중일 삼국 협력 체제가 복원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3국 협력 체제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서 계속 유지·발전되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중일 외교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 김정은 집단을 향해 9.19 공동성명,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와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는 대목과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중일 외교장관은 현재 삼국 사이에 운영되는 20여 개의 장관급 협의체 등 50여 개의 정부간 협의체 및 협력 사업을 보다 활발히 추진한다는 데 합의하고, 대테러 협의회와 아프리카 정책 대화 재개, 사이버 정책협의회와 삼국 간 대기오염 정책대화 등도 열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결과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삼국 정상회의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인 일시나 장소에 대한 설명 없이 두루뭉술하게 마무리했다.

    ”삼국 외교장관들은 이번 회의의 성과를 토대로 3국에게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이처럼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한국 정부는 “많은 성과를 냈다”며 이번 회담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는 대만족”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는 삼국 정부가 각국 정책기조를 상대국에 강요하는 모습이었다.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은 한국 정부가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여서인지 ‘사드’ 미사일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사드’ 미사일 배치 문제와 한국의 AIIB 가입을 ‘등가교환’하려는 中공산당의 전략대로 한국 정부가 움직인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은 한국은 이미 ‘공략’했다고 생각했는지 일본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핵심 주제는 ‘역사문제’였다.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은 삼국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일본 정부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몇 년간 삼국 간 양자 관계가, 특히 중일관계, 한일관계가 역사인식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국 협력도 이로 인해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이런 국면은 삼국의 공동이익에 맞지 않고 국제 사회 기대에 맞지 않는다.”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은 오는 9월 中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승전 기념식’을 내세워 일본 정부를 파시스트에 빗대 비난하기도 했다.

    “올해는 파시스트 대항 승전 7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런데 중·한·일 삼국에게 역사 문제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이 문제를 미래형으로 만들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생각에는 ‘역사직시 미래개척’이라는 여덟 글자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日외무상은 별 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별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사드’ 미사일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중국과의 갈등을 덮고, AIIB 가입을 재차 권유받은 것에 대해 “명분과 실리를 확보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북한 핵개발 문제에 대해서 中공산당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 한 것과 일본과는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 해결을 독려하기로 약속한 것을 두고도 ‘상당한 성과’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대해 “별 성과도 없이 변죽만 올렸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中공산당이 ‘사드’ 미사일 배치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과 AIIB 가입을 재차 권유한 것을 성과라고 보지 않는다. 

    ‘사드’ 미사일 배치는 주권 문제이므로 中공산당과 ‘협상 주제’ 자체가 되지 않고, AIIB 가입은 中공산당이 거듭 권유하는 만큼 투자결정권 등 한국이 얻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협상을 하는 게 협상 전략 상 맞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한미일 삼각동맹에 생긴 '균열'만 더욱 커지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